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의 A부터 Z까지
우선 <마우스필>의 분류는 교양과학도서이자 실용서라고 할 수 있다. 요리를 다룬 많은 책이 요리 레시피를 담고 있듯이, 이 책에도 적지 않은 지면을 요리 레시피에 쏟고 있다. 다른 책들도 그렇지만, <마우스필>의 맥락으로 레시피는 단순한 레시피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강낭콩 특유의 식감에 대해 설명하는 파트에서 이를 활용한 일본 요리를 설명하는 전개는 지식을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부가적인 설명장치로서 작동한다.
책은 원재료부터 시작해서 질감, 조리, 식사 경험이라는 요리와 식사라는 전제적인 프로세스를 다루고 있다. 섹션은 7개로 구분된다. 간략히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첫번째 챕터는 오감의 상호작용, 두 번째 챕터는 원재료의 특성, 세 번째 특성은 물리적 감각, 네 번째 특성은 입 속의 음식의 변형을 통한 질감, 다섯 번째 챕터는 조리를 통한 마우스필의 변형, 여섯 번째 챕터는 앞서 나온 정보들을 종합한 폭넓은 재료의 질감, 마지막 챕터는 좀 더 통합적인 의미에서의 식사를 다룬다.
많은 책이 초반에 공들여 매력적인 글을 쓰는 것처럼, 나도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두 번째, 네 번째 챕터를 재밌게 읽었다. 첫 번째 챕터에서는 점성, 온도, 혀의 화학적 작용으로 인한 다양한 감각의 조화에 대해 설명한다. 예를 들어 음식의 점도를 높이면 향의 인식 정도가 낮아지고, 자극과 통증은 단맛, 쓴맛, 감칠맛 강도를 줄인다. 책에서 전달하는 내용은 실제로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적용할 수 있어 흥미롭다.
예를 들어 아직까지 사랑받고 있는 불닭 볶음면을 생각해보자. 불닭 볶음면은 캡사이신으로 인해 강렬한 통증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면 자체가 가지고 있는 단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러한 매운맛의 경험은 뜨거운 물을 버리고 비빈 불닭 볶음면 자체와도 연결되는데, 불닭 소스의 알싸한 냄새가 뜨거운 온도에 묶여 '매운맛'이라는 느낌을 좀 더 강렬하게 만든다.
이런 불닭볶음면이 참치마요와 함께 즐기는 음식이 되는 것도 다른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참치마요은 상대적으로 차갑고 점성이 있고 지방질이 있는 고소한 식재료인데, 점도를 높인 참치마요는 향 인식 정도를 낮추고 특유의 단맛으로 캡사이신의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참치마요와 함께 먹는 불닭 볶음면은 다양한 자극의 중간을 맞춘 음식이라 할 수 있으며, '더 많이 넣음으로써 중간을 맞추는' 기묘한 식사경험을 제공하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실제의 삶과 연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번째 챕터도 흥미롭다. 사실, 두 번째 챕터는 마냥 맛있는 챕터가 아니다. 왜냐하면 원재료의 형태를 알 수 없게 된 현대인들에게 생태 속에서 살아온 원재료의 특성을 살피는 것은 그 배후의 생명력을 마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몸을 지탱해야 하는 육상 생물과 지탱할 필요는 없지만 물의 저항을 받는 해상생물의 질감 차이다.
이 부분에서는 얼마 전에 읽었던 책 <분자 조각가>가 생각났다. 우리는 각 생물의 진화과정에서 찾아낸 화학적 물질을 통해 생명을 연장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왔다. 말하자면 우리는 과학 기술을 통해 다른 생물의 진화를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음식의 특별한 경험도 각 생물의 독특한 진화과정과 환경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발견은 새삼스럽고, 또 약간은 충격적으로 느껴진다.
네 번째 챕터에서는 질감에 대한 좀 더 심도깊은 내용이 들어있다.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음식의 탄성, 가소성, 점탄성 부분이었다. 입 안에 존재하는 물체의 물리적 특성은 식사경험에서 중요한 부분이 된다. 음식의 단단함에 따라 더 큰 힘이 필요하고, 탄성에 따라 쉽게 파괴되는지, 변형되는지가 갈린다.
껌과 같은 유연하고 쉽게 변형한 간식은 파열하는 재미는 없지만 구부리고 변형하고, 찢을 수 있는 재미는 있다. 결합 조직이 많은 고기 조각들 역시도 파열하는 대신 찢어 먹을 수 있다. 이러한 음식과 반대로 비스켓은 약간 힘을 가하여 파열되면서 복구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이보다 살짝 강도가 약한 지방질의 초콜렛도 파열되지만 더 약한 힘이 요구되며 부스러기가 남는 대신 입안의 온도로 녹아내려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이처럼 질감에 대한 이해는 '마우스필'의 경험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나가며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원초적인 생존의지와 원초적 관계에 대한 묘한 감성을 자극한다. 프루스트의 가장 유명한 장면이 마들렌의 향이었던 것처럼, 우리는 식사를 단순한 식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외로운 날 화끈한 음식을 먹어 배 안쪽을 끓일 수도, 입안을 기포를 내포한 생크림으로 가득 채울 수도 있다. 유독 기억에 남는 식사가 개인들의 어떤 부분을 정확히 겨냥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음식을 먹는 당사자는 그것을 삶의 실마리로 다룰 때 식사와 삶이 함께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 <마우스필>은 사람들의 여러 부분을 다루는 좋은 책이고, 미식가부터 삶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까지, 많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