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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곰으로 유명한 일본의 ‘나가노’ 작가가 그린 만화 「먼작귀」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중 ‘모몽가(하늘다람쥐)’는 독특한 설정을 지닌 존재다. 모몽가는 원래 ‘데카츠요(거미키메라)’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거대하고 강한 데다 무섭게 생긴 존재였지만, 어느 순간 먼작귀족의 몸을 갖게 된다. 반대로 원래 모몽가의 영혼은 데카츠요의 몸으로 이동해 몸을 돌려달라며 쫓아다닌다. 모몽가는 몸을 돌려줄 마음 없이 귀여운 자기 모습을 신나게 즐기고, “나 귀엽다고 말해!”를 외치며 자신의 새로운 몸을 과시하기도 한다.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게 되는 이유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닐 때가 있다. 모몽가 역시 그런 캐릭터였다. 외견은 매우 귀엽지만, 소위 ‘민폐 캐릭터’라고 불릴 정도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른 캐릭터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제멋대로에 안하무인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모습 탓에 독자들에게 특히 호불호가 갈린다. 그러나 나는 살짝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먼작귀 세계관에서는 자연에서 여러 음식이 솟아난다. 음식의 샘이 마를 경우, 노동을 통해 돈을 벌어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다소 현실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모몽가는 이런 사회에 적응하지 않은 채 솟아나는 음식을 먹으며 지낸다. 그러나 ‘기근’ 에피소드에서는 처음으로 음식의 샘이 마른다. 작은 과일 등을 채집해 먹을 수는 있지만, 완전식품이 마구 솟아나지는 않는 것이다. 배고픈 모몽가는 치이카와를 물어뜯기까지 하지만, ‘먼작귀족’을 먹고 살았던 이전의 모습과는 달리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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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먼작귀, 출처 나가노 작가 @nanchiikawa 트위터


 

잔뜩 겁을 먹은 치이카와는 일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하치와레(가르마)’와 함께 모몽가를 데리고 야간 채집에 나선다. 빛나는 버섯 포자를 채집해서 일당을 받아야 하는 일이다. 모몽가는 노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채 가만 누워 하치와레가 제안한 식사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하지만 우연히 퐁실한 꼬리에 붙은 포자들을 채집해 보수를 받는다. 그 후 모몽가는 야간 채집이 끝나고 뜨는 해를 바라보며 치이카와, 하치와레와 함께 ‘아침 정식’을 사 먹는다. 이때 치이카와와 하치와레는 고된 노동 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나오는 무의식적인 반응을 내보이는데, 모몽가 역시 자연스럽게 귀여운 행동을 따라 한다. 나에게는 의식적으로 ‘귀여운 척’을 하던 이전 에피소드의 모습과는 어쩐지 다르게 다가왔다.


가끔 나는 인간임을 흉내 내고 있다는 감각을 느낀다. 어렸을 때부터 눈치가 없는 편이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친해지고 싶은 사람으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 무리에 섞여 들어가려면 나 역시 비슷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어렸을 때 타인을 모방하며 행동 방식을 배우지 않는가. 관찰과 학습을 통해 습득한 사회적으로 적절한 반응, 즉 상대에 따른 페르소나를 앞세운 말과 행동을 한다. 그렇게 배운 사람다운 행동들은 사실 옆에 있던 누군가를 모방한 결과에 가깝다. 그 대상은 가족이 될 수도 있겠고, 학교에서 만난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몽가의 경우 이는 사회화보다는 재사회화에 가깝다. 괴물의 방식으로 살아온 존재가 새로운 규칙과 사회 속에서 먼작귀족으로서 다시 배워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본질은 동일하다. 치이카와와 하치와레를 관찰하고 따라 하면서, 먼작귀 사회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조금씩 익혀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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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와 모몽가, 출처 나가노 작가 @nanchiikawa 트위터


 

이후 모몽가에게는 친구 비슷한 존재도 생긴다. 바로 헌책방 주인 ‘카니’. 모몽가는 카니를 부하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카니는 모몽가를 친구로 대한다. 모몽가가 이기적인 행동을 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되는 행동을 할 때는 말리기까지 한다. 이를 통해 사회화에는 이런 타인이 필요함을 일깨운다. 카니는 모몽가가 먼작귀 사회에 편입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완충 장치처럼 보인다.


지금은 몸을 빼앗겨 데카츠요의 몸에 들어간 원래의 모몽가 역시 재사회화가 필요할 것이다. 데카츠요에게도 함께 다니는 ‘아노코’가 있다. 아노코는 원래 먼작귀족이었다가 키메라로 변모한 경우로, 괴물로서의 삶에 완벽하게 적응한 상태다. 사실 몸을 빼앗긴 데카츠요 입장에서는 원래의 몸을 되찾는 것이 가장 나은 시나리오겠지만, 전개를 보니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데카츠요 또한 현재의 몸에 대해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면, 덜 우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국 모몽가와 데카츠요, 두 캐릭터 모두에게 재사회화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새로운 몸에 맞는 새로운 생존 방식을 배우는 것. 그리고 그것은 무리의 다른 친구들을 모방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모몽가는 여전히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캐릭터라, 앞으로 정말 ‘성장’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존재가 새로운 집단에서 무리를 흉내 내는 모습은, 인간이 사회 속에서 반복했던 적응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에. 언젠가는 완전히 먼작귀족으로 편입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가진다. 모몽가를 통해 인간답게 행동하는 것이 처음부터 당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떠올리며, 이 작은 하늘다람쥐를 조금은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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