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이별에 서툴러서 [도서/문학]

글 입력 2023.11.1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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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 그리고 나의 독자들이 이 글을 선택한 이유는 아직 서툰 이별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별’에 관한 내용이다.

 

이 책의 내용은 작가 최은주 님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양평의 양수리를 배경으로 한다. 한적한 곳, 그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별 카페’라는 곳이 존재한다. 이별을 위해 만들어진, 이별을 결심하기 위한 카페. 책은 각 목차마다 독자에게 다양한 이별을 얘기한다. 단순히 연인 관계에 이별도 있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생각보다 다양한 이별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직은 내가 헤아릴 수 없는 그런 이별도 있다는 것을.


이별을 위해 이별할 사람과 방문하는 손님들도 있었으며, 이미 이별한 상태로 이제는 정말 마음속에서조차 보내주기 위해 방문한 손님도 있었다. 이별 카페에 도착한 손님들은 각자의 이별을 한 후 ‘이별 노트’라는 다른 손님들이 적고 간 이별들을 공유한다.

 

 

“너를 통해 사랑을 배웠다. 너는 내게 큰 선물이었다.”

 

 

이별하는 와중 이런 생각에 사무친다면, 그 이별은 참 쉽지 않을 것이라 짐작한다. 우리가 이별에 서툴고, 이별에 무너지는 이유는 저 문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사랑을 줬던 무언가가 이제는 내게 상처만을 전해주려 하니깐. 이전에 행동과 말 하나하나가 선물 같고 설레였다면, 이젠 그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무너져 내리게 되니깐.

 

사랑이 없었다면, 이별이 없었을 테다. 이별이 힘들지 않다면, 그건 애초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그 이별에 서툴러서 당해 오기만 했으니까”

 

 

이별은 늘 후회를 동반하는 거 같다. 왜 그때 그랬을까, 왜 그때 그러지 못했을까. 하지만 반대로 이별이 없다면 후회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별에 서툴러 수백 번 무너지고 또 무너질 테지만. 이별은 역설적이게도 나를 강하게 만들어 준다. 많은 이별들을 경험할 수록 우리는 조금 더 초연해지고, 단단해 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착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겉이 단단해지는 것이지 그 속은 이미 무너져 내렸을 테니. 그러니 이 글을 읽으며 “난 이별에 면역이 생겼어. 이제는 슬프지 않아.”라고 생각했다면, 실컷 울고, 마음껏 토해내며 그 단단한 겉면 안에 있는. 무너져 내린 잔재들을 다 쏟아내길 바란다.

 

이 책은 솔직하게 흥미롭게 사건이 전개되거나, 무언가가 긴박하게 휘몰아치지도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다양한 이별들을 풀어낸다. 나는 그래서 이 책이 좋다. 이 책을 읽고 있다면 아마도 이별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이들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이별도 덤덤히 풀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늘 이별에 힘들어한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누구보다 열렬히 사랑을 했다는 증거다.

 

무너져도 괜찮다. 다시 일어나면 되니.

 

그러니 우리는,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 다시 한번 열렬히 사랑할 준비를 해야 한다.

 

나를 힘들게 했던 이별과는, 이제는 이별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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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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