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잘하지는 못하지만, 될 때까지 합니다 [만화]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만화 주인공의 이야기
글 입력 2024.02.12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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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지 않은 주인공은 쉽게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만화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어떤 것이든 한 방에 끝내버리는 특급 주먹이 있는가 하면, 어떤 기술이든지 빛의 속도로 흉내 내는 능력도 있다. 심지어는 살인을 할 수 있는 노트나 팔이 무지막지 길어지는 열매와 같은 무시무시한 물건을 가지고 있기까지 하다. 현실에 있을 리 만무할 능력을 가진 주인공들은 동경이자 사랑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런데 여기 지극히 평범한 남자가 있다. 평범하다 못해 답답하고 한심한 지경인 주인공이 있다. 바로 만화 『도쿄리벤저스』의 주인공 ‘하나가키 타케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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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리벤저스』는 타임루프를 소재로 한 일본의 소년액션만화다.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연명해가던 26세의 주인공, 하나가키 타케미치는 어느날 우연히 본 뉴스에서 중학교 시절 교제하던 여자친구인 히나타가 폭주족의 싸움에 휘말려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렇게 싱숭생숭한 하루를 보내던 중 누군가에게 떠밀려 선로로 떨어진 타케미치는 12년 전으로 타임슬립을 하게된다. 수많은 타임슬립 속에서 타케미치는 살해당할 운명의 옛 연인과 자신,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들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주인공 타케미치는 미래를 바꾸기 위한 궁극적인 목표로 옛 연인의 죽음의 원인이자 모든 일의 원흉인 폭력단 ‘도쿄만지회’의 톱이 되고자 한다. 평범함의 끝을 달리는 그가 어떻게 조직 폭력배의 톱이 될 수 있을까?

 

놀랍게도 만화 속의 타케미치는 변변찮은 펀치 한 번 날리지 못한다. 미래를 바꾸겠다는 일념 하나로 몇 번이고 시간을 되돌아가면서도, 흔한 능력 하나 없이 맞고만 있는 그가 한심하고 답답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타케미치는 절망하는 법이 없다. 누구나 포기했을 법한 상황들 속 그는 그 자신을 굳게 믿기로 한다. 카리스마도, 똑똑하지도, 요령이 좋지도, 덩치가 크지도, 싸움을 잘 하지도 못하는 그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잘하지는 못해도 될 때까지 한다.


싸움이 끝나면 피투성이가 된 타케미치는 웃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고개를 떨구지 않는다. 타케미치는 싸우지 않지만 포기하지도 않는다. 쓰러져도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그는 결국 도쿄만지회의 톱이 되고 미래를 바꾼다. 그의 끈기는 스스로뿐만 아니라 주위의 인물들을 변화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사이트에 ‘타케미치’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발암 주인공’이라는 키워드가 뜬다. 하지만 나는 마냥 그를 비웃을 수 없다. 어쩌면 포기가 너무나도 쉬워진 우리 삶을 응원해주는 존재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포기하고 싶을 때면 타케미치는 외친다. “절대 포기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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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네이버 웹툰 ‘이런 영웅은 싫어’ 에서 이런 말이 나온 적이 있다. 총이 없는 신라시대에 총을 잘 쏘는 능력을 갖추고 태어났을 수도, 인력거가 없는 현시대에 인력거를 끝장나게 잘 끌어주는 능력을 숨기고 있을 수도 있다고. 약하기 짝이 없는 타케미치는 아마 싸움이라는 능력 대신 끈기라는 능력을 숨기고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을 되돌아가기 전 26살의 타케미치였다면 자신의 능력을 모른 채로 이름 없는 만화 주인공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평범해 보일지 모르는 우리 역시 삶의 주인공이다. 재능이 없어도 평범하지 않아도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희망에 닿지 못해 좌절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에게 타케미치는 말한다. “잘 모르는구나. 이길 수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니야. 죽어도 꺾이지 않아.” 타케미치는 능력 없는 주인공이지만 행복하다. 우리는 항상 행복이 어려운 것이라고만 생각한다. 노력해도 떨어지는 면접, 수십 번씩 차이는 사랑 고백, 될 기미라고는 보이지 않는 것들 투성이인 지금이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이루어 낼 수 있다. 특별한 재능이 없더라도 행복해질 수 있다. 보잘것없는 주인공 타케미치가 『도쿄리벤저스』의 당당한 주인공이 된 것처럼 말이다.

 

 

[박아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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