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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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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출발부터 도착까지 모든 계획을 우리가 짜서 다녀왔더니 왠지 큰 일을 치룬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또 친구들이랑 이렇게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났다.

 

친구들과 같이 잔 게 처음은 아니다. 막 수능을 치고 나서, 친구들과 반나절 같이 저녁에 고기 구워서 먹고 자고 헤어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몇 박 며칠 일정으로 모든 걸 계획하고 예약해서 여행을 떠난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처음인 듯 처음 아닌 이상한 기분을 가지고 여행했다.

 

사실 이번에 같이 여행을 간 친구들은 처음으로 같이 여행을 떠나자고 이야기했던 친구도 아니고, 가자고 했던 장소도 아니다. 물론 가족이나 친구랑 같이 가보고 싶었던 곳이긴 하지만. 오히려 갑자기 다른 친구들과 여행 일정이 잡혀서 쑥쑥 계획되었다.

 

첫 우정 여행의 짝은 각각 10년, 6년 된 친구다. 오래전부터 친한 친구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글을 작성하면서 따져보니까 벌써 그만큼이나 된 소중한 친구였다. 그리고 첫 우정 여행 장소는 부산이다. 나는 내가 부산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줄 알았는데, 엄마가 말하길 아주 어릴 적, 기억도 하지 못할 때 한 번 가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기억하지도 못하는 시기였기에 나는 처음 방문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떠나볼까


 

여행을 떠나기 전에 수많은 것을 찾아보고, 비교해보고 따져보는 과정에서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물론 이전에도 여행을 떠날 때 부모님이 열심히 계획을 세워주시고, 예약해주셔서 몸만 따라가서도 그렇게 불편하지 않게 다닐 수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만 해보는 것과 실제로 몸으로 겪어보고 그 힘듦과 신경 쓰는 것은 다르지 않은가. 이번에 친구들과만 함께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호텔과 이동 시간, 경비, 예약, 이동 거리 등을 모두 살펴보면서 정말로 실감하게 된 것이었다.

 

계획을 세우면서 생각보다 더 고려해야 할 게 많고 일정은 여행 떠나기 전날까지 계속 바뀌고... 또 처음 계획을 직접 세워본 것이다보니 목록 형태로만 봤을 때는 좀 널널해 보였는데 직접 움직일 때는 빡빡하다고 느꼈었다. 그렇지만 계획한 것 모두 알차게 즐겼으니 된 거 아닐까.

 

첫째 날 부산역에 도착에서 캐리어 보관하고 점심을 먹은 후에 바로 목적지로 이동해서 바쁘게 움직였다. 둘째 날에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계획대로 움직였는데 이 날은 오후쯤부터 여유로워졌다. 세번째 날에는 거의 기념품 쇼핑 정도의 계획만 세워져 있어서 가장 여유로웠던 것 같다.

 

친구들과 처음 여행을 떠나서 같이 놀고 자다보니 학창시절에는 몰랐던 점에 대해서 알게 되기도 했고, 나를 더 드러내고 친구들의 속마음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호텔에 가지고 온 간식들과 맥주를 마시며 밤늦게까지 같이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오랜 친구들이다보니 만나기만 하면 서로 장난치고 헛소리를 하는 대화가 다수거나 취미나 취향 같은 이야기를 하였지만 또 그렇기에 그만큼 즐겁고 재미있게 다녀왔던 것 같다.

 

 

 

여행을 다녀와서


 

여행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나 포함 세 명 모두 졸려서 거의 뻗어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거고 천하장사도 들기 힘들다는 게 눈꺼풀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잠시 졸면서 집에 도착한 이후에는 다시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려서 부산에서 사온 기념품들을 펼쳐놓고 신나서 설명해주었다. 가족들의 취향에 맞춰서 사온 기념품들도 있었고 친구들 선물도 있고, 먹어보고 싶어서 사온 것도 있었다.

 

다음 날에 여행 경비를 총 계산해보았다. 3일 동안 부산에서 머물면서 사용한 금액과 그 전에 예약하는 등의 금액까지 모두 합산해보았는데, 가족이 처음 계획 잡아서 간 거 치고는 잘 다녀왔다고 하였다. 게다가 친구들이랑 가서 정말 먹고 싶은 거 먹고 맛있는 거 사먹고 가고 싶은 곳에 다녀오고 했기 때문에 알찬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번 직접 여행을 계획하고 다녀온 경험이 생겼다보니, 다음번에 계획을 세울 때는 더 수월하게 세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여행이던 한 번 더 친구와의 여행을 짜던 말이다. 마지막으로는 다음번에 친구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보고 싶다.

 

***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늦어도 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유가 뭐였을까. 오빠가 친구들과 여행을 가는 걸 봐서? 아니면 주변 사람이 여행을 가는 걸 봐서? 뭐, 어떤 이유가 있었던 내 오랜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은 내가 살면서 꼭 하고 싶은 일 중 하나였다.

 

그렇게 정말로 해보고 싶었던 일을 이번에 정말 해보게 되었는데 너무 기분이 좋다. 또 친구들과 떠나서 이렇게 다른 소중한 기억을 만들어 온 만큼, 이런 여행을 다음번에도 또 계획해서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물씬 든다. 그리고 그 소중하고 예쁜 추억을 담기 위해서 나는 작은 앨범을 만들어봤다. 글을 쓰는 현재는 아직 친구들은 모른다. 다시 약속이 잡히면 깜짝 선물로 주기 위해서 만들어봤기 때문이다.

 

이번 방학에 연초에 가족여행 한 번, 친구들과 여행 한 번을 다녀왔는데 2월에 한 번 더 예정되어 있다. 그 여행도 열심히 계획 세워서 재미있고 즐겁게 다녀올 수 있길 바라며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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