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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나의 휴대폰 메모장에는 <아주 보통의 하루 리스트>가 있다.

 

평소 궁금했던 공간, 보고 싶은 영화, 읽고 싶은 책 등을 기록해두는 페이지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되는 휴일에 꺼내 보곤 한다. 연남동에 있는 카페 '일기'는 이 리스트에 작년부터 적혀 있던,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공간이었다. 마침 연남동에서 면접이 있었던 날 '일기'가 문득 떠올랐고, 면접을 마친 뒤 그곳에 들러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오전 면접을 마치고 카페 앞에 도착하니, 오픈 시간까지 십 분 정도 남아 있었다. 나처럼 가게 주변을 서성이며 기다리는 사람이 한두 명 더 있었고, 정확히 정오가 되자 문이 열렸다. 새하얀 유니폼을 입은 사장님이 가게 밖으로 나와 문을 열어주셨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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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오두막처럼 아늑한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어두운 원목 가구와 낮은 조도의 조명, 그리고 빈티지 소품들이 어우러져 차분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자리에 앉자, 사장님 두 분이 각 좌석마다 개인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바구니를 조용히 놓아주셨다.

 

당연하지 않은 배려에서 이 공간이 얼마나 세심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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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내어주신 웰컴 티와 아이스라떼를 마시며 가게 내부를 둘러보았다. 메뉴가 나오기까지 이십 분 정도 걸린다고 미리 안내해주셨다.

 

바깥의 시간과 분리된, 다른 공간에 와 있는 것처럼 고요한 기분이 들었다. 찻잔 받침에 새겨진 무늬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멍하니 있는 일을 반복하는 시간이 좋았다.

 

 

 

연필과 메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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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테이블에는 일기와 그림을 남길 수 있도록 연필과 메모지가 놓여 있었다. 손글씨로 적힌 이야기들을 찬찬히 읽었다. 이 공간에 머물던 사람들의 감정과 호흡이 종이의 형태로 쌓여 있다는 사실이 빈티지 카페의 매력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나와 같은 시간대에 있던 손님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연필로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다름 아닌 이 공간이 품고 있는 온기가 기적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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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의 대표 메뉴인 후추 프렌치 토스트. 감자식빵 위에 감자크림을 얹고 그 위에 통후추를 직접 갈아 올려주신다. 쫀득하고 뜨겁고 달콤하다.

 

 

 

좋은 대접은 보살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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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나가기 전에 계산을 하며 사장님 부부와 도란도란 인사를 나누던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사장님이 한 외국인 손님에게 "I remember you, 다시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게 속삭이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누군가를 잘 대접한다는 건 그 사람을 향해 마음을 기울이는 일인 것 같다고.

 

어떤 가게에 방문했을 때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은 메뉴나 인테리어가 근사할 때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잘 드러날 때인 것 같다. 마음가짐은 자세로 드러나고. 그것이 인상적인 가게는 다시 찾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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