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 – 우리에게 남은 시간

글 입력 2023.12.2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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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곳곳에서 ‘인류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인류세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전 지구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뜻하는 새로운 과학 용어다. 노벨 화학상을 받은 파울 크뤼천이 2000년에 주장한 개념이다. 이 용어는 환경에 우리 인간이 미치고 있는 영향의 파급력을 효과적으로 설명한다. 인류세라는 말이 생겨난 지 20년도 더 지난 지금, 드디어 한국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꽤 예전부터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사회 혹은 과학 과목에서도 지구 온난화를 배웠고, 매년 과학 상상화 그리기 대회에서는 기후 변화가 가져올 미래의 변화된 모습을 생각해 봤다. 그런 역사에 비하면 우리가 기후 위기에 가지는 경각심은 턱없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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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최명순은 환경, 생태 전문 PD이다. 그는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다수의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제작하며 사람들에게 기후와 생물다양성 위기를 알려왔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전문 과학 용어보다는 일반인도 이해하기 쉬운 말로 설명된 이 책에서 기후 위기에 직면한 우리 지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1장. 소행성은 쳐다보지 마! - 영화 <돈룩업>에서는 소행성 충돌 위기에 처한 전 세계 사람들의 안일한 대응과 이로 인한 인류 멸망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책은 현대의 기후 위기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이 영화에 비유한다. 누구나 심각하다고 말은 하지만, 진지하게 대응하는 사람의 수는 현저히 적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의 이유를 여러 측면으로 설명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후 위기에 무관심한 이유로는 정치와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과학 지식을 가지고 정책을 펼치는 기관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와 결부된 지식까지 의심받는다. 과학적 정보를 나열하기보다는 문화적으로 이 위기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심각한 문제임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소통해야 한다고 말한다.

 

2장. 대중의 언어 - 2장에서는 언론이 기후 위기의 시대에서 담당하는 역할에 대해 조명한다. 앞서 말한 소통을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크다. 과학자들의 경고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기후 위기 뉴스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철학이 아직은 부족하고, 지구적 문제를 담당하는 부서나 기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클릭 수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이다. 기후 위기는 연예계 뉴스에 비해 돈이 되지 않는 주제다. 몇 안 되는 기후 관련 뉴스조차 과도하게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해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30년 뒤면 지구는 망한다”, “20XX년이면 극지방 빙하는 모두 녹을 것이다”와 같은 막연한 공포 마케팅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3장. 이슈화의 최전선 - 3장에서는 기후 위기에서 ‘지구의 위기’가 된 현재, 이를 대중에게 알리고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다. 불법 어업 현황을 파악하고 바다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그린피스 선박의 사람들, 야생 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운동가들, 기후 우울 만화를 그리는 웹툰 작가 등을 만난다.

 

실제로 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를 기록하는 사람들은 내가 다니는 학교에 있는 단체의 이야기이다. 이분들이 지속해서 목소리를 낸 덕에 조류가 많이 충돌하는 유리창이 있는 건물에서는 현재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한 경고 소리가 나오도록 조치가 취해졌다. 많은 이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은 이렇게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4장. 인류세 시대를 살아가기 - 4장에서는 지금까지 살펴본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절망보다는 희망이 크며, 그 크기를 키워나가기 위해 우리가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지금의 한국 사회를 드러내는 용어는 ‘무해함’이라고 한다. 안전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이 투영된 것이다. 무해의 시대는 고통이 회피되는 시대가 아니라, 이제껏 인정되지 못했던 새로운 고통을 기왕의 것들과 연결하는, 강인하고 질긴 망이 엮어지는 시대이다. 이 무해함을 위해서 우리는 서로를 돌보아야 한다. 우리 인간 서로를, 그리고 인간 존재 외의 지구를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안위를 염려하고, 변화를 위한 실천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구의 문제가 국경을 초월한 행성적 문제이고 우리 모두가 공동 운명체인데, 왜 우리는 모른 체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을까? - 김산하 박사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이렇듯 기후 위기, 어쩌면 기후 재앙이라고 불러야 하는 이 전지구적 상황에 우리는 직면해 있다. 그러나 수많은 논의와 실천이 정부적, 시민적 차원에서 활발히 이루어지는 타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는 갈 길이 멀다. 당장 얼마 전만 해도 우리 정부는 일회용품 규제 철회로 시대를 역행한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홍성욱 교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 기술이 아니라 감수성이라고 말했다. 무해의 태도는 다른 존재에게 가해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더 나아가 적극적인 실천을 동반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순하고, 작고, 덜 쓰는 세상을 상상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기후 위기로 도래할 세상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우리는 미세먼지, 미세 플라스틱, 폭염, 대홍수, 가뭄, 이상 고온 등 전부 나열하기도 힘든 수많은 문제들을 마주하고 있다.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무뎌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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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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