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키드’의 흥행 열기를 이어, 올해는 내한 공연이 한국 무대에 올랐다. 7월 12일부터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위키드’는 또 다른 감동으로 객석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필자는 한국 라이선스 삼연과 브로드웨이 공연을 관람했고, 이번이 세 번째다. 어린 시절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에 푹 빠져 지냈던 사람에게 사악한 서쪽 마녀의 숨겨진 이야기는 설레는 흥분을 안겨준다. ‘만약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늘 흥미롭다.
첫 관람에서는 친구와 연인을 모두 잃은 글린다에게 연민을 느꼈고, 두 번째 관람에서는 서로 다른 이상을 향해 나아가면서도 끝내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두 친구의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극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Good’과 ‘Wicked’라는 단어가 유난히 모순적으로 들리면서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선과 악 (Good and Evil)

‘위키드’의 포문을 여는 첫 장면에서 사람들은 사악한 서쪽 마녀의 죽음을 기뻐하며 외친다. “Good news!” '선'으로 '악'을 물리쳤다는 사실을 축하한다. 그러나 ‘글린다’와 ‘엘파바’의 숨겨진 이야기는 그들이 믿는 ‘선’과 ‘악’이 결코 절대적이지 않음을 드러낸다.
'엘파바'는 남들과 조금 다른 존재다. 초록빛 피부에 특별한 마법적 재능이 있다. 사람들은 그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녀를 배척한다. 항상 인간 사회의 가장자리에 있던 '엘파바'에게 어느 날 기회가 찾아온다.
'마담 모리블'이 '엘파바'의 재능을 알아본 것. 그녀는 '엘파바'에게 마법사를 위해 일할 수 있을 거라며 격려한다. “Unlimited” '엘파바'는 처음으로 자신이 인정받을 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희망찬 미래를 그린다. 그것은 '딜라몬드 교수'와 같이 소외된 존재들이 자유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처럼 보인다.
그러나 '엘파바'가 존경하던 마법사는 사실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는 오즈를 평화롭게 만든다는 명목으로 동물들의 권리를 빼앗으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한다. '엘파바'가 믿어온 '선'이 무너지고 그녀의 세상에 균열이 생긴다. 결국 '엘파바'는 사람들이 믿고 있는 기존의 ‘선’에서 벗어나 반대편에 선다.
다수가 믿는 명제는 곧 진실이 되기 쉽다. 그렇게 '엘파바'는 사악한 존재로서 공공의 적이 된다.

One question haunts and hurts
Too much, too much to mention
Was I really seeking good
Or just seeking attention?
Is that all good deeds are
When looked at with an ice-cold eye?
If that's all good deeds are
Maybe that's the reason why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날 괴롭히네
나의 모든 선행은 정말 순수했던가
관심을 끌어보려 벌인 연극은 아니었나
냉정히 판단해 순수한 선의라면
선은 비극의 시작
착해지려 할수록 벌을 받지
선은 비극의 시작
좋은 의도였지만 결과를 봐
넘버 ‘No Good Deed’ 中
'엘파바'는 자신이 생각하는 '선'을 행하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는다. '엘파바'의 동생 ‘네사로즈’조차 그녀를 비난한다. ‘엘파바’는 자신이 생각하는 ‘선’과 사람들이 정해놓은 ‘선’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그녀의 선한 행동이 비극을 불러오면서 선과 악의 경계가 흐려진다.
결국 어디에도 절대적인 선과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널 만났기에(For Good)
Because I knew you
I have been changed
For good
너로 인하여
달라졌어, 내가
넘버 ‘For Good’ 中
세상에 절대적인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이제 내면에 있는 순수한 울림에 귀 기울일 차례다.
'글린다'와 '엘파바'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면서 서로 다른 이상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러나 함께하기 위해 반드시 완전히 이해할 필요는 없다.
무도회에서 '엘파바'가 혼자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글린다'는 그녀의 곁에 서서 함께 춤을 춘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섞이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엘파바를 비웃던 친구들까지 그들 주위에 서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남들이 정해놓은 규칙을 깨고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지점에서 변화는 시작되고, 모든 가치는 공존할 수 있게 된다. '글린다'와 '엘파바'는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며 행복을 빌어준다.
그들은 또한 서로를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변화를 겪는다.

사악한 서쪽 마녀는 죽었고, 착한 마녀는 행복한 결말을 축하한다. 그러나 사실 ‘Wicked’는 초록빛 피부를 가진 남들과는 조금 다른 평범한 한 명의 마법사일 뿐이었고, '글린다'는 그녀의 유일한 친구였다.
세상에 존재하는 선과 악은 온전하지 않다. 모든 진실의 이면에는 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가치를 지니고 살아간다. 서로를 영원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결국은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결말을 꿈꾼다.
I hope you’re happy in the end
네가 결국엔 행복하길 바랄게
넘버 ‘Defying Gravity’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