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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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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독일에 가면 이 책을 꼭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괴태의 가장 서정적인 비극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어린날의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소설이다. 저렇게 똑똑하고 지성이 넘치는 인물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 서간체 형식으로 대부분 진행된 이 소설의 표현법이 인상적이기도 했다.

 

 

뮤지컬 베르테르 25주년 기념 공연 캐스팅 이미지_제공 CJ ENM.jpg

 

 

이번에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베르테르'라는 뮤지컬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다녀왔다. 앞서 말했듯이 서간체로 대부분 표현된 이 소설을 어떻게 뮤지컬로 풀어낼지. 그 많은 서사 중 어떤 부분을 강조할 것인지 등이 궁금했다.

 

 

뮤지컬 베르테르 25주년 기념공연 캐릭터 포스터 롯데 역 이지혜_제공 CJ ENM.jpg

 

뮤지컬 베르테르 25주년 기념공연 캐릭터 포스터 베르테르 역 김민석_제공 CJ ENM.jpg

 

 

필자가 본 시간대는 김민석 배우님과 이지혜 배우님이 연기를 하셨다.

 

고통받고 혼란스러운 베르테르의 감정과 김민석 배우님의 부드럽고 섬세한 목소리의 합이 매우 좋았다. 이지혜 배우님의 안정적인 발성 능력과 무대 진행 능력이 무대에 대한 몰입도를 높혀 주었다. 무대 연출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계단 혹은 높은 언덕, 절벽 등을 표현한 층 연출이 매우 좋았다고 생각된다. 위와 아래를 나누는 층이라는 개념을 통해 알베르트가 등장할 때의 멋스러움과 웅장함을 자아냈고, 베르테르의 감정적 연약함을 드러내기도 한 것 같다.

 

알베르트를 연기한 임정모 배우님의 연기를 꼭 보는 것을 추천한다. 가장 큰 감동을 받은 부분은 단연 임정모 배우님이 연기한 알베르트를 통해서이다. "나는 얼마나 불쌍한 사람인가", "얼마나 더 친절을 베풀어야 하는가" 등의 대사를 통해 롯데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못하는 베르테르에 대한 분노를 그만의 방식으로 웅장하게 표현한다. 자신을 가엾어 하면서도 이성적 판단의 끈을 놓지 않는 알베르트가 황홀할 정도로 멋있었고, 왜 롯데의 선택을 받았는지 한 번에 이해가 가는 연기였다. 또 그의 몰입력과 노래 실력은 작품에 온전히 몰입하도록 큰 도움을 주었다.

 

서사뿐만 아니라 노래와 조명도 큰 역할을 했다. 베르테르의 죽음까지 이어지는 서사의 과정에서 베르테르의 감정의 변화, 혼란스러움 등이 노래와 함께 어우러지며 더 극적인 효과를 연출했고 마지막 순간에 나오는 "마지막 순간"은 우리가 읽고, 본 베르테르에 대한 인물의 삶과 감정에 깊이있게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알베르트가 웅장함을 자아낼 때 함께 사용되었던 낮은 색온도의 조명들은 관객들이 발하임의 사람으로 만들어 알베르트라는 사람의 위상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베르테르의 죽은은 과연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사랑의 무모함? 그럴 수도 있다. 사랑을 포기하고 다른 여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그가 했던 사랑으로 베르테르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찾았으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그에게 행복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아닐까.

 

하지만 그가 이미 이 사랑의 비극적인 결말과 자신이 불러올 여러 사람들의 불행을 눈앞에서 마주했을 때는 이미 늦고 나서였을 것이다. 더 이상 사랑을 멈출수도, 사랑을 할 수도 없는 그 상황에서 그는 해야만 하는 결정을 그냥 한 것일지도 모른다.

 

원작의 제목이 "베르테르"가 아니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인 만큼 괴태는 젊은 날의 무모함, 물불 가리지 않는 뜨거운 사랑, 혼란스러움 등을 소설에 깊이 담고 싶었을 것이다. 이 포인트를 살려 인물들이 실제로 마주하고 대화하는 장면을 잘 살려 표현한 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을 읽어본 사람 누구든,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베르테르에게 공감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면 이 뮤지컬을 꼭 관람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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