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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기억을 노래하다


 

오차드뮤지컬컴퍼니의 2025년 창작 초연작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가 9일간의 프리뷰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고 오는 12월 28일까지 본공연을 이어간다. 작품은 한국전쟁 이후 남겨진 가족의 상처와 기억을 중심으로 잊힌 진실을 추적하는 한 청년의 여정을 그린다.

 

“잊어야만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끝까지 기억해야 하는가”


이 질문을 가슴에 품은 대학생 이우현은 1961년 4월, 전쟁 중 행방불명된 형을 찾아 길을 나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여정은 단순한 ‘형의 행방’이 아니라 가족과 사회가 감춰온 비극의 실체를 마주하는 과정이 된다.

 

우현의 형 윤섭은 이미 형의 죽음을 받아들였다고 말하지만 전쟁 후유증으로 인한 신경쇠약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과거를 놓지 못한다. 가족의 평화를 지키려는 형수 주희는 두 형제 사이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갈등을 다독이지만 그녀 역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전쟁의 생존자’로 남는다.

 

우현의 여정에 함께하는 인경은 양민 학살 유족회 청년 위원장으로 기록되지 못한 죽음을 집요하게 복원한다. “왜 이들의 삶은 기억되지 않는가”라는 인경의 물음은 작품 전반을 관통하며 전쟁 이후의 한국 사회가 마주한 침묵과 외면을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전쟁의 잔혹한 흔적을 ‘한 사람의 이야기’로 재구성한 작품은 개인의 고통을 통해 망각과 기억, 책임의 경계를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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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의 비극에서, 역사적 참사로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는 한 가족의 상처에서 출발해 민간인 학살이라는 집단적 트라우마로 확장된다. 국가폭력이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그 기억이 세대를 넘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그린다.

 

극본·연출을 맡은 배시현 작가는 실제 역사와 인간의 기억이 교차하는 지점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여기에 강철 작곡가의 감성적이면서도 단단한 음악이 더해져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13명의 배우들은 각자의 인물 내면을 섬세하게 구축하며 절제된 감정선으로 관계의 균열과 회복을 그려낸다.

 

밝은 미소 뒤에 전쟁고아의 생존 본능과 형을 향한 희망을 품은 서울대 상과대학 2학년생 이우현 역에는 이선우·임태현·조성태가 출연한다. 양민 학살 유족회 청년 학생 위원장으로 냉철함과 뜨거운 정의감을 함께 지닌 류인경 역은 최태이·장보람·윤지우가 맡았다.

 

전쟁 후유증 속에서도 가족을 지키려는 예민한 인물 이윤섭 역에는 임강성·김대웅·황두현, 우아하면서도 단단한 내면을 지닌 작가 서주희 역은 이은율·류비가 무대에 오른다. 또한 익살맞지만 속은 여린 우현의 친구 황종욱 역에는 전흥선·나재엽이 출연한다.

 

 

 

기억에서 위로로, 그리고 연대로


 

한국전쟁을 다룬 소설과 영화는 많지만 뮤지컬이라는 형식으로 그 비극을 다루는 시도는 드물다.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예술적 의의를 지닌다.


작품은 전쟁의 기록을 노래와 리듬을 통해 정서적으로 재구성하여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세대가 감정적으로 그 시대의 공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감각적 통로를 마련한다. 전쟁 세대가 점점 사라지는 지금 이러한 창작 뮤지컬의 등장은 집단적 기억의 단절을 막는 예술적 기록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언어로 남지 못한 개인의 목소리를 노래와 무대 언어로 복원하며 새로운 세대가 과거를 체감하고 성찰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뮤지컬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는 단순히 과거의 상처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우리 사회가 여전히 마주해야 할 책임과 연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물음은 전쟁의 시대를 넘어 차별과 혐오, 무관심이 반복되는 오늘의 현실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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