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초심에 대하여

초심에 담긴 이야기와 힘
글 입력 2023.10.1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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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이라는 단어에는 무수한 과거와 마음이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며칠 동안 심사숙고해서 다이어리를 산 적이 있다. 그때 나의 초심은 ‘매일매일 한 줄씩이라도 하루를 기록하자’였다. 그 안에 나의 모든 순간을 채워, 먼 훗날 어린 나를 다시 꺼내볼 수 있는 물건이 되었으면 했다. 하지만 그 초심은 오래가지 못했고, 10페이지 좀 지나서 펜의 흔적이 멈췄다. 다이어리 입장에서는, 며칠 지나지 않아 감감무소식인 내가 얼마나 웃기고 답답했을까.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공부에 대한 초심도 떠오른다. ‘그날 배운 과목은 그날 복습하기’. 개학 날, 나만의 미션이 시작되었다. 이 마음가짐을 매일 되새기며 공부 습관으로 자리 잡으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교과서와 문제집 진도를 맞춰나가며 열심히 했다. (이 타이밍에 나와 줘야 하는 그 단어.) 그러나, 새로운 개념이 점점 늘어나고 수업 내용이 심화될수록 집중은 흐려져만 갔고, 시험 날까지 시간이 부족한 탓에 문제집 답안지를 펼쳐 해설 내용으로 공부하는 이상한 공부법도 터득했다.


지금 와서 상황별 초심을 떠올려보니 온통 잃은 경험밖에 없는 것 같지만, 끝까지 지켜낸 초심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선불 교통카드 충전하기’이다. 현재는 후불 교통카드를 사용하지만, 예전에는 요금을 충전해가며 사용해야 하는 선불카드를 이용했다. 교통카드를 처음 만들었던 당시, ‘“잔액이 부족합니다.” 멘트만은 절대로 듣지 말자’는 마음으로 잔액 체크를 시간 날 때마다 했다. 그 멘트가 정말 싫었는지, 선불카드를 사용했던 고등학생 때까지 단 한 번도 잔액이 부족했던 적은 없었다.


선불카드에서도 초심을 찾아내고, 또 끝까지 지켜냈다고 알리다니. 민망하기도 하고 웃기지만, 그만큼 우리 삶 속에서 초심은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 지속을 이루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

 

 


문화예술을 향한 초심


 

누구를 만나든, 어떤 지원서를 작성하든, 나를 소개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면 “문화예술”을 빼놓지 않고 말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공연, 음악. 드라마, 영화, 미술, 스포츠, 음식, 공간 등 문화예술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것들에 관심이 많고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에 한 가지 답변만 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울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 너무나 많다.


무언가 결과가 있기 전에 원인이 존재하듯, 좋아하는 것에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이다. 사실 “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디 있겠어.”라는 답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빠지게 된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삶 자체가 문화예술에 속하기도 하기에, 문화예술을 만난 첫 순간을 명쾌한 답으로 나타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좀 다른 방향으로 틀어, 문화예술에 대한 초심을 떠올려보았다. 그렇게 과거의 나로 더듬더듬 찾아간 결과,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좀 뻔한 대답일 수도 있겠지만, 바로 순수한 어린 시절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첫 마음가짐을 가졌었다. 나는 하루 종일 집에 콕 박혀 TV 보는 것을 좋아했다. 한 손에 TV 리모컨을 꼭 붙잡고 앉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나는, 음악 방송을 보며 새로운 단어 표현과 소리를 발견했고, 여행 프로그램을 보며 더 넓은 세상을 접하게 되었으며, 드라마를 보며 감정을 배웠다.


또한 ‘나도 음악 방송 가고 싶다.’, ‘저 나라로 여행 가고 싶다.’ 등 온통 하고 싶은 것들이 가득했다. 당장 이룰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부모님과 함께 해보고, 이룰 수 없다면 TV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몰입하곤 했다.


이런 어린 시절의 나를 돌아봤을 때, 나는 문화예술을 “동경이자 꿈”으로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방면으로 호기심을 가지며 흡수하려 노력했고, 초심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문화예술에 더 깊이 파고들었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서의 초심


 

지금까지의 경험을 정리해봤을 때, 어린 시절에 꿈꿨던 문화예술 경험을 현실에서 정말 이뤄봤고, 앞으로도 이룰 것이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음악 방송도 가봤고, 해외여행, 드라마 대본 모니터링, 뮤지션 인터뷰, 스태프 활동 등 잊지 못할 경험도 해봤다.


그리고 내 인생에는 없을 것만 같았던 에디터 활동도 해봤고, 현재는 컬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그것도 문화예술을 다루는 아트인사이트에서 말이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를 지원하던 당시, 왠지 모를 자신감과 막막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의 나의 경험과 느낀 점을 잘 쓸 수 있을 것만 같으면서도, 동시에 글을 완성도 있게 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용기 내어 도전했고, 최대한 진심을 담아 글을 썼다. 결과적으로 에디터로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 매주 글을 기고하는 꾸준함도 연습할 수 있었고 문화예술을 탐구하는 실력도 기를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문화예술을 더 애호하고, 진심을 담은 나만의 글을 작성하자’는 초심을 깊이 새겼다.


초심이란, 처음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귀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초심을 느낀 이후에는 다양한 생각과 환경이 추가되고 맞물리며, 복합적인 마음으로 변하게 되기 마련이다. 괜히 ‘초심 잃지 말자’라는 말이 있을까.


삶을 살아가면서 무수히 경험하는 초심 속에서도,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초심 순위가 있을 것이다. 앞서 말했던 나의 예시로 들자면, ‘“잔액이 부족합니다.” 멘트만은 절대로 듣지 말자’가 과거의 나에게 있어 매우 큰 비중의 초심이었던 것처럼.


요즘 나는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로서 ‘문화예술을 더 애호하고, 진심을 담은 나만의 글을 작성하자’를 큰 비중에 넣으며 지속해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글을 자주 쓰다 보니 깨달은 점이 있는데, 문화예술을 제대로 느끼고 기억하기 위해서는 기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트인사이트의 일원으로서 그 초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도 진심을 담은 나만의 글을 펼쳐나가며, 나의 글을 읽게 된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 명함.jpg

 

 

[김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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