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표 없이도 다른 나라로 여행할 수 있다. 바로 미술관을 찾는 것이다. 8월부터, 삼성역 근처에서 열리는 특별한 전시는 우리를 곧장 이탈리아로 이끈다.
마이아트뮤지엄의 '이탈리아 국립 카포디몬테 컬렉션: 나폴리를 거닐다' 전시를 소개한다.

2024년과 2025년은 이탈리아와 한국의 수교 140주년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문화예술적으로 정말 많은 행사들이 열렸는데, 이 전시 또한 그의 일환이다.
나는 각국의 문화를 교류하고, 그 속에서 깨달음과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장이 참 좋다.가장 부드럽지만 그럼에도 가장 강력한 힘이 '문화의 힘', 즉 문화 외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마지막 입장 시간에 겨우 뛰어 들어가듯 관람했는데, 그럼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이탈리아풍의 그림을 통해 이탈리아의 감성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이탈리아에서 직접 살아본 입장으로서, 그들의 따뜻함과 살가움이 그림 속에서도 고스란히 배어 있는 듯했다.
이탈리아 남부의 따뜻함을 느끼다
작품 <해변에서>
특히 이번 전시의 배경인 나폴리는 이탈리아 남부 도시다. 이탈리아 하면 밀라노 같은 패션과 경제의 도시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여유롭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 해양 도시들은 대부분 남부에 분포해 있다.
남부는 북부보다 훨씬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 덕분에 바다로 휴양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작품 속 풍경에는 그런 남부 특유의 생기와 햇살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림을 보면 마치 여행을 하는 듯했고, 괴테가 '이탈리아 기행'에서 이탈리아를 찬미 한 이유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직접 촬영한 이탈리아 남부의 해변
나 역시 이탈리아 남부를 여행할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특히 시칠리아의 바다는 아직도 내 마음 속 가장 선명한 풍경 중 하나인데, 이번에 본 '해변에서' 작품은 그 기억을 다시 불러왔다. 그래서인지, 전시장 한 켠에서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봤던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 발견하는 이탈리아 시대상
게다가 전시 속 그림들은 단순히 아름다움만 보여주지 않았다. 그 안에는 시대와 사회가 담겨 있었다. 계급에 따라 다르게 묘사된 여성들의 모습은 당시 사회 구조를 드러냈고, 이를 의도적으로 큐레이팅한 방식이 흥미로웠다.
'제 1장: 그녀들을 마주하다' 섹션에서는 회화에서 귀족과 서민 여성이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었는지, 그리고 여성상이 어떻게 확장되고 진화해 왔는지를 볼 수 있었다.

작품 <편지>
또한, 나를 가장 인상깊게 한 작품은 도메니코 인두노의 '편지'였다.
얼핏 보면 평범한 여인이지만, 이 그림은 이탈리아 통일을 꿈 꾸던 시대의 열망을 담고 있다. 창문 넘어 밀라노 대성당도 보이는 것으로 보아, 밀라노가 배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애국적 영감을 주제를 자주 다뤘고, 당시 19세기 예술가들은 이탈리아 통일 과정에 참여하고, 그로 인한 희생을 감내한 중산층들의 삶과 가치를 회복하는 것을 사회적 사명으로 여겼다. 이런 시대상을 알고 보면, 그녀의 시선 속에는 단순한 기다림이 아닌 만족적 이상과 희망이 숨겨져 있는 것이 보인다.
나폴리 출신 화가 '토모'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섹션도 마련되었는데, 그는 음울한 극내 공간을 주 회화 소재로 삼았으며, 어머니, 할머니, 병든 아이, 청소년기 여성 고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의 여러 작품 속에서도, 이탈리아 통일 운동에 대한 열망과 지지가 느껴지는 것이 흥미로웠다.
또한 강한 명암 대비와 극적인 구도를 통해 '실존적 불안'이 섬세하고도 여실히 느껴졌다.

이탈리아학을 공부한 나로서는 전시 속 곳곳에서 익숙한 개념들을 마주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베리즈모’, ‘리소르지멘토(이탈리아 통일운동)’, '오리엔탈리즘' 같은 용어들이 그림과 맞닿아 있었고, 친밀하게 설명도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예술은 시대의 고민과 열망을 가장 솔직하게 담아낸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단순한 감상 이상의 의미를 줬다. 그림 한 점 한 점이 당시의 사회적 딜레마와 역사적 맥락을 보여주며, 동시에 이탈리아라는 나라의 매력을 더 깊게 느끼게 했다.
이탈리아로 가득 채웠던 전시
이번 전시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하나의 여행 같았다. 미술관 안에서 나는 다시금 나폴리를 거닐며, 이탈리아의 역사와 감성을 만났다.
이렇듯 올해, 짧지만 깊은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 전시를 추천하고 싶다. 비행기 표를 끊지 않고도, 이탈리아의 정서를 느낄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