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준비하면서, 새롭지만 익숙한 감정을 느낄 때가 많다. 가까운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마음 또는 그들을 향한 질투심, 그리고 돌아오는 자신에 대한 실망과 자책. 시작점을 알 수 없이 꼬여버린 내 모습을 매일 아침 마주하는 것이 한때는 견딜 수 없었다.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상충하는 시기에 내가 깨달아야 하는 것과 깨달음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우연히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IQ 180의 피아노 천재 소년 비투스 - 영화 <비투스>는 5살의 나이에 어른도 풀기 힘든 온갖 난해한 학문을 거침없이 풀어내는 천재 소년 비투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아들의 남다른 능력을 알아챈 부모님은 비투스가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바라지만, 비투스에게 그런 부모의 관심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리고 유일하게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는 할아버지와 있는 시간이 가장 좋은 비투스는 극적인 반전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되찾게 된다.
특출난 재능은 결코 부러운 것이 아니다. - 영화 속 비투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누구보다 평범한 삶을 꿈꾸는 소년이었다.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는 '평범함'과 어울리는 삶을 살기란 어려웠던 그는 한동안 그로 인한 스트레스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무언가를 특출나게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했다. 잘하는 게 뚜렷하면 진로를 정하기도 쉬울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이기적인 판단이었단 사실을, 영화를 통해 깨달았다.
자신에게 남다른 재능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비투스와 같은 천재들의 고달픔을 공감하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모두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그에게도 나에게도 건강한 사고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몇몇 천재들에게는 나와 같은 지극히 평범한 삶도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으면 좋아하는 것을 버려야 해' - 모든 일에 도전해도 해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재능을 가진 비투스가 평범한 삶을 원한다고 말할 때, 그의 할아버지가 그에게 충고한 문장이다.
해당 장면에서는 비투스의 상황보다 내 상황에 더 이입했던 기억이 난다. 좋아하는 걸 버리면 영영 내 길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하루종일 특정 분야만 붙잡고 있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지금에서야 입밖으로 꺼내보지만, 완전히 볼품없는 집착이었다.
우리는 다른 어떤 것을 생각하기 전에 온전히 나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그러다 보면 익숙한 것보다도 새로운 것에 관심이 가게 되고, 그렇게 찾은 답이 비로소 내 길이었단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과 그 외의 것을 알맞게 버무린다면, 과거의 집착보다는 더 나은 길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 삶도 누군가에겐 부러운 삶이다. - 비투스의 부모님은 비투스의 뛰어난 IQ에만 관심이 있을 뿐, 정작 비투스가 원하는 삶과 그의 진심은 궁금해하지 않았다. 모르는 단어를 물어봐도 대답해 주지 않는 그의 어머니와 가정보다 일이 우선인 듯 보이는 그의 아버지는 비투스와의 추억보다는 그들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데만 관심이 많다.
비투스와는 정반대의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우리 집이 세상에서 가장 화목한 집이라는 생각과 함께 자랐다. 부모님께서는 주말마다 나와 동생을 데리고 캠핑을 하러 다니셨고, 국내엔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구석구석을 여행했다. 영화 속 비투스의 가정을 보고 난 후에 나는, 내가 부러워했던 그들만큼이나 부러운 삶을 살고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동시에, 많은 경험과 넓은 세상을 보게 해주신 부모님께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영화 <비투스>를 통해 이미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지금까지 해온 특별한 경험들이 내가 가진 특출난 재능이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이러한 깨달음은, 누구나 다 갖고 있는 자격증과 활동 경력들이 의미를 잃어버리는 수많은 자기소개서 속에도, 오직 나만이 어필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부정적이기만 한 감정들로 뭉쳐있던 지저분한 털 뭉치의 시작점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
남을 나보다 우월한 존재로 여기고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더불어, 내가 가장 잘났다며 자랑할 필요도 없다. 나에게 없는 것이 그들에겐 있을 수 있고, 그들에게 없는 것이 나에게 있을 수 있으니.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는 것처럼, 그저 당연한 현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