테러로 인한 혼란 속 이념적 충돌과 인간 문제를 극대화해 나타낸 영화 ‘비상계엄’은 작품을 통해 왜곡된 진실과 은폐의 문제를 제시한다. 비상계엄령 아래 나타나는 갈등과 고뇌, 혼돈과 자리매김은 분명 실험기와 고전기를 넘어 세련기와 자기반영기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영화 장르의 사이클을 그려낸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군사 통제 속 나타나는 도시의 모습을 현실적이고 체계적으로 재현하였다.

-이데올로기-

'비상계엄' 속 가장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이념은 지배 이데올로기이다. 작품은 테러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비상계엄령을 선포함으로써 지배 이데올로기를 극대화해 제시한다. 테러 상황 속에서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하지 못하고 아랍계 인물을 대다수 격리 수용하는 장면은 군대를 지배와 억압의 주체로, 그 안의 인물들은 종속과 지배의 대상으로 재현한 것이다. 영화에선 단지 아랍인이라는 이유로 체포되고 도망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나는데 작품은 이를 통해 지배 이데올로기와 헤게모니의 영역을 적나라하게 나타낸다. 작품 속 단순 구속 대상의 오브제로서 재현되는 아랍인들의 모습은 지배 이데올로기의 구조가 바탕에 깔린 Marxism 속 자본가-노동자의 관계로도 살펴볼 수 있는데, ‘비상계엄’ 속 재현된 군대와 격리 된 아랍인의 관계는 그보다 비극적이고 심각한 모습이라 생각되었다. 감독은 극한의 디스토피아 환경으로 격리 공간을 설정함으로써 지배 이데올로기의 모습을 더욱 실감나게 재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됐다.

작품 속 군대와 아랍인들의 지배계급구조는 로크의 절대군주제 시각에서 비판의 대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절대군주제는 절대로 시민사회와 양립 불가능하다’는 로크의 <통치론>처럼 영화 속 종속 대상인 아랍인들은 계엄령이 선포된 도시 속에서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영화 속 미국의 절대 권력과 시스템은 정당화될 수 없었으며 특히나 무력으로 인간을 지배하는 내러티브였기에 작품을 더욱 절대주의적 사회계약론의 비판적 시선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비상계엄’ 작품 속에서 절대군주제와 혁명의 상징은 캐릭터와 세계관을 통해 파악해볼 수 있다. 공간과 지배계급의 형태를 영화에 비춰 봤을 때 절대군주제는 정치인들과 데브로 장군의 모습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자유주의를 표방하여 시민혁명에 큰 도화선이 된 로크는 영화 속에서 진실을 위해 희생하는 엘리스 크래프로, 그의 영향을 받아 혁명가의 불씨가 되어 개혁을 일으키는 시민혁명의 모습은 아랍인들의 해방을 이끌고 데브로 장군을 몰락시키는 허브 허바드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각자 자신들이 옳다고 여기는 이데올로기와 가치가 반영되어 나타나는 만큼 지배구조 간 대립은 더욱 양극화되어 재현된다.

-캐릭터 재현-

‘비상계엄’은 대테러 환경 속 캐릭터들의 이미지와 정치, 군대의 모습을 다양하게 나타냈다. 테러의 원인이 되는 종교지도자 탈랄을 잡아들여 감금하는 데브로 장군과 이를 묵인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추가적인 테러의 원인을 제공한 점에 있어 진실을 은폐한 주체라 볼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FBI의 요원 허브와 프랭크 하다드, CIA의 엘리스는 진실을 추구하고 밝히고자 노력한 인물들이기에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영화의 대조적인 캐릭터 구성으로 인해 도청을 통해 요원들의 모습을 감시하고 아무 감정 없이 아랍인들을 고문하는 군대와 데브로 장군의 모습은 더욱 부정적으로 재현된다.  

테러리스트 탈랄을 추종하는 이슬람 원리주의 조직은 급진주의와 개혁주의를 바탕으로 한 과격 테러 집단으로 재현되는데 이 모습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국가의 개혁이나 발전을 위해선 도덕성보단 지배, 혼란, 거짓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군주론의 입장은 자신들의 이념을 현실화하기 위해 테러를 실행하는 이슬람 집단들의 모습에서 극대화된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미군기지 폭탄테러 장면, 버스 테러 장면 등을 통해 군주론 속 강조하는 군주의 모습을 테러리스트들이 재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진실과 종교적 문제에 대해 철학적인 의미와 이데올로기를 뛰어나게 담아낸 ‘비상계엄’은 단순히 테러리스트에 대해 다룬 작품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국가에 대한 이념과 가족을 위한 희생, 인물들의 성장과 몰락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써 사회와 개인에게 강력한 임팩트를 전달한 의미있는 작품이다. 이는 이 영화가 전달한 플롯과 캐릭터 연출이 시대와 환경을 초월해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