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새해 첫 곡보다 새해 첫 영화를 골라보는 건? [영화]

한 해의 소망, 3분보다는 2시간에 담아보자!
글 입력 2025.01.0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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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새해가 찾아왔다.

 

언젠가부터 1월 1일, 새해에 처음 듣는 노래가 중요해졌다. 신정에 듣는 노래의 가사 따라 한 해가 흘러간다고 했던가. 그렇게 다들 1월 1일 첫 곡으로 무슨 ‘노래’를 들을지 고민할 때, 나는 남몰래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영화’. 나는 올해 첫 영화로 어떤 것을 볼지에 대해 고민했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한 해의 운명이 정해진다거나, 올해의 소망을 담는 건 너무 야속하다. 만약 내가 직접 카운트 다운을 하기 위해 타종 행사에 갔다거나, 술집에 있었다면 나의 새해 첫 곡은 자연스레 그 장소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로 정해지는 것이다. 이왕 고르는 거 조금 더 신중해지자. 약 2시간이라는 영화의 긴 러닝 타임을 통해 나의 한 해 무드를 정하는 것이다. 이게 오히려 더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는 생각에 들뜨고 흥분해 있을 때, 나는 집에서 차분히 내가 고른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영화에 어느 때보다 집중한다. 마치 그 주인공의 삶을 통해 나의 미래를 보는 것처럼. 혹은, 그런 염원을 담아본다. 아무튼 앞으로 펼쳐졌으면 하는 2025년의 모습을 더욱 뚜렷하게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영화로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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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가 정한 1월 1일의 첫 영화는 바로 ‘퍼펙트 데이즈’. 연말 결산을 하기 위해 되돌아보았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2024년의 영화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어찌 보면 정말 별것 없다. 마치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영화가 참 잔잔하다. 나는 오히려 그래서 더 끌렸다. 나의 2025년도 딱 그 영화만 같았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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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히라야마’는 자신의 삶을 산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 모두가 지금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자. 우리는 정말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어렸을 때부터 나는 유독 남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남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누군가가 보는 내가 어떨지에 대해서도 밥 먹듯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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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야마는 다르다. 오직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 나가는 데에만 집중한다. 화장실 청소부라는 자신의 직업에 사명감을 가지고, 직접 청소 도구를 개발한다던가 어떠한 요령을 터득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자기 일에 임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뭐 그렇게 열심히 하냐며 비아냥대도, 길을 잃은 꼬마 아이를 보살펴주다 아이를 찾으러 온 부모에게 되려 화장실 청소부라며 못한 대접을 받아도 그는 굴하지 않는다. 살아낸다, 꿋꿋이. 그런 점이 좋았고, 닮고 싶었다. 올해의 내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누가 뭐라 하더라도 나는 나의 삶을 꿋꿋이 살아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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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영화에서는 계속해서 주인공의 규칙적인 일상이 반복된다. 도쿄의 공중화장실 청소부인 ‘히라야마’는 하루의 루틴이 정해져 있다. 새벽같이 일어나 자신이 키우는 식물에 물을 주고, 양치를 하고, 채비를 마친 후 나와서 집 앞 자판기의 우유를 뽑아 먹는다. 그렇게 차를 타고 출근하는 동안은 원하는 음악을 듣고, 일을 하다 점심에는 공원으로 가 도시락을 챙겨 먹는다. 퇴근 후에는 목욕을 즐기고, 지하의 술집에서 술 한 잔도 사 마신다. 그렇게 귀가해 책을 읽다 잠이 드는 것이다. 이게 그의 하루 루틴이다.

 

이런 하루의 루틴마저도 변하지 않고 반복되는데 누구는 이 삶이 지루하다, 재미없다고 말할 것이다. 드라마틱한 사건이랄 게 벌어지지도 않고, 영화 속 그 흔한 사랑 이야기 하나 나오지 않는다. 그냥 계속, 그가 일구어나가는 그의 잔잔한 일상이 계속 나온다.

 

하지만, 그래서 일상 속 사소한 순간의 변화가 더 크게 다가오고,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언제나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는 일상 속의 규칙적인 리듬이 아름다운 이유는 모든 사소한 것들이 똑 같지 않으며 매번 달라진다는 것을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라는 빔 벤더스 감독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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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중반과 후반부에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의 동료와 사귀는 애인이라던가, 조카 등. 나는 오죽하면 이런 영화 속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불편함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 정도로 그가 보여준 일상은 안정적이고 평화로워 보였고, 그것을 지켜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나의 올 한 해도 이렇게 평화로워 소중한 일상들이 쭉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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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낭만도 잃지 않는다.

 

매주 쉬는 날마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 책방에 가 꼭 책을 두세 권씩 사곤 한다. 또, 공원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자신의 필름 카메라로 ‘코모레비’를 기록한다. 코모레비란, 일본어로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새어드는 태양’을 뜻한다. 매일 같이, 같은 자리에서 그 코모레비를 바라보며 자신의 카메라 속에 담는 것이다. 찍어둔 것들을 집에 모아두고 그중 최고를 꼽기도 하고.

 

또, 한 번은 그의 동료가 급전이 필요하다며 그가 오랫동안 모아온 카세트를 되파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심지어는 카세트 가게에 직접 데려가기까지 한다. 결국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지갑 속 구겨진 지폐 하나를 동료에게 내밀며, 다시 카세트를 구경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가진 카세트, 즉 그의 취미가 돈보다 더 소중했다. 나도 이렇게 꾸준히 자신의 취미를 지키며, 낭만까지 겸비한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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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025년도 이렇게 주인공의 일상처럼 잔잔하고, 평화로운 하루들로 가득 찼으면 한다. '퍼펙트 데이즈'의 연속이었으면 좋겠다. 아! 가끔은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거나, 사건이 벌어져 나의 규칙을 깨트리더라도 금세 돌아올 수 있는 탄성도 함께 갖춘다면 더더욱 좋겠다.

 

여러분의 새해 첫 영화는 무엇인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 지금부터 찬찬히 둘러보아도 늦지 않았다. 올해 나의 모습은 어떤 영화 같으면 좋을까. 어떤 영화 같은 한 해가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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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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