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셰익스피어가 아니면 어때! - 뮤지컬 '썸씽로튼' [공연]

글 입력 2023.10.1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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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썸씽로튼’은 바야흐로 문화예술의 시대, 낭만의 르네상스 시대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이다. 당대 최고의 극작가인 셰익스피어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반면, 올리는 극 마다 쫄딱 망하는 비운의 극작가 닉과 나이젤 바텀 형제는 생활고에 시달린다. 닉은 성공하기 위해 최고의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조카인 토마스 노스트라다무스를 찾아가는데 노스트라다무스가 셰익스피어의 미래 역작 햄릿을 뮤지컬 오믈릿이라고 잘못 예언해 버린다. 닉은 주변의 만류에도 뮤지컬 오믈릿을 극장에 올리려고 하는데... 유쾌하게 진행되는 극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닉 바텀의 인생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름이 셰익스피어라면 슈퍼스타지만 그게 아니라면 찬밥이니까

 

닉은 셰익스피어가 쓰레기를 써재끼는 천박한 수준의 작가인 주제에 운 좋게 인기를 얻었다며 그가 너무 싫다고 말한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를 무시하는 모습과 모순되게도 예언가를 찾아가 셰익스피어가 쓸 미래의 역작을 알아내려고 한다.

 

 

“너무 싫어 셰익스피어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딴 게 아니라 그냥 부러운 인생이라 싫은 것 같아. 내가 초라해 보이니까 그게 싫더라고. 사실 셰익스피어 된다면 내 간도 쓸개도 빼줄 수 있어”

 

- God, I Hate Shakespeare(Reprise) 넘버 중

 

   

닉은 사실 셰익스피어가 실력이 뛰어난 사람인 것을 잘 알고 있다. 또 사실은 그처럼 되고 싶어 한다. 셰익스피어를 욕하면서도 그를 질투해서 그의 역작을 몰래 알아내려 하고 동생의 말을 무시한 채 자기 의견만 몰아붙이는 인물이지만 닉이 마냥 밉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잘 해내고 싶어서, 잘 살아내고 싶어서 발버둥 치는 닉의 모습이 보통의 우리 모습과 닮아있어서가 아닐까?


질투와 동경은 한 끗 차이다. ‘쟤는 저렇게 잘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못할까?’라는 생각에 주눅 들어 본 경험은 우리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어떤 분야에 1등이 있다면 당연하게 2등, 3등... 그리고 꼴찌도 있으니까. 그렇기에 닉이 셰익스피어가 싫다고 열변을 토하는 장면은 어쩐지 조금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딘가에 분명 있는 나만의 신세계

 

결국 셰익스피어를 이기겠다는 욕심에 무리하게 법을 어기면서까지 뮤지컬 오믈릿으로 극장에 올리고 그로 인해 닉은 재판장에 끌려가게 된다. 닉은 재판장에 가서야 셰익스피어를 질투하느라 진정한 나 자신을 바라보지 못한것에 대한 후회를 하며 이제는 자신에게 진실할 것을 맹세한다.


재판에서 닉과 나이젤 바텀 형제는 참수형을 운 좋게 면하고 다른 곳으로 추방당하게 된다. 추방당한 닉과 나이젤 바텀 형제는 셰익스피어를 따라 한 뮤지컬 오믈릿이 아니라 자신들의 진실한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을 올리러 행복하게 신세계로 떠나면서 뮤지컬 썸씽로튼은 막을 내린다.

 

마지막에 “가장 신세계로!” 라고 외치는 닉의 모습은 극 전체를 통틀어 가장 자신감이 넘치고 행복해 보인다.


모두가 셰익스피어처럼 특별한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1퍼센트에 불과하고 우리 대부분은 나머지 99퍼센트, 닉과 같은 보통의 사람들이다.


나의 이상은 저 산꼭대기에 있는데 정작 나는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 좌절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닉의 이야기는 어쩌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생각보다 더 아플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기에 당연히 실패할 수 있다. 또 그렇기에 언제든지 마음껏 도전할 수 있다. 당대 최고의 작가인 셰익스피어가 아니면 어떤가. 결국 뮤지컬이라는 자신만의 길을 찾은 닉처럼 남과 비교하며 절망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묵묵히 가다 보면 보통의 우리 인생에도 분명 빛나는 ‘신세계’가 찾아올 것이다.


이 뮤지컬을 본 모두가 진정한 나 자신을 사랑해 줄 수 있기를, 그리고 나만의 신세계를 발견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성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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