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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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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아트인사이트에서 에디터로 활동한 지 두 달이 조금 지났을 무렵, 아트인사이트 피드백 모임을 알게 되었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가 되기 전부터 혼자 글을 써 오기는 했으나, 누군가와 서로의 글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 경험은 없었다. 한참 고민한 끝에 ‘에라 모르겠다, 좋은 경험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오프라인 피드백 모임에 신청했다.

 

그렇게 두 분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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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오프라인 피드백 모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꼽자면, 단연 두 번째 만남이다. 글쓴 사람을 직접 만난 뒤 읽는 글이라 더 흥미롭게 느껴졌고, 글을 읽으며 생긴 궁금증을 미리 적어두고 만남을 기다리는 시간도 좋았다. 이런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두 번째 만남이 인상 깊은 이유는 따로 있다. 이날 2시간 반 동안의 대화는 내게 ‘폭식’이었다. 물론 음식이 아니라, ‘지식 폭식’에 가까웠다.


두 분은 책 제목을 제시하면 금세 알아듣고,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술술 꺼내 놓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지금 와서 고백하자면, 사실 난 그 책도 작가도 잘 몰랐고, 그래서 잘 알아듣지 못했다. 두 분의 대화를 떠올려보면, 마치 멋진 탁구 경기를 보는 듯했다. 근데 이제 탁구 규칙을 전혀 모르는 관객을 곁들인. 원형 탁자를 사이에 두고 두 분은 멋진 랠리를 보여주었다. 대화의 주제는 속도감 있게 넘어갔다가, 다시 회귀했다가, 어쩔 때는 전혀 다른 곳으로 튀어나가기도 했다.


대화 후반에 들어서 ‘희극과 비극’에 관한 훌륭한 토론이 이어졌고, 나는 논지를 놓치지 않으려 내 모든 정신력과 지식을 끌어모아 신경을 곤두세운 채 집중했다. 헤어질 즈음에는 기가 쏙 빨렸다. 그러나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묘한 짜릿함과 즐거움을 느꼈다. 경기 종목의 내용과 룰을 잘 몰라도, 긴장감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는 누구나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법이다. 머리와 눈을 바쁘게 움직이며 두 사람을 관찰했던 그날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당시 내 고민의 화두는 ‘가치관’과 ‘방향성’이었다. 내 인생의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한참을 기우뚱거릴 때였다. 그 시기에 만난 두 분의 대화는, 자신만의 가치관을 뿌리내리고 인생 방향키를 단단히 잡고 나아가는 모습으로 보였다. 한없이 가벼운 내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와중에, 나도 몇 년 뒤에는 저런 모습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동시에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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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두 번째 만남을 지나, 세 번째 만남에 이르러서는 피드백 모임이라기보다 사유 모임에 가깝게 느껴졌다.

 

피드백을 위해 최근에 쓴 서로의 글을 읽어보며, 자연스럽게 최근 관람했던 공연 이야기로 이어졌다. 셋 중 둘이 본 공연과 공교롭게 세 명 모두 본 공연에 대한 이야기만 나누어도 시간이 훌쩍 흘렀다. 마침 나는 공연을 좋아하기에, 이전보다 열띠게 대화에 참여했다. 책도 미리 읽어와 후기를 나누기로 했는데, 정작 책 이야기는 헤어지기 10분 전 빠른 브리핑으로 마무리했다.

 

그만큼 할 말도, 이야기 나눌 주제도 풍부했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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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네 번째 만남은 이전보다 더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모임의 회차를 거듭할수록 ‘에디터’로서의 이야기를 넘어서 ‘인간 000’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꺼내 놓았음에도, 만남이 끝날 무렵 서로에게 아직 궁금한 점이 남아 있었다.

 

처음 참여한 아트인사이트 오프라인 피드백 모임은 내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글에 대한 피드백을 넘어, 글과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확장된 이 모임이 좋았다.

 

이제는 ‘좋아하는 에디터’에 새로운 두 사람이 추가되었다. 앞으로도 글을 통해 그들을 만날 것이고, 그 글은 그들의 목소리와 말투로 읽힐 것이고, 종종 글 속에 파묻힌 그들의 생각도 감히 추측해 볼 생각에 설렘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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