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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얼 W. 프랭클린의 [창의성에 집착하는 시대]는 우리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온 ‘창의성’이라는 개념을 비판적으로 되짚어보는 책이다.

 

흔히 창의성은 개인의 고유한 재능, 혁신의 원천, 예술적 표현의 정점처럼 여겨져왔다. 그러나 저자는 창의성이 단지 개인적인 자질이나 감성의 산물이 아니라, 역사적 필요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구축된 ‘전략적 가치’였다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는 왜 창의성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그간 우리 사회가 창의성을 어떻게 요구하고 소비해왔는지를 면밀히 추적한다.

 

심리학자들은 처음 창의성을 어떻게 활용해왔는지, 기업들은 인재 육성 측면에 있어 창의성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등 각 챕터 별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현재 하고 있는 직무 때문인지 [6장 광고 업계의 이미지 쇄신]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다.

 

광고업계는 한때 물질주의와 과잉 소비를 부추긴다는 비판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창의성을 활용해 획일화되어 있던 광고 품질을 개선하고, 물질주의를 강요한다는 업계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했다. 광고는 단순한 상품 관련 정보 전달을 넘어 자아실현의 방식으로 치환되었다.

 

솔직히 해당 챕터를 읽으며 뜨끔한 마음이 들었다. 소비에 대한 부정적, 긍정적 시각과 논쟁은 항상 존재해왔지만 사실 업계에서 일하면서 스스로 이런 부정적 영향에 대해 고민하게 될 때가 많다. 나 또한 업무를 해오며 창의성이 만들어낸 환상에 젖어 불필요한 소비를 정당화하고 있지는 않았을지, 사회가 만들어낸 '창의성'이라는 담론 안에서 아무 생각 없이 업무를 행해온 건 아닐지 반성하게 되었다.

 

이 책이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창의성을 '절대 선'으로 신격화하는 사회적 흐름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사회가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는 건 규칙을 따르고, 질서를 지키며,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99%의 '관리자' 덕이 매우 크다. 1% 창의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 이야기는 크게 회자되긴 하지만 그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99%의 사람들이 분명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는 창의적인 소수를 찬양하는 동시에 규율을 지키는 다수를 저평가 해왔다. 그동안 안일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에 대해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매우 특별했다.

 

책을 덮고 난 뒤 “현대 사회는 창의성을 지금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 중 하나인 AI와 관련해서도 ‘창의성’은 자주 언급된다. 인간과 AI의 차이를 설명할 때 가장 흔히 등장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AI는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는 없기에 결국 창의성 측면에서 AI는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담론은 한편으론 창의성이 부족한 인간이라면 언제든 AI에게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조장하기도 한다. 동시에,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게 위해서는 끊임없이 창의성을 연마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준다. 이 또한 그동안 사회적 필요와 맥락 속에서 만들어진 창의성에 또 다른 형태가 아닐까 싶다.

 

『창의성에 집착하는 시대』는 우리가 너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던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샅샅이 파헤쳐 보는 책이다. 창의성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사회의 욕망, 체제, 권력, 그리고 자본주의와 맞물리며 사용되어왔는지를 짚는다. 책의 내용이나 구성이 논문처럼 느껴져 조금 딱딱하고 읽기 어렵기도 했지만 읽는 동안, 그리고 책을 덮은 후에도 여러 생각할 지점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라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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