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로 향하는 모하비 사막의 한 도로.
그 길 위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남편과 미국 여행을 왔지만, 다툼 끝에 황량한 사막에 홀로 남겨진 독일 여성 야스민. 그녀가 가진 것은 커다란 캐리어 하나뿐이었다. 사막이라는 배경과 어울리지 않는 정장 치마와 깃털이 달린 모자, 그리고 뾰족한 구두 차림으로 야스민은 그저 묵묵히 사막 위를 걷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녀가 도착한 곳은 모텔 겸 주유소인 바그다드 카페.
바그다드 카페를 운영하는 브렌다는 무능력한 남편, 사춘기 딸, 철부지 아들과 손자, 그리고 그리 반갑지 않은 손님들만 찾아오는 가게의 현실 때문에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브렌다는 늘 화가 나 있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으며, 그녀의 분노는 곧 다른 이들에게도 옮겨져 모두가 우울하기 그지없는 하루의 연속이었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처량한 사막이 곧 그들의 삶과 같은 나날이었다.
땀을 닦아내는 야스민, 눈물을 닦아내는 브렌다가 만나면서부터 그들의 삶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남편으로부터 사랑은 받지 못했지만, 그녀만의 방식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는 야스민.
낡고 지저분한 바그다드 카페를 말끔하게 청소하는 것을 시작으로, 브렌다의 딸과 아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며 나이에 경계 없이 그들은 좋은 친구가 된다.
그리고 마술을 익혀 카페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경계심을 풀고,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며 야스민 주변에 있는 모두가 그녀로 인해 웃음꽃을 피우게 된다.
처음에는 먼 타국에서 온 야스민이 못마땅하기만 하던 브렌다도, 야스민의 관심과 사랑을 통해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그들은 곧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가족 간의 불화를 해결한 것은 물론, 카페의 성공까지 맛보게 된 브렌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예전의 우울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밝고 내면이 단단해진 모습으로 야스민과 함께 카페를 운영해 나간다.
야스민 또한 브렌다로 인해 그녀의 결핍된 부분을 채워 나가게 된다.
결혼은 했지만 자식이 없고,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야스민이었지만, 바그다드 카페 가족들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되면서, 사랑을 주기만 했던 그녀도 넘치는 사랑을 받게 된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야스민의 모습에 푹 빠진 바그다드 카페의 오랜 단골이자 화가인 루디 콕스에게 청혼을 받는 것으로 이 영화는 마무리가 된다.
느린 변화가 만드는 커다란 기적
다이나믹한 장면도, 화려한 대사도 없지만 사람들은 왜 이 영화에 열광할까?
외로움이라는 원초적인 감정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지니고 있던 두 여성이 사랑과 관심으로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지를 세밀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초반의 날카로운 앵글과 거친 색감, 흩날리는 사막의 모래바람이 주인공들의 불안하고 날 선 마음을 담고 있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화면의 수평적 구도와 따스하고 부드러운 색감을 통해 관객 또한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마치 우리 삶도 누군가의 온기를 만나면 서서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숨겨 놓은 장치들을 통해 이야기하는 듯하다.
우리는 누구나 사막처럼 메마른 현실 속 삶에 지쳐 마음속에 분노를 품고 살아가는 브렌다와 다름이 없다.
하지만 야스민 같은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언제든 우리 삶에 찾아와 따뜻한 웃음과 삶의 희망을 선물할지 모른다.
메마르고 피폐한 세상 속에서 우리를 다시 살아가게 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하는 느리지만 강한 힘, 그것은 결국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