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친밀 그리고 배려

가까워질수록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한 이유
글 입력 2024.05.0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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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 작가의 책 『보편의 언어』를 최근에 읽었다. 이 책은 우리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을 한 데 모아 작가의 사유를 담아낸 책이다. 나는 말과 언어에 대한 민감성을 인지하고 사는 탓에 『언어의 온도』에 이어 잇달아 나온 이번 책들에도 관심을 가졌다.


『보편의 언어』 목차 중 세 번째 챕터에 있는 ‘친밀’이라는 단어를 정리한 내용을 적어본다. 정확히 말하자면, ‘친밀 : 가장 가깝기에 가장 만만한’이지만 그 범위를 좀 더 넓혀 가까울수록 만만해지는 관계에 대한 우려성을 이야기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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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함과 거리두기의 줄다리기. 그리고, 배려


 

사람마다 상대와 만나 알아가고 관계를 유지하고 맺는 방식은 다양할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이러한 방식이 꼭 친밀함과 거리두기를 양극단에 놓고 움직이는 줄다리기 같다. 너무 가까워져도 탈이 나고 너무 멀어져도 문제가 되기에 인간관계를 놓고 볼 때 딱 그 중간이 되도록 맞추려는 것이다. 이는, 나와 대화가 맞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조차 그렇다. 평소보다 너무 친밀해졌다면(물론 좋은 일이지만) ‘적당한 거리두기’로 균형을 조절해 어느 한 쪽으로도 급격히 치우치지 않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마음의 첫 지점은 단지 단발성이 아닌 오래토록 보는 그런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사실, 좋은 관계가 오래토록 지속된다는 결론이 있다고 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하지만, 그 좋음의 정도는 매번 같을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람과의 관계라는 것이 어떻다 할 정답이 없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관계에 있어서는 친밀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에게 그 만큼의 배려로 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배려가 어떠한 측면에서는 ‘적당한 거리두기’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에 나의 경우에도 이러한 ‘적당한 거리두기’를 잘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생각하다보니, 마음에 걸리는 일 하나가 있었다. 마음과는 다르게 그 적당한 거리두기를 잘 하지 못한 것이다. 무엇이든 급하면 탈이 난다는 말처럼 나 또한 탈이 나버린 것이다. 평소에도 관계의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의 줄에 흠집이 난 것이다.


그래서일까. 사람을 대할 때 호기심과 궁금증은 분명 있지만 요즘 내 마음 속에는 적당한 거리두기 경보가 자주 울린다. 초반부터 공통점을 얘기하며 친밀하게 대한다거나 집요하게 나에 대해 물어보는 등 생각보다도 빠르게 진전되는 관계가 있을 때 잠시 멈춰서는 편이 되었다.


서로에게 친절 그리고 배려가 기반이 되어 관계를 맺는 일과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는 절로 기분이 좋다. 친절을 감사로 돌려주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사소한 배려가 느껴지는 사람 등 이러한 사람들을 만날 때면 마음 한편에는 그 사람에 대한 따뜻함이 자리 잡는다. 하지만, 친절이 당연하게 나중에는 만만함으로 치부해버리는 사람을 만날 때면 마음 한편에는 불편함만 남는다. 그리고, 이러한 불편함에 아쉬움은 남지는 굳이 애쓰지는 않으려고 한다.

 

“우리 친하게 지내요.”

“우리는 정말 비슷한 점이 많네요.”


라는 피상적인 말보다 행동에서 그 마음이 느껴지는 사람이 좋다. 이러한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만큼 나 또한 친절을 배려로 남기려는 사람인가 생각하고 되돌아본다. 배려라는 것은 내 기준이 아닌 상대의 기준에서 오는 배려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방적인 자기만족적 관계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나도 초반부터 궁금해진 사람을 만날 때면 이것저것 다 물어보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 진전되지 않은 관계에서는 그 조차도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천천히 관계를 진전시키면서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좋고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괜찮은 마음이다.


친절한 마음을 주어도 돌아오는 대답이 만만함과 배려가 결여된 관계라면 그 거리를 더 벌리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주면 줄수록 서로에 대한 고마움으로 충족된 관계라면 그만큼 친밀해지되 적당한 거리로 관계를 이어가면 될 일이다. 좋은 것만 채우기에도 우리의 인생은 짧고 시간은 빠르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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