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작지만 무한한 환상 속으로 -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아빠'

이상하지만 이상하지 않은 이야기
글 입력 2024.02.14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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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공연을 관람하다 보면 유난히 가슴이 터질 듯 벅차오르는 순간이 있다. 작은 무대, 좁은 객석, 그 모든 한계를 뛰어넘어 무한한 세계가 펼쳐지는 순간이 그렇다.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아빠]는 바로 그런 공연이다.

 

 

리플렛 삽입 사진1.JPG

 

 

처음 마주했을 때 다소 단순해 보이는 무대는 영상 기법을 통해 물리적 한계를 초월한다. 작고 소박한 편의점이었다가 동화 속 공간으로 바뀌는 과정은 부드러우면서도 환상적이라 순식간에 관객을 몰입시킨다. 이에 그치지 않고 기차, 병원, 바다까지 수없이 많은 공간이 작은 무대 속에서 이질감 없이 자리 잡는다.


주인공 '주영'의 창작 동화 속 등장인물들이 현실과 공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무대는 더욱 무한한 공간감을 뽐낸다. 무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문이 열리면서 토끼가 의사가 되고, 도도새가 간호사가 되며, 젊은 시절의 아버지가 깜짝 나타나는 마법이 펼쳐진다. 화려한 무대 효과 없이 문이라는 매개체만으로도 극대화되는 환상성에 감탄하며, 이 얼마나 영리한 연출인지 감탄하게 된다.


이렇게 무대를 통해 형성된 관객의 몰입도는 경쾌하며 파워풀한 '멀티'들의 연기를 통해 강화된다. 정현우, 홍준기, 박혜원 배우는 발랄하면서도 일견 섬찟할 수 있는 동화 속 인물을 부담스럽지 않고 매끄럽게 연기해 내는데, 그 연기가 정말 일품이다. 뛰어난 넘버 소화력과 안무는 물론이고, 무대 전체를 누비며 생동감을 불어넣는 모습에 절로 박수가 나온다.


여기에 현실과 공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연인 만큼, 음악 역시 적절하게 배치되었다. 배경이 '주영'의 생각 속일 때는 다양한 악기를 이용해 동화적인 분위기를 불러일으키는 한편, '주영'과 '병삼'의 메인 넘버는 아날로그적인 음악을 통해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음악을 다채롭게 선사하면서도 그 구성이 어지럽지 않고 집중도가 높다.

 

 

리플렛 삽입 사진2.jpg

 

 

암 선고를 받은 후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아버지, 한없이 미워했던 아버지의 어릴 적 모습을 알게 되고 혼란스러워진 딸 '주영'은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노래한다. 그 과정에서 '주영'은 언뜻언뜻 보이는 아버지의 어릴 적 모습이 영영 "내가 알 수 없는" 순간임을 인식한다.


'주영'은 아버지 '병삼'에게 자신이 몰랐던 모습이 있음을 발견했지만, 그 파편적인 기억으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또한 오랫동안 곪아 온 상처가 한순간에 낫는 기적이 나타나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극의 마지막까지, '주영'의 마음은 포스터에 나타난 문장처럼 "아빠는 누구야?"라는 질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알 필요가 없다는 체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주영'은 아버지를 이해하고 자신의 마음속 닫혀 있던 문을 열 수 있었으리라. 이 이야기가 아름다운 이유는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극이 끝난 후, 아름다운 꿈을 꾸고 깨어난 듯한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 나면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더욱 소중해지는, 그런 공연이라 더욱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유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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