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경영이 바다를 항해하는 중인 배라면, 예술은 그 방향키일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예술과 경영은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양극단의 분야로 보인다. 그러나 경영 역시 결국에는 결정권자인 '사람'이 하는 일. 기업의 일부가 AI와 로봇으로 대체된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뱃머리의 CEO와 배를 구성하는 모든 임직원이 하나의 도착점을 향해 항해하는 것이 경영이다.


그러니 결국 사람이 하는 모든 일, 특히 경영 전략을 수립하거나 기업을 위한 결정을 내리는 일에는 배움이 필요하다. 현대에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이성적 판단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으나, 그러한 이성적 판단의 옳고 그름을 검토하고 먼 미래의 비전을 그리는 일에는 역시 인간만의 고유한 철학과 태도가 필수 불가결하다.

 

 

미술관_평면.jpg



그런 의미에서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미술관에 갈까?’는 예술과 경영이라는 두 분야의 사례를 탐구하여 그 안에서 통찰을 끌어낸다. 각 분야가 가진 사례는 하나의 역사적 사료가 되고, 이러한 역사적 발자취를 바탕으로 우리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깨달음을 제공한다.

 

게다가 이 책은 자칫 어렵거나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경영 기법을 사례로 쉽게 풀어내고 있다. ‘차별화 전략’, ‘스토리텔링 기법’, ‘사업다각화’ 등 단어로만 접한다면 어렵고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경영 전략들은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한 브랜드인 ‘자라’나, 익히 들어온 ‘루브르 박물관’처럼 다양한 기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경영은 응용의 학문이라는 점에서 실제 사례를 연구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물론 거대 기업이 과거에 사용한 전략과 리더십 사례를 연구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최신 사례를 다루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 발맞춰 같은 전략이라도 새롭게 응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상상치도 못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기업에 필요한 경영 전략을 이야기하고 있다. 단순한 기업의 성공 사례가 아닌, 발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시점에서 대두되는 경영적 딜레마나 조직 문화, 조직이 취해야 할 전략에 관해 설명한다.



[크기변환]Dubai_Museum_entrance.jpg

▲ CT Coop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특히 ‘두바이 박물관’의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국민들의 애국심과 유대감을 제고하기 위해 두바이는 박물관을 운영했는데, 유물의 수가 워낙 적고 대부분 비슷하게 만든 복원품만 전시되어 있어 사실상 볼 것이 크게 없는 박물관이었다. 그러나 박물관 직원들은 틈만 나면 유물을 닦고, 방문객의 사소한 질문에도 정성스레 답변하며 마음을 다해 일했다.


저자 역시 경비원에게 조형물에 관해 간단한 질문을 했지만, 경비원이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직원을 20분 동안 찾아다녔다는 일화는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모든 직원이 이 정도의 애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두바이 박물관’이라는 장소가 궁금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콘텐츠와 마케팅에 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은 ‘진정성’에 큰 가치를 둘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는데, 이 ‘두바이 박물관’ 사례를 읽으며 무릎을 ‘탁’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소비자와 투자자 입장에서는 임직원들이 자기 회사에 애착을 갖고, 자신의 임금과 자산을 재투자하는 행위는 그 기업에 대한 가장 긍정적인 시그널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승승장구하고 있는 우량 기업들이나 성공적인 경영자들은 외부에 대한 기업공개, 언론홍보 등에 신경 쓰는 만큼이나 내부 구성원들이 몸담고 있는 자신의 회사나 사업장, 부서 등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오고 있습니다.

 

-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미술관에 갈까?' p.95

 

 

이렇게 모든 곳에 적용되는 필승 비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모두가 경영 천재가 되어 대기업 임원은 거뜬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영 전략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그 점을 짚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체코 출신 화가 ‘알폰소 무하’의 이야기를 통해 사업다각화 전략과 단일 사업 전략 사이의 딜레마를 설명한다. ‘어떤 순간에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유리할까?’, ‘지금은 사업을 축소해야 하는 시기인가?’ 등 사업의 방향을 선택하는 결정은 그 어떤 결정보다도 어려울 것이다. 누구도 전략의 성공과 실패를 단언할 수 없으며 그 시기 또한 알 수 없다. ‘정답은 없다’는 저자의 말에 십분 공감했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지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하는 건,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이런 생각과 판단을 진지하게 한 개인과 기업은 비록 어려움을 겪더라도 결국 성공할 수 있었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잠깐의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이내 뼈아픈 실패를 맛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미술관에 갈까?' p.188

 

 

비단 사업 전략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도 그렇다. 내가 내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그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어떤 시기에 취사선택할지는 모두 우리 스스로 판단해야 하며 그 책임도 우리에게 있다. 예술가와 기업의 사례를 보며 개인의 선택에 있어 정답은 없지만,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 일련의 과정이 모두에게 중요하다는 점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기변환]전시.jpg

 

 

이 책을 읽으며 ‘예술을 즐긴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무언가를 ‘즐기는’ 방식은 다양하겠지만 요즘 들어서 내게 와 닿는 ‘즐긴다’의 의미는 ‘배운다’에 가깝다. 예술이 담는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배우는 것. 새로운 안목과 식견을 배우고 받아들이면서 바다 위를 항해하는 내 배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 예술을 즐긴다는 건 지금 내게 그런 의미에 가깝다.


우리의 삶은 예술에도, 경영에도 아주 말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예술가의 삶과 박물관의 이야기는 나와 동떨어진 하나의 사례가 아니다. 이 또한 역사이며, 우리는 그 안에서 현재를 살아갈 때 필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예술을 사랑하는 자와 삶을 경영해 나가는 자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김효주.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