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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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밴드 실리카겔이 무료 공연 공지를 올렸다. 한 해 동안 팬들에게 받은 사랑이 감사해 그들의 추억이 깃든 장소에서 팬들을 불러 그 공연을 무료로 진행할 예정이고, 이 공연에 갈 수 있는 팬은 추첨을 통해 선정 된다. 추첨은 구글폼을 통해 할 수 있었다.

 

구글폼에는 실리카겔에게 팬으로써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던가, 팬임을 증명할 수 있는 사진을 올릴 수 있게 되어있었는데, 무려 5만 명이 이 이벤트에참여했다고 한다. 물론, 나 포함!

 

왜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 이벤트에 참여한 건지, 이 밴드가 왜 좋은지 팬이 아닌 사람은 충분히 궁금할 수 있을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내가 실리카겔에게 쓴 메시지를 직접 공개하고자 한다. 팬이 직접 쓴 메시지를 보면 사람들이 왜 이 밴드를 사랑하는지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모두 사랑하는 이유가 각기 다르겠지만, 나는 이런 마음이다.

 

‘제가 더 고맙습니다! 실리카겔 덕에 아예 새로운 삶을 살고 있거든요.’

 

나의 메시지 속 첫 마디는 이것이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내용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작성할 때는 직접 편지를 쓰듯, 존댓말로 썼지만 읽기 편하게끔 평서체로 바꾸었다)

 

*

 

원래 난 공연과 콘서트 가는 것을 참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지방에 살아서 애초에 다양한 공연을 즐길 기회가 잘 없기도 하고, '고작 노래 몇 곡에 그만큼의 돈을 투자할 가치가 있나?' 하는 마음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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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NO PAIN'이라는 노래로 ‘실리카겔’이라는 밴드를 알게 되었다. 사실 평소에 밴드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이 시끄러운 음악은뭐지?'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지만, 왠지 들을수록 마음에 진하게 스며들었다.

 

비록 한 번에 알아들을 순 없지만, 가사지를 곱씹어 읽을수록 더 깊게 와닿는 희망찬 가사하며, 귀에 박히듯 강렬한 악기의 소리, 후에 찾아본 뮤직비디오의 미친 미감까지... 정말 모든 것이 새로웠다.

 

인생에서 한 번도 맛보지 못했던 귀한 음식을 먹은 느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래서 흡수가 더 빨랐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친구와 저는 이 사람들을 직접 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물론 다짐만 했고, 나는 사실 티켓팅 날짜도 까먹고 있다가 그날에서야 회원가입을하는 몰상식한 행동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 정도로 전 공연 문화에 '문외한'이었다는 반증.

 

그런데, 이게 웬걸 친구가 일을 냈다. 전설의 그 콘서트. 내 인생 콘서트. 죽기 전까지 잊지 못할 공연. [POWER ANDRE 99] 콘서트 티켓 두 장을 구하게 된다. 바로 첫 콘 연석 두 자리를, 오로지 친구의 티켓팅 실력으로 구하게 된 것.

 

그렇게 대구 시골쥐 둘은 서울로 떠났다. 서울 구경과 콘서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는 생각에 서촌에 들렀다가 콘서트장으로 이동하는 말도 안되는 동선도 짜보고, 아직 실리카겔의 전곡을 들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남들 따라 굿즈를 사보겠다며 건물 밖까지 길게 늘어선 줄에 함께 껴서 서보기도했다.

 

이때 인생 첫 굿즈로 모자를 샀다. 사이즈가 작아 사실 내 머리에는 들어가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의 인생 콘서트에서 직접 구매한 유일한 굿즈이기에 누군가에게 주지도 못하고 있다. 영영 소장(만) 할 예정이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콘서트장에 입성하게 된다. 사실 이제는 이날의 기억이 좀 흐릿해졌다. 많은 시간이 흐른 탓인지, 그날 너무 흥분했던탓인지.. 너무 아쉽고 그립다. 정말 갑자기 요술램프 지니가 나타나 소원 세 가지를 들어준다고 하면, 그 소원 중 하나로 이날로 다시 돌아가게 해달라고하고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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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POWER ANDRE 99]의 콘서트 실황을 담은 영화까지 개봉 당시에 챙겨봤다. 그걸 보면 그때의 기억이 다시금 떠오르려나 싶어서. 그러나, 내가 갔던 당일의 콘서트 영상이 아니다 보니 그 영화를 보아도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가물가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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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머릿속에 명확히 남아있는 장면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실리카겔이 처음 등장할 때. 저는 누군가를 보고서 정말 순수하게 '멋있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했다. 너무 멋있었다. 정말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그들이 등장과 함께 연주한 'On Black'은 가히 인생 최고의 앨범 인트로다. 그들의 등장을 두, 세배는 멋있게 만들어준 진짜 주인공.

 

두 번째는 세계 최초 '류데자케이루' 라이브 무대. (새삼 또 발매할 앨범의 트랙 리스트 자체를 콘서트의 셋리스트로 구성한 실리카겔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첫콘이다보니 나는 정말 이 지구상에서 '류데자케이루'의 라이브 무대를 처음 본 사람 중 하나인 거다. 그리고 그 충격은 이루어 말할 수 없었다. 아직까지도 기억나는 노란 조명, 미친 웅장함의 전주, 가사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지만 멜로디만 들어도 느낄 수 있는 그 노래의 따뜻함까지.. 공연 통틀어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세 번째는 앵콜 무대까지 모두 마무리되고, 밴드가 퇴장한 뒤에 텅 빈 무대에 흘러나오는 '그린내'와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탄식. 바로 이 순간.

 

다들 아쉬움에 발걸음을 쉽사리 떼지 못했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 콘서트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이렇게까지 이 콘서트를 사랑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모든 무대가 끝나고 나니 정말 숨 쉬는 게 어려울 정도로 벅차고 행복했다. '또 다른 누군가의 콘서트를 보고 다시 이런 감정을느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아 진짜 잘한다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돈 벌어서 또 와야겠다" 이게 내 바로 뒤에 서 계셨던 분이 공연이 끝나자마자 뱉은 한마디. 공감 또 공감이었다.

 

어떤 공연을 보고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는데 실리카겔의 공연은 왠지 진짜 내 안에 어떤 것을 깨워주는 느낌이 들었다. 왠지 모를 동기부여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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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이날부로 제대로 된 실리카겔의 팬으로 거듭나게 된다. 오직 ‘POWER ANDRE 99’ 앨범이 발매하기를 기다리다가 발매하자마자 미친사람처럼 반복해서 들어줬고. 실리카겔 공연 공지만 떴다하면 친구와 티켓팅을 도전했다. 그 이후로 신서사이즈, 2023 썸데이 페스티벌, 심지어는 더위로 그렇게 악명이 높다는 2024 펜타포트 락페스티벌까지 다녀오게 되었다.

 

모든 티켓 구매에 후회가 없게끔 만들어주는 실리카겔이 좋았다. 그리고 공연 문화에 눈을 뜨게 만들어주어 고마웠다.

 

여행은 나이가 들어서도 갈 수 있다.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하지 않고 있는 게 그 지역이고 나라니까. 하지만, 공연은 아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 중, 가수와 내가 가장 컨디션이 좋은 날은 오늘이니까. 지금을 놓치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것이 그때 내가 보고 싶었던 그 공연이니까. 만약 내가 ‘POWER ANDRE 99’ 콘서트를 가지 않았다면 지금쯤 얼마나 재미없는 인생을 살고 있었을까?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앞으로도 실리카겔의 공연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될 수 있는 한 모든 곳에서 함께 하고 싶다. 공연 하나에 돈, 시간, 체력, 열정을 모두 걸 수 있는 이 '청춘'을 '실리카겔'이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나의 청춘을 지켜준 실리카겔에게 정말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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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나의 메시지였다. 사실 이런 이벤트 추첨 관련해서는 워낙 운이 없는 사람이라, 애초에 참여할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내가 이벤트에 당첨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메시지가 멤버들에게 직접 가닿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가 행복했던 그날의 기억과 나의 감정, 여전히 남아있는 여운까지 모조리 다 꺼내두어 차곡차곡 글로 정리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해낸 것 같아 뿌듯했다.

 

부디 이 진실된 마음만이라도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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