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명작의 비하인드: 시대와 이야기가 만나다 -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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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지만, 막상 다가가려 하면 너무 거대하고 복잡해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 학문이다. 교과서에서 배운 몇 줄의 지식이 희미하게 떠오르지만, 그 지식만으로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 그렇다고 딱딱한 역사책을 꺼내들어도 낯선 용어와 인물, 지명이 줄줄이 이어질 뿐, 이 이야기가 지금 나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쉽게 와닿지 않는다.
그런 문제를 해결해 줄 책이 여기에 있다.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는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 속 주인공들과 함께 세계사의 숨은 뒷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책이다. <빨간 모자>의 소녀는 왜 숲 속에서 길을 잃으면 늑대를 마주치게 될까? 왜 동화에서 항상 왕비는 마녀가 되어서 못된 짓을 저지를까? 우리가 너무나 익숙해 져서 생각해 보지 못한 동화 뒤에 숨겨진 비밀에 대해 저자 박신영은 특유의 스토리텔링으로 세계사를 흥미진진한 역사 에세이로 변주해낸다.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는 2013년 첫 출간 이후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으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2023년, 출간 10주년을 기념해 리커버 에디션으로 다시 독자들에게 찾아왔고, ‘다른 이야기 다른 역사 시리즈’로 엮어 이후 동양사, 한국사, 여성사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현재 중국과 대만에서도 번역 출간되어 큰 호평을 받고 있으며, 또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청소년 권장 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책은 마치 한 편의 흥미로운 모험담처럼 구성되어 있다. 백마 탄 왕자가 낯선 나라를 헤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르코는 왜 어머니를 찾아 멀고 먼 길을 떠나야 했을까? 빨간 머리 앤이 ‘홍당무’라는 별명을 그렇게도 싫어했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명작동화 속 주인공들이 겪은 이야기의 배경을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재조명하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동화가 알고 보면 식민지 시대, 전쟁, 계급 구조와 같은 거대한 역사의 일부였음을 깨닫게 된다.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역시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속에 숨겨진 이야기였다. 어렸을 때, 공주가 고난을 겪고 결국 왕자와 행복해지는 <백설공주>, <잠자는 숲 속의 공주>와 같은 내용을 정말 좋아했다. 어렸을 때는 공주와 왕자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만을 좋아했는데, 그 동화 속에서 왕비는 왜 항상 마녀라는 악역을 맡게 된 것일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화 <백설공주> 속 왕비는 사악한 마녀이자 나쁜 계모로 그려지지만, 책에서는 그녀가 왜 그렇게 묘사되었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당시 왕비는 정략결혼으로 낯선 나라에 시집온 외국 공주 출신인 경우가 많았다. 낯선 나라에 시집 온 외로움 속에서 의지할 곳 없이 남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아름다움을 유지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거울을 자주 보며 외모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친정에서 가져온 거울 앞에서 모국어로 중얼거린 몇 마디가 주위 사람들에게 오해받아 '요상한 주문'으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은 그녀가 왜 마녀로 낙인찍혔는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이처럼 익숙한 동화 속 악역 캐릭터를 인간적으로 재해석한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이처럼 이 책은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 근본을 파헤친다. 마치 명작 동화의 숨은 그림을 발견하듯, 세계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를 읽고 나면, 동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겪었던 이야기가 우리 일상 속 고민들과도 은근히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세계사를 시작하기 어려워하던 이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세계사에 입문하는 즐거운 첫걸음일 뿐, 그 여정의 끝은 아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단순히 이야기의 재미에 머물지 않고, 추가적인 독서와 탐구로 나아간다면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앞으로 더 풍성하고 심도 깊은 시리즈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기를 기대해본다.
[최선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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