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하나 하나가 세계라면, 도서관은 우주일 것이다.
높게 서서 네모난 세계들을 그 몸에 담고 있는 책장이 소우주라면, 우리가 좁고 높은 책장 사이를 ‘ㄹ’자로 오가며 걷는 것은 우주를 걷는 궤적일지도. 어느 날엔 <몽테뉴 수상록>을 읽었는데, ‘몽테뉴의 최대 관심사는 항상 자기라는 소세계를 완성해가는 일이었다’는 문장을 보고는 도서관에 올 때마다 그 문장이 떠오르기도 했다.
내게 도서관은 읽는 공간이 아니라 만드는 공간이다. 여러 세계를 들락거리며 좋아하는 별을 찾아내고 내 우주를 형성해 가는 공간이다. 마음에 드는 책의 책등에 검지손가락을 걸고 책장 밖으로 뽑아내는 건 우주선의 출발 래버를 내리는 것과도 같다. 나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언덕 위에 워더링 하이츠 저택을 등지고 서 보기도 하고, 개츠비와 함께 향락이 가득한 파티에 참가했다가 진이 빠진 채 돌아오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내 우주도 조금씩 커져 간다.
그렇게 도서관은 커다란 우주를 자기 몸에 담고, 누구든 마음껏 그 몸을 유영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도록 둔다.
나는 지금도 이 글을 도서관에서 쓰고 있다. 그러니까 이 글은 우주에서 쓰인 글이자, 우주를 누비다 만들어진 내 세계의 한 페이지다.
두루뭉술하던 도서관의 의미가 글을 쓰니 좀 더 명확해진다.
공교롭게도 오늘 4월 12일은 도서관의 날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