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다 우연히 들른 어린이 도서관에서,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의 동화책 『해방자 신데렐라』를 읽게 되었다.
저자 리베카 솔닛은 예술 평론과 문화 비평을 비롯한 다양한 저술로 주목받는 작가이자 인권운동가로, 2010년에는 미국의 대안 잡지 <유튼리더>가 선정한 '당신의 세계를 바꿀 25인의 사상가'에 이름을 올렸다. 이 동화책은 국내 신문(한국일보, 경향신문 등)에서도 소개되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지금까지의 우리가 아는 '신데렐라'와는 다른 방식으로, 그리고 그 주변 인물도 모두 '자신답게' 해방시킨다.

먼저 책에 실린 아서 래컴(Arthur Rackham)의 일러스트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데렐라' 책에서는 의붓언니들을 못생기게, 주인공 신데렐라는 돋보이게 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솔닛은 이러한 관습을 깨는 한편, 등장인물의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배제하기 위해 일부러 실루엣을 활용한 일러스트를 선택했다고 한다.
작품의 전개는 익숙하다. 새언니들과 새어머니에게 시달리다가 대모 요정을 만나 호박 마차를 타고 무도회에 가는 신데렐라의 모습 말이다. 하지만 결말은 전혀 다르다. 『해방자 신데렐라』는 제목 그대로 모두에게 해방을 선사한다.
처음에 해방되는 것은 그녀가 무도회에 갈 수 있게 해준 쥐와 도마뱀이었다. 대모 요정은 말과 마차꾼, 말구종이 된 쥐와 도마뱀에게도 그대로 남을지 아니면 이전으로 돌아갈지 선택권을 주고, 그에 따른다.
이는 "모든 존재의 해방"이라는 불교의 의미를 담은 ‘해방’에 대한 작가의 의도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 책에서 우리가 아는 신데렐라와 왕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신데렐라는 평소 시장에서 식재료를 사며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겼고, 집에 돌아와서는 요리하는 일에 큰 기쁨을 느꼈다. 결국 그녀 또한 대모 요정의 도움으로 케이크 가게를 열게 되었고, 그곳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진정한 행복을 찾아갔다.
왕자는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원해 농부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기존 동화에서 봤듯이 결혼하지 않고 그저 좋은 친구로 남는다.
그러면 '권선징악'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새언니들과 새어머니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새언니인 펄리타와 팔로마는 어릴 때부터 좋은 집에 시집가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꾸미는 일에 관심이 많았고, 실제로 꾸미는 것을 즐겼다. 결국 그들은 신데렐라에게 사과한 후, 펄리타는 미용실을, 팔로마는 양장점을 열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어 높은 만족감을 얻었다.
자신의 계획이 모두 틀어진 새어머니는 "더 많이", "빼앗아야 해"를 반복하며 미쳐가고, 신데렐라의 친어머니가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권선징악의 결말을 맞이한 것이다. 결국 각자가 자기다움을 발견하며, 새어머니를 제외한 모든 인물이 해방을 경험하게 된 셈이다.
리베카 솔닛은 현대 사회에서 결혼이 더 이상 여성의 경제적 지위나 신분을 결정짓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결혼 서사를 과감히 제거했다. 또한 실루엣 일러스트를 통해 미덕, 아름다운 외모, 높은 신분이 동일한 가치로 여겨지던 기존 관습 역시 비틀어 놓는다.
비록 이 작품도 이미 수천 권이 출간된 '신데렐라' 각색 동화 중 하나일 수 있지만, 기존 신데렐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무엇보다 '신분'과 '높은 직급'의 틀에서 벗어나 모든 인물이 진정한 '자기다움'에 초점을 맞춰 살아간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실제 필자는 최근 한 모임에서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 자리에서 많은 이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행동한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그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일보다 타인의 기대에 맞춘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당시 모임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필자는 이 책을 떠올리며 '용기 있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실제로 그렇게 선택하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리베카 솔닛의 신데렐라는 동화임에도 불구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특히 '멋'을 중시하는 청년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특히 문화 비평가인 리베카 솔닛이 쓴 첫 동화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동화임에도 불구하고 문체 곳곳에서 현대 사회에 대한 그녀의 통찰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아이들에게는 보다 자유롭게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성인에게는 깊은 성찰을 제공하며, 연령과 상관없이 모든 독자에게 권할 만한 가치가 있다.
신데렐라는 '진정한 자유로움' 속에서 자기다움을 찾았다. 어쩌면 해방이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따르던 시선과 기대에서 벗어나 비로소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순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