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KakaoTalk_20251113_230027262.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11/20251114210812_xurnpnoy.jpg)
아트인사이트에 올라오는 다양한 문화예술 글을 보며, 이곳에 글을 쓰는 에디터들은 어떤 사람들일지 항상 궁금했었다. 책, 영화, 음악, 미술 등 비슷한 관심사를 갖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쓰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왠지 나와 비슷한 결을 지니고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에 지원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모임을 통해 다른 에디터분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공지가 뜨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러 카테고리의 모임에 신청했고, 7월부터 10월까지 공연이라는 공동 관심사를 가진 에디터 세 분과 만남을 이어갔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내게 큰 도전이었다.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하고, 타인에게 나를 드러내는 일이 조금은 두려웠기 때문이다. 모임을 신청할 때는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막상 에디터분들과 만나기로 한 날짜가 다가오니 조금 긴장이 되었다. 어떤 분들이 나올지, 내가 기대하는 것처럼 나와 잘 통할지 설렘과 약간의 초조함을 안고 대학로의 한 스타벅스로 향했다.
처음엔 대화 사이사이에 짧은 침묵이 흐르기도 했지만, ‘아트인사이트 에디터’와 ‘공연’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어서 그런지 우리의 첫 만남은 꽤 순조롭게 흘러갔다. 평소 즐겨 보는 공연 장르나 글 쓰는데 겪는 어려움 등의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공감대가 형성되어, 살짝 경직됐던 분위기도 서서히 부드럽게 풀어졌다. 공연을 보기 전에 짧은 대화를 나눈 것뿐이지만, 벌써 이들과 조금은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함께 본 첫 공연은 뮤지컬 <프리다>였다. <프리다>는 프리다 칼로의 강렬한 생애와 작품, 사랑, 고통 등을 쇼 형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우리 모두 화려한 무대 연출 없이도 무대를 꽉 채우는 네 배우의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음악에 감탄했다. 배우들의 에너지에 압도당한 채 공연장을 나섰고, 지하철역까지 가는 짧은 시간 동안 감상을 나누며 공연의 여운을 즐겼다.
그 다음에는 KU 시네마테크에서 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를 함께 관람했다. 첫 만남 때 우리 모두 공연뿐 아니라 영화에도 관심이 많다는 걸 대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다음 모임 때는 영화를 같이 봐도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어떤 영화를 볼지는 그때 스케줄에 맞춰 정하자고 했었다. 그런데 마침 밴드 토킹헤즈의 공연 실황을 담은 <스탑 메이킹 센스>가 우리 모두의 일정에 맞는 시간대에 상영되고 있었다. 뜻밖의 우연 덕분에 영화를 보면서도 ‘공연’ 모임의 명분을 지킬 수 있었다.
<스탑 메이킹 센스>는 88분간 가만히 앉아서 보는 게 고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겨운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이었다. 리드미컬한 음악에 맞춰 범상치 않은 춤사위를 선보이는 데이비드 번을 따라 나도 음악에 맞춰 리듬타며 이 영화, 아니 공연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게 들었다. 영화 보는 내내 혹시 나만 이렇게 몸을 들썩였나 싶었는데, 다행히 다른 분들도 가만히 앉아서 보기 힘들었다며 영화에 완전히 몰입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모두 같은 마음으로 작품을 즐겼구나 싶어 웃음이 나왔다.
세 번째 모임은 서울숲재즈페스티벌에서 이뤄졌다. 마침 재즈에 관심을 두고 있던 터라, 혜린 에디터님이 함께 가자고 제안해 주셨을 때 내심 기쁘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선선한 초가을 바람이 부는 9월의 어느 날, 우리는 푸릇푸릇한 서울숲의 풍경과 재즈를 즐기며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혼자 왔다면 조금 외롭고 쓸쓸했을 테지만, 다른 에디터분들과 담소도 나누고 점심도 함께하며, 공연 중간중간 비는 시간도 알차게 채울 수 있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공연 모임도 어느새 마지막을 앞두게 되었다. 우리의 만남은 주로 평일 저녁에 이루어졌는데, 공연이나 영화를 보고 나면 시간이 너무 늦어져 감상을 길게 나누지는 못했었다. 늘 아쉬움이 남았기에 마지막 모임에서는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올해 봤던 가장 좋은 공연, 인상 깊게 본 콘텐츠 추천, 글 쓸 때 가장 막히는 부분 등 첫 만남 때와 비슷한 대화 주제였지만 세 번의 만남으로 서로 가까워진 탓인지 이전보다 훨씬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음악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과 페스티벌, 콘서트 위주로 공연을 보러 다녔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친구들이 그렇듯, 우리도 서로의 취향에 영향받아 즐겨듣는 가수와 공연을 관람하는 방식 그리고 체력까지 점점 비슷해져갔다. ‘또 다른 나’처럼 느껴지는 편한 이들과 공연을 보러다니는 일은 언제나 내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줬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익숙한 세계에만 머물러있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이번 모임에서 만난 에디터 세 분은 모두 비슷한 성향과 관심사를 갖고 있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점이 더 많았다. 클래식, 뮤지컬, 밴드 등 즐겨 듣는 장르도 달랐고, 나와 달리 평소 공연보다 오프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더 선호하는 분들도 계셨다. 몇 가지 공통된 관심사를 공유하면서도, 또 각자 다른 자신만의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공연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큰 변화 없이 비슷하게 흘러가던 내 일상에 변칙적인 리듬을 선사했다. 아무리 좋은 리듬이어도 규칙 안에서만 움직이면 금세 지루해지는 법. 우연과도 같았던 이번 만남은 내 삶에 기분 좋은 균열을 내며, 나의 일상을 더 풍부하고 다채롭게 채워주었다. 그렇게 반복되는 낯익은 일상에서 찾은 신선한 재미와 이야기를 소중히 품고 언젠가 있을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