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이에게 다정한 세계를 [문화 전반]

<빨간 머리 앤>과 <마루는 강쥐>를 통해 본 아이와 어른
글 입력 2023.08.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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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골칫덩어리?


  

요즈음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심심찮게 ‘노키즈존’이라는 표시를 한 카페를 발견할 수 있다. 단 한 번도 크게 의식해 본 적 없는데, 어느 날 우연히 한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다.

 

‘동생 생일 때 가려고 손꼽아 기다린 가게였는데, 직원이 애는 들어오면 안 된다며 나가라고 했어요.’

 

노키즈존에 대한 어린이의 경험을 담은 뉴스 영상이었다. 다른 아이는 단지 아이들은 어리기 때문에 시끄러우리라 판단해 입장조차 허용하지 않는 노키즈존의 운영 방식에 대한 속상함을 털어놓았다.

 

실제로 지금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다정하지 않다. 유머를 빙자하며 어린이를 비하하는 수많은 단어(ex. 잼민이, ~린이), 직접적 차별을 가하는 노키즈존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어린이에게 다정하지 않은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아이를 기다려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다정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다정한 작품 두 개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누구나 처음 시작하는 순간은 있기 때문에, <빨간 머리 앤>


 

빨간 머리 앤은 2017년 넷플릭스에서 만든 오리지널 드라마다. 어린 시절 만화 영화로도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캐릭터 ‘앤’을 다시 한번 근사하게 탄생시켜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남매 둘이 사는 커스버트 집은 일손으로 쓸만한 남자아이 하나를 입양하기로 한다. 그리고 보육원에서 도착한 아이를 데리러 갔더니,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남자아이가 아니라 빨간 머리 여자아이 앤이었다.

 

그렇게 앤은 우연을 계기로 초록 지붕 집에서 살게 되지만, 모두가 앤의 존재를 환영해 준 것은 아니다. 앤은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유년기를 보내지 않은 탓에 사람들과 관계 맺으며 사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앤의 독특한 행동과 말버릇은 마을 어른들이나 동급생들이 앤을 꺼리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지금까지의 앤이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히지 못했다는 뜻이지, 앤이 앞으로도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아이라는 뜻은 아니다. 모든 것을 배우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이미 많은 것을 알게 된 상태에서 어린아이들을 보는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도 언젠가는 어린애였다. 많은 것을 몰랐던 한 아이가 성숙한 어른이 되는 길에는 수많은 사람의 도움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앤을 곤란해하던 커스버트 남매도, 앤을 깎아내리던 옆집 아주머니도, 앤을 피하던 학교 친구들도, 어느새 앤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가기 시작한다. 특히 마릴라는 서툴고, 눈치도 없고,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에 쉽게 들뜨는 앤을 꺼렸지만 서서히 아이에게 자신의 손을 내밀며 함께 변화해 나간다.

 

빨간 머리 앤은 그야말로 ‘따듯한 이야기’다. 앤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슬픔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따듯할 수 있는 이유는 그 괴로운 순간들이 앤에 대한 악의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의 사람들은 앤을 비난하기보다 앤을 이해하기로 선택했다.

 

   

 

사랑스러운 아이 주변에는 다정한 어른이 있다, <마루는 강쥐>


 

네이버에서 화요일마다 연재되는 ‘마루는 강쥐’는 ‘우리’와 ‘마루’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은 웹툰이다. 주인공 우리는 갈색 푸들 강아지와 단둘이 산다. 하지만 어느 날 강아지였던 마루는 하루아침에 5살 아이가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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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의 외관은 인간을 닮았지만, 하는 행동은 여전히 강아지다. 산책을 좋아하고, 사람을 보고 짓기도 한다. 그렇게 둘은 왁자지껄한 일상을 보내게 된다.

 

마루가 유치원생의 모습으로 변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중심은 유치원과 어린이 친구들 등 어린이를 주변의 세계로 이루어진다.

 

마루와 친구들, 즉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보는 세계는 참 재미나고도 흥미진진하다. 사소한 일상도 모험으로 만드는 어린이와 그런 어린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어른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마루와 마루의 윗집 친구 서율이가 이빨 요정을 속이는 에피소드였다. 아직 이빨이 빠질 나이는 아니지만 이빨 요정은 만나고 싶은 두 아이는 가짜 이빨을 만들어 베개 밑에 숨겨둔다.

 

곤히 잠든 서율이랑 다르게 마루는 강아지의 본능이 살아있어, 몰래 베개 밑에 선물을 넣는 우리가 굉장한 어려움을 겪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 화에서는 마루와 서율이가 가지는 작은 상상력과, 그것을 지켜주고 싶은 보호자들의 노력이 잘 느껴졌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아주 사소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마루와 서율이 몰래 넣어둔 선물은 아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해 주었기 때문이다.

 

*

 

<빨간 머리 앤>에서 우리는 아이에게 새로운 것을 가르쳐 주고 함께 성숙해지는 아이와 어른의 세계를, <마루는 강쥐>에서는 아이들의 순수한 행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두 가지의 다정한 이야기는 그 자체로 온기를 전하기 때문이다.

 

모든 아이는 우리의 과거이자 내가 사랑하게 될 미래의 소중한 사람이다. 우리 모두가 조금씩 이 작품들처럼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그들을 기다려 주며, 조금 더 따듯하고 다정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

 

 

 

박소은 태그.jpg

 

 

[박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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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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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와~~..ㅠㅠ 따듯한 에디터님같은 분들이 많으면 이 사회가 더 다정해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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