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메디아], 새로운 메디아와 놀라운 가능성을 엿보다

글 입력 2014.10.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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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심이 많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들어본 이름, 메데이아 혹은 메디아.
이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악녀의 대명사로 흔히 인용되어 왔다.
남편 이아손에 대한 복수를 위해 그의 새로운 여자와 그 아버지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특히 자신의 몸에서 태어난 아이들까지 죽였다는 점.
바로 이 점이 메디아를 잔혹한 마녀로 오랜 시간 낙인찍히게 만들었다.
 
그러나 창극 <메디아>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혹은 알려고 하지 않았던
메디아에 대한 새로운 진실을 제시한다.
 
 
♪한때는 콜키스의 자랑스런 딸이었으나,
이제는 배신자요 반역자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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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가사처럼 메디아는 '콜키스'라는 나라의 고귀한 공주였다.
그런데 이 나라의 보물인 황금양털을 가져가기 위해 배를 타고 건너온 이방인,
이아손을 만나면서부터 그녀의 인생은 격렬하게 뒤바뀌기 시작한다.
그의 유혹에 넘어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메디아.
그를 도와 황금양털을 훔쳐 달아나는 과정에서 죽게 된 그녀의 아버지와 남동생,
그리고 남편을 위해 죽이게 된 그의 시숙부.
이들의 죽음은 메디아에게 끔찍한 죄책감을 안겨준다.
이아손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모든 고통을 감내해왔던 메디아.
 
♪죄를 짓는 것은 남자, 하지만 벌을 받는 것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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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행복도 잠시 뿐, 남편 이아손은 그녀를 무참하게 버리고
다른 나라의 공주 '크레우사'와 결혼을 계획한다.
자식들까지 빼앗긴 채 추방당하게 된 메디아가
마지막 남은 하루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었을까?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여자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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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저린 분노와 한밖에 남지 않게 된 메디아.
그녀는 신들이 준 마력과 마법을 이용해서 크레우사에게 독이 가득 묻은 옷을 보내
크레우사와 그 아버지를 잔인하게 살해한다.
그러나 그들의 시체 앞에서 메디아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내가 준 목숨, 내가 거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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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극 중에서 가장 가슴아픈 장면이 서서히 나타난다.
바로 메디아가 스스로, 이아손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의 아이들을 죽이는 장면.
뒤 편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코러스도 이 때만큼은 
"신이여, 막아 주소서", "이것은 살인입니다."라고 외친다.
그러나 메디아에게 있어 이것은,
살아있다면 지옥같은 삶을 영위해야 할 아이들을 위한 선택이자,
복수의 완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결국 메디아는 아이들을 죽인 채, 가슴아픈 울음소리와 함께 정처없는 여행을 떠난다.
 
 
2500년 전의 고대 신화와 우리 민족의 전통 갈래인 '창'이 만나 이룬 조화와 결합은
생각보다 놀라웠다.
메디아의 절절한 '한'을 직접적으로 전달할 때 창은 굉장히 효과적이었고,
무대 연출과 연기도 기대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대극장 뮤지컬이나 오페라 앞에서 창극이 가지는 경쟁력이 얼마나 될 수 있을까, 하는 나의 우려는
창극 <메디아>를 본 후 완전히 사라졌다.
 
<메디아>를 통해서 확인한 창극의 놀라운 저력과 가능성,
창극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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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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