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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V. Esparza / Atlantic Records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

 

중고등학교 시절, 어쩌면 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해온 한국의 게임 ‘아파트’가 노래로 돌아왔다. 12월 6일 발매되는 로제의 첫 정규앨범 ‘Rosie’의 선공개 곡 ‘APT’가 그 주인공이다.

 

근데 이제 브루노 마스를 곁들인.

 

 

 

 

대체 어떤 조합일까, 궁금증을 품으며 빈티지 때깔이 약간 섞인 핫핑크 색 섬네일을 누르면 익숙한 인트로가 나온다. ‘채영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 랜덤 게임, 게임 스타트’. 그리고 시작되는 익숙한 리듬의 드럼 사운드.

 

전부 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맛이지만 색다르다.

 

소재를 보면 윤수일의 ‘아파트’가 아른거리다가도 80년대 록 사운드라는 점에서 Toni Basil의 ‘Hey! Mickey’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전부 다 아니다. 이건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말아주는 술자리의 인트로다.

 

 

[크기변환]ROSÉ & Bruno Mars - APT. (Official Music Video) 0-51 screenshot.png

 

 

It's whatever it's whatever it's whatever you like

Turn this 아파트 into a club

I'm talking drink, dance, smoke, freak, party all night

건배 건배 girl what's up

 

클래식하고 단순하게 진행되는 코드에 트렌디하고 강렬한 둘의 보이스가 얹어지니 실패하기도 어려운 조합이지만 생각보다 더 시너지가 컸다.

 

둘 다 강한 음색을 가지고 있지만 레트로한 팝 사운드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흥을 돋궜다. 급기야 태극기를 든 브루노 마스의 목소리로 ‘건배’를 들을 줄이야. 술 좀 마실 줄 알고 노래 좀 부를 줄 아는 한국인이라면 흥이 안날 수가 없다.


로제가 밝힌 곡의 작업 과정과 브루노 마스와의 협업 계기도 흥미롭다.

 

‘APT’는 스튜디오에서 같이 작업을 하던 스태프들과 ‘아파트 게임’을 하다가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곡인데, 마침 새롭게 계약한 애틀랜틱 레코드를 통해 브루노 마스에게 이 곡을 보여줄 기회가 있었다.

 

로제는 당연히 안될 줄 알았다고 했으나 브루노 마스는 로제에게 ‘대체 아파트가 뭐냐’고 물었고, 로제는 그에 대해 ‘a Korean drinking game’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과는, 보란 듯이 대박이다.


공개한 지 하루 만에 음원 사이트 1위는 물론 MV 조회수 3천만 회를 훌쩍 넘기는 이 기세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미 대중은 ‘아파트 홀릭’이다.

 

수능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지금, 수험생들이 제일 견제해야 할 것도 이 곡이다.

 

 

[크기변환]ROSÉ & Bruno Mars - APT. (Official Music Video) 1-51 screenshot.png

 

 

누군가는 세련되지 않아서 별로라는 평을 내릴 수도 있지만 오히려 B급이라 빛이 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대개 유행을 사로잡는 건 그런 것들이다. 트러플, 캐비어가 아니라 ‘마라탕후루’ 같은 것들. ‘Apartment’가 아니라 정직하게 ‘아파트’인 것도 곡에 영양보다 감칠맛을 더해 입에 붙게 만든다.

 

그리고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B급 감성을 선보인다고 해서 누가 그들을 B급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가죽 재킷 빼입고 단출한 스튜디오에서 롹앤롤을 제멋대로 말아도 그들은 여전히 브루노 마스와 로제다.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 앞으로 얼마나 많은 술자리에서 다시 이 소리가 울려 퍼지게 될까. 로제가 불고 온 이 바람으로 인해 나중에는 해외의 한 파티에서 비어퐁이 아닌 ‘아파트’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 당당하게 어떤 코리안이 나서 룰을 설명할 그림이 그려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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