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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주말 이후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이 만난 4일간의 연휴. 지난 구정 때 한 주라는 긴 황금연휴를 어영부영 보낸 것이 후회되어 이번 연휴는 잘 보내고 싶었다. 평소 시간이 없어 하지 못했던 것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고심 끝에 오랜만에 곡 작업을 하기로 했다.


아주 가끔, 몇 달에 한 번씩 머릿속에 어떠한 멜로디가 스쳐 지나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휴대전화의 녹음기를 활용하여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녹음을 해 놓는다. 그렇게 녹음한 것들을 뒤져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른 후, 해당 멜로디에 코드를 붙이고, 그 코드 진행과 어울리는 다른 진행을 덧붙여 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고 난 후에 보컬 라인을 짜고, 가사를 썼다. 작업 과정 중간마다 부족한 소리를 메꾸기 위해 악기를 쌓았고, 최종적으로 보컬이나 어쿠스틱 악기 등 필요한 것들은 녹음을 진행하였다. 이렇게 이틀 안에 한 곡이 완성되었다.


사실 곡 자체를 만드는 것은 금방이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이렇게 만든 음악을 발매할 정도의 퀄리티로 만드는 것. 이 과정이 곡을 만드는 과정보다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고, 그렇기 때문에 훨씬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가장 처음 해야 하는 일 중 하나가 녹음된 음원을 가다듬는 작업이다. 이번 녹음 후 가장 먼저 한 작업은 보컬 음원을 에디팅하는 일이었는데, 특정 부분이 작거나 크게 들리지 않도록 레벨을 평탄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보컬 에디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오토메이션 작업을 진행했다. 오토메이션이란, 음원이 재생될 때 DAW 내에서 설정한 대로 소리의 크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장치이다. 앞서 말했던 레벨의 평탄화를 위해 오토메이션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나는 보컬의 다이나믹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오토메이션을 사용하였다.


다시 말해, 레벨의 평탄화를 위해서라면 볼륨이 큰 부분은 작게, 작은 부분은 크게 들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만, 이와 반대로 볼륨이 커야 할 때는 그 포인트를 살려 더욱 잘 들릴 수 있도록 하였다. 예를 들어, 가사의 한 글자 한 글자마다 각 글자가 시작되는 시점에 볼륨을 키웠다 줄이면 더욱 호소력 짙은 보컬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대학생 시절 음향을 전공했기 때문에 이러한 에디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때마다 가장 힘들었던 작업이 오토메이션이었다. 사실 힘들다기보다는, 귀찮았던 것이 컸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잘 모를 것 같으니 대충 해야겠다 싶으면서도 더 좋은 사운드에 대한 아쉬움에 발목이 잡히다 보면, 오토메이션 작업에만 수 시간을 몰두하게 된다.

 

 

 

 

결국엔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가 모여 큰 결실을 이루는 것이 음악이다. 박효신의 야생화를 작업했던 조준성 엔지니어의 작업물을 보면, 이러한 디테일이 왜 필요한지를 알 수 있다. 특히 오토메이션같이 자칫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작업에 많은 것들을 간과한 경우가 많았는데, 해당 작업물을 리뷰한 영상을 본 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중요하다고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나의 작업물에도 한 음절 한 음절 나누어 들어보며 뼈와 살을 깎고 붙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업에 몰두하느라 연휴 기간 내에 음원을 완성시키는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보컬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가사들에 숨결이 붙을 때마다, 음악을 통해 표현하고자 싶었던 것들을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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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음절 한 음절 원하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위와 같은 오토메이션 작업을 하루종일 진행하였고,

결국 목표 기간 내에 음원을 완성시키지는 못했지만, 원하던 느낌의 사운드에 한층 가까워졌다.

 

 

오토메이션, 누군가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작업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작업이지만 단순 반복 노동과 가까운 지루한 작업으로 다가와 큰 신경을 쓰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더 깊은 신경을 쓸수록 오토메이션은 음악에 숨결을 불어 넣는 가장 가시적인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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