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솔직함이라면, 누구든 마음의 빗장이 풀려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지 않으면서 괜찮은 척 연기하는 태도보다 솔직하게 모르면 모른다고 인정해 버리는 태도가 훨씬 매력적이다.
타인의 괜찮은 점을 억지로 찾는다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에 발린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솔직하게, 어렵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용기이다.
책을 읽다 보면, 위에 발췌한 예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책 <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에 수록된 수십 통의 편지 곳곳에서 이 같은 제인 오스틴의 위트를 발견할 수 있다. 평범한 일상의 편지들을 끝까지 읽어갈 수 있게 만든 힘은 그녀의 비범한 표현과 문장이었다.
제인 오스틴에게 편지란 무엇이었을까, 어떤 존재였을까? 책 <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을 읽는 내내 나는 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단지 안부를 묻기 위한 연락 수단에 불과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보다는 지금의 제인 오스틴을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 디딤돌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믿는다. 그녀가 글솜씨를 연마하고 글쓰기를 사랑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궁극엔 그녀를 작가의 길로 이끈 대단한 존재였을 것이다.
다큐멘터리와 에세이, 그 사이 어디쯤에서 마음껏 세상을 보고 느끼고 기록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준 편지. 제인 오스틴에게는 편지가 곧 습작 노트가 아니었을까? 그녀의 편지를 먼저 읽고 난 후 그녀의 작품을 읽는다면, 그 안의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작품을 더 잘 감상하고 싶다면, 편지를 읽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