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긴 휴식은 필요하다. 무조건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개개인의 성격과 기질에 따라서 휴식의 정도가 결정된다. 올해는 나에게 쉬어가는 휴식의 해이다.
‘너 휴학해서 뭐 할 건데?’
내가 대학 공부를 잠깐 멈추는 ‘휴학’을 결정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막연히 쉬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휴학을 결정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누군가 물었을 때 답하기 어렵기도 했다. 계속해서 물어보는 질문이 오히려 압박감으로 다가오는 날도 있었다.
남들에게 나의 구체적인 속사정부터, 휴학의 과정까지 줄줄이 말하며 내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다는 감정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순간을 직면해야 더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작년 겨울, 잠 못 이루는 밤에 진지하게 나의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했었다. 개인적인 이유로 지친 몸과 마음을 가꾸고 싶었고, 내가 삶에서 1순위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결국 결론은 ‘학교를 다니며 할 수 없는 진정한 탐구를 해보자’. 이게 나의 가장 큰 휴학의 목적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물론 휴학을 하고 나서 매일이 즐거운 순간은 아니다. 거의 평생을 학교라는 안전하고 보호받는 공간에서 생활했던 내가 한순간에 한 걸음 벗어난 외부인이 된 느낌은 참 신기했다. 처음에는 후련하고 짜릿했지만, 개강시즌에는 남모르게 울적하기도 했었다. 그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고 애매한 위치에 있는 내가 작아지는 감정을 느꼈다.
반면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쌓고 있기도 하다.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생겨 자주 보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거나, 가족들과 더 가깝게 지내며 정신적으로 많이 맑아졌다. 혼자 있으면 괜히 센치해지고 잡생각이 많아지는데, 매일매일 부모님과 지내며 고민들을 공유하기도 하며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릴 적부터 해외에서 장기간 살아보고 싶었다. 앞서 말했듯 ‘학교를 다니며 할 수 없는’에 포커스를 두어 올해 반드시 해외에서 지내기로 마음을 먹고, 본격적으로 준비 중이다. 영어라는 언어는 10년을 넘게 공부해도, 프리토킹이 쉽지 않다. 특히 한국에 있으면 내 영어 실력에서 더 성장하기란 어렵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나는 영어 말하기에 목이 말라 있는 사람으로서, 올 한 해 남은 기간 동안 영어공부를 하러 영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영국으로 가는 과정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단기간의 어학연수를 갈지, 긴 여행을 떠날지 등등.. 여러 선택지 중에서 나는 영국 방문학생을 택했고, 출국을 위해 열심히 해야 할 일들을 해내고 있다.
다음 주가 지나면 5월. 내가 쉬며 안온한 일상을 보낸 지도 벌써 6개월이다. 총 1년간의 휴학기간이 벌써 반이나 흘러갔는데, 의미 있는 기간이었는지 누군가 물으면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훌쩍 지나 훗날 떠올린다면, 지금 이 순간을 많이 그리워할 것 같다.
해외생활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한 발짝 나아가기 전 발돋움 하듯 물러난 요즘. 정말 푹 쉬어가는 단계이다. 나의 휴학기간 중, 도전하는 단계도 스스로가 응원한다. 그리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