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메인포스터) 무하포스터.jpg

 

 

날이 좋은 어느 날, 이번 무하 전시는 도슨트 해설을 같이 들으며 관람하기로 다짐했기에 해설 시간에 맞추어 전시장에 도착했다.

 

평일 그것도 그리 늦지 않은 오후 시간이라 사람이 너무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을 했으나 그건 나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전시장은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도슨트를 들으면서 전시를 관람하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이번에야말로 도슨트를 들으면서 전시 관람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이전까지 전시를 보면서 혼자서는 깊이 있는 감상을 하기 어렵고 그림을 그저 순간적으로만 보고 지나치는 게 아쉬웠기 때문이다.

 

나에게 음악은 소리를 통해 청각에 공간을 부여해서 그것을 감상할 시간이 나에게 주어지기에 그것을 감상한다는 행위 자체가 익숙한 것과 달리, 미술은 나에게 있어 직감적으로 다가오기에 그것을 감상하고 언어로 표현한다는 행위 자체가 다소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알폰스 무하의 전시를 처음 접한 때는 8년 전 대학교를 휴학하고 중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와 한 달 여행을 떠나 체코 여행을 하던 도중이었다. 그렇게 8년 만에 다시 접하게 된 알폰스 무하. 알폰스 무하의 그림 하면 떠오르는 단순하고도 직감적인 느낌은 '예쁘다', '수려하다'였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그의 그림을 그렇다고 느끼게 하는 것일까? 그렇게 망망대해를 헤매던 중, 도슨트 분의 설명을 듣게 되면서 설명해 주시는 내용은 마치 항해하는 가운데 나침반처럼 전시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해주시는 것 같았다.

 

도슨트를 들으면서 관람하는 것의 재미를 느꼈다. 그것은, 마치 음악이 주는 공간감을 도슨트의 설명이 미술에 그것을 부여해주는 것만 같았다. 가만히 걸려 있는 그림들이 있는 적막한 공간 속에서 사람이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현장감이 생긴다. 그리고 정시가 되면 도슨트 분의 인사와 함께 마치 공연이 시작되는 듯 전시 해설이 시작된다.

 

나는 도슨트 설명을 들을 때 최전방에 있기 보다는 약간 변방에 있으면서 전시 해설을 듣는 편이다. 도슨트 분 바로 앞에 있으면 설명도 잘 들리고 그림도 가장 잘 보이겠지만, 멀찍이 떨어져서 그림과 함께 어우러지는 설명과 그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게 더욱 재밌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도슨트를 듣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이전에 설명했던 그림에 머물면서 도슨트의 라이브 해설에 약간의 집중을 기하는 동시에, 이전 그림에 대한 설명을 떠올리면서 이 이전의 그림을 관찰한다. 그렇게 하면 주위를 관망하면서 또한 방금 들었던 작품에 대한 해설을 떠올리면서 나만의 템포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도슨트 설명을 들으면서, 무하에 대한 여러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알폰스 무하는 사실 노래도 잘해서 음악가가 되려고 했으나 변성기에 접어들면서 노래를 포기했다는 점, 그리고 인쇄소에서 일하던 서브 작가였으나 사라 베르나르의 연극 포스터를 급하게 제작하게 되면서 유명해진 점 등등의 여러 극적인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다. 그렇게 설명을 듣고 그림을 감상하면서, '예술가가 지닌 각각의 고유한 스타일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곤 했다.

 

그의 일생을 알게 되곤 이렇게 고유한 스타일이 만들어지게 된 것은 결국 그의 부단한 노력과 끝없는 연습 덕분이었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음에도, 무하 특유의 섬세하고 유려한 스타일은 확고하게 알폰스 무하 고유의 것이었다. 예술가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결과물들과 그것을 만들어내게끔 하는 그들의 상상력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도슨트 설명을 듣고 나서 무하가 가진 스타일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무하가 어떻게 해서 그러한 특유의 스타일을 떠올리고 구현하였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아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 점은 분명하다. 다시 말해서 무하의 그림은 무하가 지향한 사회적 가치를 표현해낸다. 무하는 예술이 소수를 위한 예술이 아닌 모두를 위한 예술, 즉 모두가 자신의 작품을 보고 사랑과 화합의 가치를 꿈꾸기를 바랐던 것과 같이, 그 가치들이 그림 속에서 '유려함'과 '섬세함'으로 은은하게 드러나고 있다.

 

 

1938899783_q63jo7El_5BED81ACEAB8B0EBB380ED99985DKakaoTalk_20250502_140304298.jpg

 

 

 

이유빈_컬쳐리스트.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