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것
시간을 보내는 것
생각하는 것
주변을 감상하는 것
숨을 돌리는 것
산책은 내게 이렇다. 이외에도 하릴없이 공원을 걷는 것. 공원이 아니더라도 걷는 길이라면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새로운 곳을 보는 것. 마실 가고 싶다며 습관적으로 창밖을 훔쳐보는 나에게 산책은 잠시 시간을 멈추는 것과 같다.
모두의 공통 시간은 흘러가지만, 나의 시간은 멈춘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잠시 나의 것을 멈추고 내 주변의 것을 눈으로 담아 내 사람들을 챙기던가 평소에 놓친 것들을 올바르게 바라본다. 어떨 땐 일상을 재정비하기 위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문득 떠오른 키워드나 영감을 기록하고 구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최근 산책을 떠올려본다. 업무로 꽉 막힌 생각을 환기하기 위해 서울숲 공원을 거닐었다. 현실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일상을 마주하는 나의 마음이 더 유연해졌다. 그래서 나는 산책의 의미를 사유하기 시작했고 뒤이어 발견한 <산책가의 노래>에 호기심이 들었다. 더군다나 작가의 에세이라 하니 산책이 다른 이에게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졌다.
작가의 산책을 표면적으로 적자면 다음과 같다. 작가는 연이어 겪은 슬픔을 산책의 경험으로 다듬었고 이를 수채화와 토막글로 승화해 산책을 사용했다. 상실을 겪은 여름 이후로 세 번째 여름에 다다르기까지, 산책을 통해 보이기 시작한 주변을 글과 그림으로, 그리고 책으로 탄생시켰다.
작가에게 산책은 책에 담긴 모든 내용이라 생각한다. 작가는 제 시간을 무던히 보내는 자연을 본다. 그리고 본인의 슬픔을 떠나보내며 대신 채워 넣은 산책은 우리도 흔히 접하는 것과 같지만 작가의 산책은 더 느리고 세세하다. 각자의 산책을 공유하며 산책의 의미와 쓰임은 날이 잔뜩 선 우리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고 산책이 포착한 발견은 우리의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