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의 도전에 아트인사이트 에디터가 됐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시작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쓰고 즐길 줄 알았다. 하지만 매주 1회씩 마감일을 지키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쓰는 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우선 자리에 앉아 오늘의 글감을 어루만지는 시간을 가진다. 소재가 다른 이와 겹쳤다면 어떤 점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지 생각도 해야 했다. 글을 쓰는 건 자유로운 작업이지만, 그 뒤에는 책임이 따랐다. 이를 이겨내고 탄생한 글이 어느덧 16개가 됐다.
셀프 큐레이션 기회가 왔을 때, 나는 그동안 쓴 글들을 되돌아보았다. 마감에 쫓겨 쓴 글, 공들여 쓴 글, 며칠을 고민하다 결국 마감일을 어기며 쓴 글까지. 이 글들은 나의 노력과 진심이 담긴 글이지만, 주목받지 못한 글들이었다. 그래서 이 글들에 다시 한번 빛을 쬐어주고 싶었다. 비록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나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부터 소개할 글은 아쉬움이 남는 글이다. 누군가는 잘난 글을 보여주기도 바쁜데 왜 부족한 글을 보여주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글들은 여전히 나에게 아픈 손가락이며, 어디서든 장점으로 빛났으면 하는 글들이다.
1. [Opinion] 가엽고 외로운 마음이 진심으로 바뀌기까지
팬심을 갖고 쓴 글이자 아트인사이트에 첫 문을 두드릴 때 쓴 앨범 소개글이다. 당시 발매된 하현상의 < With All My Heart > 앨범을 첫 앨범 < My Poor Lonely Heart >와 연관시켜 그동안 아티스트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설명하고 싶었다.
처음으로 쓴 글이라 기고 원칙도 지키지 못해 글의 몇몇 부분이 삭제되기도 했지만, 초심으로 제목처럼 진심으로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간 기억이 난다. 내가 서평 외에 음악 소개글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글이기도 하다. 진심을 담은 위로가 자신의 음악적 방향성이라 말한 그와 비슷하게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2. [Project 당신] 좋은 날로 가기 위한 노력
처음으로 아트인사이트 메인에 걸린 글이다. 메인에 걸렸을 때, 기쁨보다 쑥스러움이 몰려왔는데, 글의 특성상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아낌없이 풀어낸 자기소개이기 때문이다. 퇴사 후, 다시 입사를 준비하며 자기소개에 열을 올리고 있던 터라 천편일률적인 자기소개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글을 쓰기 원해서 '진짜 나'는 누구인지 그간의 일대기를 속속들이 풀어놓았다.
이 글을 보며 남들이 잘 썼다고 생각하는 글은 글쓴이의 진심이 얼마만큼 꾸밈없이 담겨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느꼈다. 도서 서평을 주로 쓰지만 기술적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이트에 올라오는 엄청난 글들을 보면서 주눅 들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위로처럼 찾게 되는 글이다. 이때의 마음을 잃지 말라고, 날 것의 감정 그대로도 충분히 승산 있다고 말이다.
3. [Project 당신] 미래에서 기다릴게
'Project 당신'으로 서간문을 쓸 기회가 생겼을 때, 미래의 나에게 한번 편지를 쓰고 싶었다. 낯간지럽지만 흔들리는 마음의 구심점을 만들 기회가 필요했고, 오래 도전했던 콘텐츠 기획/글쓰기를 잠시 접어두고 현실에 맞춰 다시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을 때였다. "그건 살아가기 위한, 아니 살기 위한 거였어"라는 문장이 다시 읽어도 눈물이 나는데, 실제로 이 글의 독자들이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아서 위로받았다는 피드백을 해주었다.
지금 보면 오타나 비문들이 자꾸 밟혀서 새로 쓰고 싶지만, 의외로 반응이 좋았던 글이라서 '나의 아쉬움과 관심의 비례도는 일치하지 않는구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구나!' 알게 된 글이다.
4. [Opinion] 내 책장에 자리한 시집을 소개합니다
여태 소개한 글 중 가장 아쉬움이 묻어나는 글이다. 본래 생각했던 레이아웃과 설정이 있었는데, 발행이 되면서 대거 수정/삭제가 되어 밋밋한 글이 되어버렸다. 어렵게 생각하는 시집을 쉽게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인상 깊게 있은 5권의 시집을 소개하는 것이 취지였는데 실패했다. 아무래도 사이트의 가독성과 쓸 수 있는 이미지의 용량 한계도 생각했어야 했는데, 진행만 생각하다가 결과물을 망쳐버린 사례가 아닐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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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매일 자신과 타협한다. '오늘은 내 생각이 고루 담긴 멋진 글을 써야 해', '아니야 피곤한데 이번만 대충 때우자'가 천사와 악마처럼 내면에서 창과 방패처럼 부딪힌다. 그럴 때마다 내가 정말 글이 쓰고 싶은 사람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도 나는 쓰고 싶은 사람이다. 때론 괴롭지만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나면 내가 이번에도 해냈구나, 하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완성의 도파민이 팡팡 터질 때마다 다음을 기약할 원동력이 생긴다. 지금 이 글은 마감을 조금 지나 쓰는 글이다. 완전히 나와의 약속을, 지면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송고하면 노곤함에 가득 젖어 잠들테다. 이번에는 깊은 잠을 가득 자서 다음의 충만한 글을 기약해 본다. 미래의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