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피에타(Pieta) - 자비를 베푸소서

글 입력 2024.03.2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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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모노드라마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상처 또는 차단되거나 억압되어 왔던 목소리를 개인의 이야기로 전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뮤지컬 <피에타>에는 아기 예수를 양육하며 행복해하는 젊은 엄마의 모습에서부터 아들이 고통받아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노온 마리아의 삶의 여정을 드러낸다. 극중 마리아(김사라)는 주연이자 조연이고 해설자이자 메신저로 역할한다. 혼자서 전체 극을 끌어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무색하게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관객을 집중시켰다는 점이 제법 인상 깊었던 것으로 남아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극심한 고통을 손꼽으라고 한다면 자식을 잃은 어미의 고통을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다.  죽은 아들 예수의 육신을 안고 슬퍼하는 마리아를 담은 '피에타'의 도상은 그리스도에서 고난의 상징으로 널리 부각되어 온 이미지이다. 종교적 도상으로서의 피에타는 교회미술에서부터 대중의 민중미술까지 다양하게 활용되었으며, 여러 예술작품으로부터 <피에타>라는 제목이 차용되기도 하였다.


종교적 의미의 피에타는 통탄이라는 담화 아래에서부터 뿌리 깊은 교회의 희망과 구원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반면 일반적인 통념에서의 피에타는 선과 악, 사회의 억압에서부터 시작된 한 개인의 삶을 다루는 의미에서 일종의 실존주의를 배경으로 하고 있을 것이다.


뮤지컬 <피에타>도 후자의 것과 다르지 않다. 종교적 사상에서부터 오는 무거운 구원의 메시지는 그의 어머니 마리아의 거칠고도 깊은 울분으로 집약된다. 왜 이토록 고통받아야 하는가, 왜 하필 나의 아들인가에 대한 원망은 다시금 아들의 희생을 통해 구원을 이루고자 하였던 그분에게로 향한다. ㅡ그분은 종교적 의미에서의 절대자이다.ㅡ 인간이기 이전에 구원자였다면, 마리아이게는 구원자이기 이전에 아들이었다.

 

하지만 '내 아들'과 같은 말이 무색해지게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말의 힘은 압도적이다. 이 극은 하늘의 뜻을 거역할 수 없는 인간의 처절함이 가감없이 묘사된다.

 

피에타의 어원은 이탈리아어로 '연민(pity)', 그리고 경건한 마음(piety)'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라틴어 'pietas'에서 유래된 피에타(Pieta)는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분으로 묘사되는 절대자는 이토록 고통받는 그녀에게 과연 지금은 어떤 자비를 베풀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민족들에게 예수의 죽음은 거룩함을 담은 무게 있는 죽음이겠지만, 마리아가 그리는 무대 위에는 어떠한 성스러움과 당위성이 묘사되지 않으며, 단지 어머니로서 감내하기 힘든 고통과 경외감만이 전달될 뿐이다.

 

마리아가 사는 세계는 가난한 자가 철저히 고통받는 세계이다. 그녀의 입으로 묘사되는 이스라엘의 수난사는 가난하고 약한 민족이 억압받는 오늘날의 사회상을 관통한다. 종교적 구원이 아니더라도, 사회의 종말과도 같은 깊은 고난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을 묘사하는 모든 부조리와 사회의 악은 피에타의 본질적인 맥락을 담고 있다. 그런 만큼 종교와 성경, 피에타의 배경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할지라도 극을 즐길 수 있다.

 

뮤지컬 <피에타>에서 다루고자 하는 본질이 사회 전체의 문제를 꿰뚫고 있는 만큼, 누구나 많은 것들을 느끼고 올 수 있는 좋은 공연이었다.

 

 

 

 


[신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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