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칼 라르손 -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도서]

행복해지고 싶다면
글 입력 2024.04.0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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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비극이다. 적어도 난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을 딱히 바꾸고 싶진 않다. 삶은 비극임을 받아들이니 전보다 더 행복하니까. 비극이라 생각하면 삶의 기본값이 마치 음수 같다. 아무리 세상이 몰아쳐와도 예상했던 대로 가는구나 싶어 큰 요동이 없다. 대신 일상의 작은 기쁨을 알아차리고 감사하게 된다. 양수를 발견하는 눈이 뜨인다.

 

칼 라르손은 왠지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 그 눈으로 세상을 살아낸 사람이라.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책을 받고 목차부터 훑었다. 그의 시작을 알기 전에 그의 끝을 알고 싶어 뒤에서부터 그림을 봤다. 자화상 속 그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이 편안했다. 슬픔을 아는 사람인 것 같아 좋았다. 슬픔과 위트를 담고 있는 칼 라르손, 그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자 앞장을 펼쳤다.

 

 

칼 라르손_위트.jpg

 

 

그는 빈민가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가족을 버리고 떠났다. 무책임하게 떠난 아버지는 실패하여 돌아왔고 뒤치다꺼리는 가족의 몫이었다. 뒷말을 생략해도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그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굳건히 자리를 지킨 그의 어머니가 나는 놀라웠다. 얼마나 남편이 밉고 억울했을까. 그러나 그림 속 어머니의 모습은 평온하기 그지없다. 판단하지 아니하고 비극 자체를 받아들인 듯했다. 어찌 보면 용서는 늘 받아야 할 사람이 먼저 한다는 글쓴이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청년이 되어 파리와 스웨덴을 오가며 어렵게 창작하던 그는 여성 화가 카린을 만났다. 카린은 부잣집 딸로 얌전한 숙녀였다고 한다. 배경도 성향도 달랐던 둘은 점차 친해져 결혼을 했고 8명의 생명을 낳았다. 일찍이 발휘하지 못한 투정과 헛욕심을 부릴 수도 있는데 칼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다하며 가족을 사랑했다.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가구를 만들고, 산책을 하고, 장난을 치는 등 시간을 같이 보냈다.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은 시간인 듯하다. 칼은 가족과 보낸 시간을 그림으로 간직했다.

 

나는 무엇이든 자녀들과 함께하는 부부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 어린아이들과 무언가를 할 때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함께 요리를 하려면 고기나 채소를 일정 부분 손질해서 줘야 하고, 가구를 만들 때는 날리는 먼지 때문에 재채기 날까 신경쓰고, 산책할 때는 겉옷과 신발을 챙겨 두고, 장난을 치면서도 이마를 찧을까 힘 조절을 해야 한다. 그림들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와 사랑이 있었을까. 우리는 자라면서 얼마나 많이 받았고 감사를 잊고 있을까.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과 순간순간의 행복이 담긴 그림들이 참 행복해 보이면서도 시리기도 했다. 그는 이런 일상이 얼마나 고팠을까. 평범함이 사치였을 자신의 과거를 위로하듯 일상을 그리는 그가 나는 시렸다. 행복을 그리기까지 비극을 부단히 끌어안고 살아왔을 그를 떠올리며 종이 위 그림들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그의 마음을 어루만졌을 아내 카린을 생각하며 가슴이 따뜻해졌다.

 

책을 덮고 잠시 멍하니 앉았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나는 연애도 선택, 결혼도 선택, 아이는 더더욱 선택이라 생각한다. 홀로 왔다 홀로 가는 것이 깔끔하다 여겼는데 좀 달리해봐도 좋을까. 나도 누군가에게 카린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나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태어날 생명들이 있진 않을까. 삶은 비극이지만 처절하고 아플 때도 있지만 함께하면 살만하다는 걸 이 부부처럼 알려줄 수 있을까.

 

친언니가 했던 말이 들리는 듯하다.

 

“편하지만 외로울래 불편해도 행복할래?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김윤 컬쳐리스트 명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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