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무로 풀어내는 삶의 이야기 - 내 속에는 나무가 자란다

수마나 로이 저서 “내 속에는 나무가 자란다” 후기
글 입력 2024.02.2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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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하늘의 새를 바라보며 “그냥 저렇게 날아다니는 새가 되고 싶다”라고 중얼거리곤 한다. 자유로이 창공을 비행하는 새를 보며 답답한 상황을 활짝 열어젖히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렇다면,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오랜 시간을 가만히 지내야 하는 나무는 어떠한가? 나무가 되고 싶은가?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을 때,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라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 게다가 크고 단단한 기둥과 땅속 깊이 얽히고설킨 뿌리는 그것에게 어떤 움직임도 허용하지 않는 듯이, 발언권을 빼앗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나무-되기’를 진정으로 바랐던 작가의 진솔한 말들에 나무가 되고 싶은 마음을, 나무를 이해하게 됐다.

 

나무의 시간은 우리와 다르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간을 아는 것은 필수적이며, 나아가 우리는 시간에 의존하여 살아간다. 아무런 일이 없음에도 괜히 스마트폰의 시계를 틈틈이 확인하는 모습은 나에게서만 보이는 게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무는 그렇지 않다. 나무는 시간에 쫓기어 살아가지 않는다. 해야 할 일들을 꽉꽉 채운, 보기 좋은 시간표를 만들지 않는다. 그때그때 일어나는 변화에 맞추어 천천히 반응해나갈 뿐이다.

 

[나무의 시간은 미래를 걱정하지 않으며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다. 햇볕이 내리쬐면 꿀꺽 삼키고 먹는다. 밤이 오면 쉰다.]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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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사랑에 관해서도 나무의 방식을 사유하고 희망한다. 인간성을 논할 때 가장 우선하고 핵심으로 제시되는 사랑마저도 말이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명목 아래 대상을 착취하고 소모한다. 욕망의 대상을 온전히 소유하려는 마음은 오히려 대상의 파괴를 초래한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주체-대상'의 관계의 비극은 이러한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나무가 사랑하는 방식은 다르다. 나무는 대상을 얽매거나 가지려 하지 않는다. 나무의 가지는 대상을 향해 뻗어 나가지 않고, 공간을 향해 나아간다. 그렇게 수많은 가지와 잎사귀에 의해 드리워진 그늘은 모두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나아가 나무의 사랑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진다. 계급과 성별, 인종과 나이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나무의 곁에 머무를 수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가장 뜨거운 논의 중 하나는 인류세와 포스트휴먼 담론이다. '나무-되기'를 지향하는 이 책의 내용 역시 그 맥락 속에 놓여있다. 거부감이 드는 낯선 용어가 붙여지면서까지 이 논의들이 부상되는 이유는 실제 우리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나무에 관한 이야기는 개인적 이야기에서부터 문학, 사회학, 과학의 영역까지 넓은 차원에서 풀어나가지만, 궁극적으로는 삶의 존재 방식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다.

 

작가는 책을 통해 나무가 존재하는 방식 자체에서 깨달음과 의미를 찾아 우리에게 건네준 것이기도 하지만, 이를 책으로 적어냄으로써 그가 보는 방식을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놓치지 않아야 하는 부분은 여기에 있다. 작가가 나무에 대해 느낀바 자체를 알아가는 것도 좋지만, 느끼는 그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다.

 

저자는 기존의 인간중심적인 시각으로 나무를 바라보고 이해하지 않았다. 직접 나무가 되어보듯, 나무의 입장에서 지각하고 소통했다. 대상이 직접 되어보는 태도, 그리고 그 대상이 인간이든 동물이든 이 세상이든 그러한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의식일지도 모른다.

 

 

[정충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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