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퍼포먼스 '아리아라리'가 지난 4월 25일 금요일과 26일 토요일에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되었다. 해당 공연의 기사 중에,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평단 5점을 받았다"라는 평가가 있었다. 이러한 평가가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공연은,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신기목의 딸 신아리가 부른 정선 아리랑이 가장 좋았다.
여기서 좀 더 일반적인 말로 공연 관람에 대한 단상을 정리하자면, 한국의 전통 음악은 보편화되기 참으로 어려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공연은 그 보편화에 대한 노력을 절실히 실현하고자 했다는 것이 나의 감상이다.
대학생 시절, 철학과를 다녔던 나는 '비교철학(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비교하여 서로 간의 차이를 연구하는 분야)' 관련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 수업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하신 교수님께서 동양철학은 서양철학이 가진 '체계로서의 철학'에는 잘 들어맞지 않아서, 서양철학 위주의 사고에서 봤을 때 동양철학은 자칫 비체계적이고 보편화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기억이 난다.
또 음악사에 관심이 생겨서 음악학과의 '음악사' 수업을 들은 적도 있는데, 거기서도 교수님이 서양의 음악사가 선형적으로 진행되어 하나의 체계로서 정리할 수 있는 반면에, 동양의 음악사를 하나의 흐름에 따라 정리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씀해주신 기억이 있다.
대학원을 고민할 적에 동양철학을 전공할지 고민하기도 했지만 결국 서양철학을 전공한 사람의 눈으로는 이미 서구화된 시각에서 한국의 음악에 대해 편향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비교철학적 차원의 고민을 나름 해본 사람의 생각으로는 동양, 여기서는 한국의 음악이 서양의 음악 체계로는 보편화되기 어려운 고유의 특수성을 가졌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 특수성을 진득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편이다.
보편화되지 않았다고 해서 우수하지 않은 것도 아니므로, 특수로서 그 민요라는 장르가 가진 특수성을 오히려 충실히 살려내는 작업이 오히려 더 추구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오기도 했다.
그러던 마침, 공연을 보면서 한국의 음악이 보편화되고자 하는 창작진이 한 노력의 흔적을 많이 관찰할 수 있었다.
특히나 민요에 덧붙인 피아노 멜로디, 역동적인 뮤지컬 퍼포먼스 등의 서구적 (여기서는 뮤지컬적) 요소들이 시선과 귀를 사로잡기도 했고, 다채로운 정서가 녹아들어 있는 아리랑을 제대로 들을 수 있었기에 그 자체로도 충분히 좋은 공연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뮤지컬이 가진 특장점은 다양한 정서를 다채로운 멜로디를 통해 표현해낼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의 좋은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연극 및 뮤지컬적 요소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뮤지컬 덕후로서 반갑게 여겨지는 면모도 있었다.
한국적인 가락에 서구적 요소가 덧붙여지다보니, 연출적 측면에서 다소 어울리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특수가 보편으로 자리잡기 위한 융합의 첫 시도였다는 점에서 이 공연이 향하는 가치적 측면은 굉장하다고도 여겨진다.
공연은 정선아리랑센터 아리랑홀에서 주기적으로 공연된다고 하니, 정선을 들를 일이 있다면 한 번 관람해보는 것도 좋은 여행의 일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