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사랑하지만, 봐도 봐도 어렵고 봐도 봐도 모르겠는 것이 예술이다.
뭔가 알 듯하면서도 다시 보면 또 모르겠는 '예술'. 그런데 이런 생각이, 단지 나만의 것이 아닌 듯하다.

책 <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는 어느 날 문득, 이상한 예술 세계에 궁금증이 생긴 저자가 이 질문에 답을 얻고자 평탄하던 저널리스트로서의 삶을 잠시 뒤로하고 예술 시장으로 뛰어든 여정을 담은 에세이이다.
모두가 경탄하는 그림 앞에서 혼자 바보처럼 멍하니 서 있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의 표지만으로 흥미 레이더가 자극될 것이다.
이건 대체 뭘 그린 거지...?
우연히 어린 시절 보았던 할머니의 '춤추는 당근' 그림을 다시 보게 된 저자의 마음속에 커다란 파도가 치기 시작한다. 전쟁으로 척박한 환경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할머니. 이전에는 그림과 전혀 무관한 삶을 살던 할머니가 그 이후 오래도록 놓지 않은 그림을 향한 열정을 떠올리며, 저자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커다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예술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그 이미지는 외관적인 부분부터 내면적인 부분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적인 부분은 하나같이 예술을 위해 굶어도 좋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배를 곯아도, 잠자리를 전전해도 그것보다 예술이 우선인 사람들. 도대체 예술이 뭐길래, 예술이 뭐라고!

저널리스트로서 평탄한 삶을 살아가던 저자는 그 삶을 집어던지고 예술계로 직접 걸어 들어가고자 한다. 하지만 예술계 사람들은 글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그들의 적이라고 생각하며 순순히 받아주지 않는다.
왜 그들은 저널리스트를 배척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예술계 사람들에게 저널리스트는 예술과 가장 먼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 저널리스트는 예술이 주는 전율과 공명에는 관심도 없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예술을 제대로 공부도 하지 않은 저자가 예술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조차 우습게 여겨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결국은 해낸다. 작은 갤러리의 헬퍼로 일을 하게 되며 드디어 갤러리스트로부터 예술계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저자 또한 작은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기에, 제대로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갤러리스트가 권하는 책과 공부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러리라는 공간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정글과도 같다.
과연 저자는 자신을 적이라 칭하는 예술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배웠을까?
책 <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는 한 저널리스트의 예술계를 향한 발칙한 도발을 담고 있는 책이다. 본디 글을 쓰는 사람이 저자인 책인지라 문장 하나하나 위트가 있어서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분명 이 책의 강점은 책 자체가 가지고 있는 주제에 담겨 있다.
저자의 필력을 제외하고도 책의 소재 자체가 너무도 흥미로운 책이기 때문이다.
예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예술 작품을 바라보면서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고개를 갸웃거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꽤 많은 전시회를 다녀보았다고 자신할 수 있음에도 아직도 예술을 잘 모르겠다. 심지어 가끔은 평론가들의 말을 읽으며 픽-하는 실소가 터져 나오곤 한다. 이해할 수 없으니까!
따라서 저자의 도전에 관심이 간다. 책등의 매체를 통해 그 세계를 간접적으로 들여다본다고 할지라도,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의 두 다리로 당당하게 실제 현장 속으로 걸어들어간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궁금할 수밖에 없다. 궁금하지만, 해소할 수 없었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잔다르크와도 같은 저자의 여정을 응원하게 된다.
저자의 여정이 어떻게 끝이 날까? 책 속에 답이 있다. 그리고 책을 다 읽어갈 즘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예술계를 향한 솔직하고 대담한 평가의 바탕에는 사실 누구보다도 크고 열정인 애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저 호기심으로 보기에 저자의 여정은 스케일이 너무 크다. 실은 사랑했기 때문에, 자신을 내던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용기가 없는 나는 방구석에서 책을 통해 저자에게 진심을 전했다.
당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니까, 믿을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