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틸라이프 [도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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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 스틸라이프(still life)는 정물화를 뜻한다.
예술이나 미학 관련 서적을 가까이하는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정물화에 천착한 책은 처음 접했다. 정물화에 관련된 지식이 적어, 처음에 망설였으나 책의 내용이 어렵지 않아 흥미롭게 읽었다.
가이 대븐포드는 "책을 읽는 행위는 그 책을 읽는 방에, 의자에, 계절에, 달라붙는다."라는 문장을 쓴다. 앞의 문장이 참 와닿았는데,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내용이라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는 '계절에' 달라붙는다는 표현이 가장 가깝게 다가왔다.
책을 읽는 동안, 집 안을 종종 둘러보았다. 최근 이사를 하여 집 꾸미기에 열중하는 시기가 있었다. 오늘의 집을 비롯한 플랫폼을 찾아보았고, 관련 영상도 자주 보았다. 집 안의 가구나 오브제를 신중히 골랐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 요소도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삶과 비슷한 느낌으로 내고 싶었다.
여하튼, 최근의 경험으로 인해 어떤 오브제에 관한 의미나 예술적 배경을 설명하는 <스틸라이프>가 더욱 흥미롭게 읽혔다.
발터 벤야민은 "실내(그러니까 가구를 들여놓는 실내)는 우주일 뿐 아니라 사적인 개인이라는 사건이다. 거주한다는 것은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남겼는데, <스틸라이프>는 문학, 예술에 남아있는 이런 흔적을 찾는 책이었다.
비근한 예를 들면, "배는 인간과 신성 간의 조화를 상징하고 사과는 인간과 신성 간의 만남을 상징한다.", "사과는 포도의 북유럽 유사체다." 등의 내용이 있겠다. 그리고 에덴의 금지된 과일이 사과가 된 것은 악(malus)과 사과(malum) 사이의 말장난에서 비롯된, 언어적으로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었다는 문장이 재밌었다. 이 외에도, 정물 배치의 의도, 언어유희 등이 기억에 남는다.
생소한 주제인 만큼, 부드럽게 읽지는 않았지만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던 책이다. 작가가 예술에 해박하다는 점이 느껴지기도 했다. 정물화에 관심이 있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김민혁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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