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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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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고나지는 못한 예술가였다. 그렇기에 앞으로 길러나가야 할 창의성에 대해 강조하는 말들을 귀가 닳도록 들었다. 예술가가 되는 법은, 곧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방법과 마치 일대일 대응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언제나 창의성이란 말은 이상하다. 사람들은 모차르트부터 스티븐 스필버그까지,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어린 시절얼마나 '상식에 어긋나는', '괴상하고 반항적인' 행동을 했는지를 강조한다. 그러한 예시로부터 자연스럽게 획일화를 양산하는 주류 교육과정에서 다소 뒤쳐지거나 낙오된 구석자리의 이들에게 시선을 돌리자 말한다. 따뜻하고 용기를 복돋아주는 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동시에 그 '주류에서 벗어난' 사고방식에 대한 논의에서 강조되는 건 결국 모차르트와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우리 주류문화의 가장 중심부에서 쉬이 따라갈 수 없는 성공을 거머쥔 이들이다. 그 점에서 창의성이라는 개념은 늘 나와가까운 곳에 있다는 용기를 주다가 실은 저 손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존재였다는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새뮤얼 W. 프랭클린의 책 <창의성에 집착하는 시대>에서는 그 원인을 창의성을 정의하는 일의 곤란함에서 찾는다. 창의성은 정량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혁신적인 결과물에 따라 창의성의 여부를 논하자니, 창의성은 각 시대가 강조하던 주된 가치에 따라 자의적으로 변화하고 권력을 가진 특정 사회집단에 편향된 개념이 된다. 게다가 결과물 그 자체로 창의성을 따지는 것은 결과를 만들어낸 이들이 가진 재산이나 우수한 교육 환경등을 고려하지 않는다. 결국 창의성은 사회의 권력층, 미국을 기준으로 유색인종 또는 여성보다는 부유한 백인 남성에게 유리한 개념이 되는 것이다. 창의성을 주류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가능성으로 보는 관점이 창의성에 대한 지지의 기반이 되면서도, 사회 속에서의 성공을 기준으로 그 척도를 잰다는 것은 모순적이다.

 

그렇다고 창의성을 아이디어가 촉발되는 개개인 안에서의 작용과 능력으로 보면, 그것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겠는가? 아니, ‘창의성은 소수의 성공한 이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있는 잠재력’이라면서, 그렇다면 세상의 모두가 표본이 되어야 할까? 이처럼 창의성이 마주한 수많은 곤란함과 모순 앞에 이를 설명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던 전략은 ‘소수의 천재들’을 언급한 뒤 ‘사실 창의성은 그게 아니다’라 반박하는 방식이었다. 그렇다보니 결국 창의성은 그 설명 자체에서 필연적으로 ‘소수의 천재들’을 강조하게 된다.

 

이처럼 도서는 많은 이들이 창의성에 대해 느꼈던 간극과 절망감의 원인을 창의성의 역사와 유래를 따라가며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예술 뿐만이 아니라 온갖 취업시장 등에서도 자신의 창의력을 증명하라고 요구받는 세상, <창의력에 집착하는 시대>는 그렇게 창의성에 데인 이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감정적 호소와 뜬구름 잡는 희망보다, 분석적이고 탐구적인 자세로 미지근하지만 단단한 위로를 준다.


책을 읽다 보면, 창의성을 설명하려는 데에서 발생하는 모순과 자가당착을 다양한 각도에서 훑어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책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단지 시니컬한 태도에 머무르지 않고 그 안의 의도와 마음을 살피기 때문이다. 창의성이라는 개념이 각광받기 전 냉전시대 미국에서는 ‘지능’이 화두가 되었다. 과학 분야의 국가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국은 지능을 바탕으로 ‘소수의 천재들’을 식별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렇게 실시한 지능검사로 선별된 대상자들이 결과적으로 천재도 아니었을 뿐더러, 검사 결과 특정 인종의 아이큐가 낮다는 것을 근거로 수많은 인종차별이 자행되고 반이민법이 확립되었다. 하지만 이는 선천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위계질서가 만연한 사회에서 인종과 성별 등에 따라 서로 다른 환경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태를 비판하며 보다 ‘인간적인’ 사회를 꿈꾸며 나온 것이 창의성이다. 교육계에서 창의성은 획일화된 기준으로 판단할 수없는, “보통의 수준을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신 안에 있는 특별함과 우수성을 발휘하게 해주는 힘”이었다. 즉 개개인의 개성과 특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대두된 것이다. 창의성은 전문직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며 빠르게 변화하던 노동시장에서 경쟁력 또는 개성을 가진 개인을 위한 능력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지만, 동시에 ‘자유민주적 시민’을 위한 개념이라는 것에서 큰 의의를 가졌다.

 

창의성은 어렵다. 그저 없는 존재를 강요하기 위한 허상처럼 느껴지기도 할 정도이다. 하지만 그 모든 모순 안에는 모두와 잘 살고 싶은 마음들이 있었다. 결국 이 마음을 통해 계속해서 모순을 풀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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