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으로 바라보는 풍경은 맨눈으로 바라보는 것과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카메라가 렌즈 한 겹을 사이에 두는 것만으로도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이 다시 달라지는 것처럼, 창을 하나를 사이에 두는 것은 이질적인 감각을 선사한다.
이 때문인지 창밖으로 무언가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직접 밖으로 나간 경험은 드물었다. 활동적으로 무언가 해내는 대신, 방 안에서 커튼 하나를 젖히는 것만으로도 내가 원하는 많은 것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다소 수동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태도임에도, 그러한 행위는 내게 즐거운 일탈이었던 것 같다.
언제나 무언가를 관조하는 입장이고 싶었고, 적당한 소외감과 소속감을 느끼고자 하는 내게 창 하나는 세상과 나를 단절시키고, 동시에 연결짓기에 충분한 무언가였다.
늘 자연물을 그리는 일이 즐거웠고, 실제로 표현하고 싶은 주제도 자연물과 맞닿아 있던 적이 많았다. 그림의 주된 주제가 되어주었던 감정은 내게는 자연스러운 무언가였고, 동시에 걷잡을 수 없는 존재였기에 인공물보다는 자연물과 어울린다는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인공물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생활 환경이 바뀌며 인공물의 기분 좋은 이질감을 느꼈고, 이들이 자연과 애매하게 엉켜 있는 모습이 자연물만을 병치한 것과는 또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어서였다.
인공물을 사이에 둔 풍경은 내게 아직도 낯설지만, 결국 그림을 그리며 느끼고자 했던 감정은 익숙지 않은 것들에 대한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새삼스럽게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의 매력은 이질적인 것을 다시금 접하고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