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더 무비는 지난달 27일 개봉 이후, 최고 흥행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주연 배우 브래드 피트는 ‘월드워 Z’ 이후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달성했고, 누적 매출이 3억 달러(약 4,100억 원)에 육박한다. 애플로서는 첫 오리지널 흥행작이다.
그렇다면 관객은 왜 이 영화를 선택했을까? 90년대 무비스타 브래드 피트의 화려한 귀환? 그는 이미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배우다. 탑건을 연출한 조셉 코신스키 감독에 대한 기대? 관객은 생각보다 냉철하다. 포뮬러1 마니아층 사이 입소문? 역대급 흥행을 위해서는 마니아층만으로 부족하다. 답이 나왔다. 조셉 코신스키는 전략적인 감독이다. 그의 대중 공략 작전이 성공적으로 먹혀들었다.
이 영화는 포뮬러1 75주년을 기념하는 레이싱 영화다. 포뮬러1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다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실제 레이싱 경기의 속도감을 스크린으로 옮겨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포뮬러1을 현실감 있게 재현하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
구태적 서사

주인공은 사연이 깊다. 우수에 찬 주인공을 알아보는 한 여인. 한편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이 있다. 사고를 계기로 멀어졌다가 결국 화해한다. 주인공은 꿈을 이룬다. 진부한 로맨스와 대립 구조. 인물을 설계하는 낡고 단순한 서사는 뼈대만 남았다. 관객에게 희열을 주기 위한 의도적인 전술은 때로 억지스럽다. 소니가 선글라스를 끼고 팀을 향해 걸어오는 장면이 감동을 주기 위해 반복된다. 브래드 피트는 멋있다. 감독의 의도가 노골적일 뿐. 영화가 멋있으면 다인가? (물론 상업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허용 범위 안이다.)
서브컬쳐가 메이저 장르로 떠오른 시대에 끼워 맞추기 구색용 로맨스는 필요 없다. 하필이면 이혼녀와의 로맨스라니. ‘꼰대와 꼴통’의 팀플레이는 말할 것도 없다. 소니와 조슈아를 충분히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음에도 납작하게 누른 점이 아쉽다.
두 사람은 다른 시대에 나고 자랐다. 특히 다른 방식으로 훈련하는 장면에서 두 사람의 세대 차이가 드러난다. 조슈아는 디지털 장비를 이용한 훈련과 매니저를 통한 외적 관리에 익숙한 반면, 소니는 경기 외적에 관심이 없고 구식 훈련으로 단련한다. 영화는 결국 조슈아가 소니의 방식을 존중하고 따르게 하지만, 구시대적 방식이 무조건 옳지는 않다. 좋아하는 분야가 일이 되었을 때는 책임감을 가지고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한다. 소니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그의 독단적인 행동에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소니와 조슈아는 서로에게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레이싱을 향한 두 사람의 순수한 열정과 사랑이 닮아있다. 특히 둘 다 레이싱 중에 죽을 뻔한 큰 사고를 겪는데 영화는 이를 ‘천재에게 주어지는 필연적인 시련’ 정도로만 사용한다. 사고 장면은 소니의 악몽으로 되풀이된다. 조슈아도 비슷한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들이 발견해야 했던 공통점은 ‘13살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니라, ‘죽을 뻔한 사고를 겪었지만 레이싱을 계속 하고 싶은 이유’다.
What’s about?

그럼에도 재미있다. 감독은 철저히 오락적 쾌감만을 추구한다. 복잡한 포뮬러 1의 세계를 효과적으로 축약했다. 서사는 최소한의 개연성만 확보한 채 가볍게 사라진다. 관객은 오로지 레이싱 장면에 몰입한다. 극장을 채우는 사운드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모터스포츠 경기의 속도감이 생생히 느껴진다. 명장면은 마지막 그랑프리에서 소니의 시점으로 질주하는 장면이다. 엔진 소리와 타이어 마찰음만 들리다 체커드 플래그가 소니의 승리를 알리는 순간 짜릿함에 전율한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묵직하다. What’s about?(뭐가 중요한데?).
It's not about money. (돈은 중요하지 않아)
So, what's about? (그럼 뭐가 중요한데?)
F1 더 무비는 레이싱 영화로서 준수하다. 레이싱의 현장감을 잘 살렸고, 대중에게 포뮬러1이라는 낯선 세계를 성공적으로 보여줬다. 그러나 서사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다. 질주하는 순간의 해방감이 관객을 매료시켰으니, 속편에 주어진 과제가 무겁다. 서사적인 깊이를 더하거나 순도 높은 오락을 가져오거나. 애플이 블록버스터 영화의 성공에 취해 있으니 후자가 가능성이 높다. 속편에서는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속도감 있는 구성으로 오락거리를 제공하기를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