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게임은 당연하게도 혼란스러워야 한다 - 다른 여름

고곽대의 다른 여름이 다시 시작되길..
글 입력 2023.08.16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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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연속 전국대회 예선탈락, 문제아의 집합체로 불리는 대한고 핸드볼부는 해체되고 부원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그해 여름, 학교 체육관에 원인 모를 불이 나고 방화범 용의자로 대한고 핸드볼부 ‘전설’ 속 인물 고곽대가 지목된다.

 

하지만 고곽대는 사고 당일 선명한 CCTV 속 영상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방화 사실을 부인하고, 자신은 고곽대가 아닌 ‘최고작’이며 화재 당일 자신이 ‘고곽대 선배’와 함께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고작이라는 핸드볼 부원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고곽대를 수사하는 오덕구 형사는 고곽대가 자신의 방화 사실을 부인하기 위해 거짓말을 만들어냈다고 여기면서도 고곽대의 말들을 쉽게 무시할 수가 없다.

 

오덕구 형사는 고곽대가 2년 전부터 종종 찾아갔던 청소년 복지센터 상담사 이수희를 만나 고곽대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곽대가 자신을 최고작이라고 주장해왔으며, 고곽대가 2년 전 전국대회 결승전 이후 트라우마를 겪으며 자신을 고곽대의 존재하지 않는 후배 최고작으로 지칭하며 스스로를 부정해왔음을 알게 된다. 고곽대를 알아갈수록 오덕구 형사와 상담사 이수희 둘 또한 자신들이 극복하지 못한 과거들을 마주하게 되며 고곽대를 외면할 수 없는데…

 

작열하는 여름, 불타오르듯 울어대는 매미 소리, 다시 한번 7미터 페널티 드로우 라인 앞에 선 고곽대는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고 ‘다른 여름’으로 갈 수 있을까?

 

 

 

# 게임이 혼란스러워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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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설렜다. 이 게임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핸드볼을 배경으로 하는 연극이라니! 내 마음속 한구석이 불타올랐다. 핸드볼이라는 스포츠를 사랑하기도 하지만, 핸드볼을 소재로 하는 모든 콘텐츠를 사랑한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애호하는 나는 이번 <다른 여름>도 그냥 놓칠 수 없었다. 선수들이 흘리는 눈물과 땀, 그리고 그 사이에 피어나는 뜨거운 열정. 그 모든 요소 하나하나가 나로 하여금 <다른 여름>으로 향하게 했다.

 

하지만 이 연극은 나에게 기대와는 조금 다른 새로운 인상을 안겨주었다. 강한 인상이자 모티브를 주었달까. 협동하여 승리를 거머쥐는, 어떻게 보면 클리셰스러운 스포츠 게임을 180도 다르게 비추었다. 주인공의 심리적 혼란스러움, 그 사이를 줄다리기하는 중재자, 그리고 그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주변 인물과 핸드볼 팀. 마치 고도의 심리전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대표적으로 고곽대와 최고작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주인공은 과거 커다란 사건으로 인해 자신을 다른 인격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핸드볼 선수로서 성공하지 못하고 반복해서 실수를 하는 모습에 좌절한 그는, 또 다른 인격인 ‘최고작’을 만들어냈다. 자신을 ‘실패작’이라고 인지한 것일까. ‘최고작’이고 싶었던 그의 열망에서 나온 그는 그를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게끔 부추겼다. 이 모습을 보고 떠올린 드라마가 있다. 바로 SBS에서 조인성과 공효진 배우를 주연으로 했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이다. 해당 드라마에서도 조인성이 남들은 보지 못하는 가상의 인격을 만들어 내어 자신과 동일시하는 병을 앓고 있는 설정을 지니고 있었다.

 

어릴 적 아버지의 가정 폭력으로 큰 상처를 입은 그는 그를 매우 닮은 형상을 만들어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의지할 기둥을 하나 창조하고 있었다. 그를 떠올리면서 고곽대가 누군가를 의지할 수 없을 만큼 많이 힘들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무대에서 화려한 핸드볼 경기장이 가장 눈에 들어오지만 더 주목한 것은 이 극의 조명이었다. 전체적으로 밝고 화려한 조명이 쓰이기보다는 주인공 혹은 등장인물들에게 더 집중적으로 핀 조명을 사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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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적으로 자신의 혼돈을 마주하기 시작한 고곽대, 최고작을 없애고 온전한 고곽대를 되찾기 위해서는 혼란스러움이 필요했다. 그가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혼란스러움 말이다. 경기는, 즉 스포츠는 혼란스러워야 한다. 혼란스럽지 않으면 이기는 의미, 지는 의미 그 두 가지가 모두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움 속에서 피어난 열정 때문에 우리는 그 게임에서 이겼을 때 강한 쾌감을, 졌을 때 커다란 패배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의미로 고곽대 또한 핸드볼 경기장 안에서 진행되는 고곽대만의 경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온전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되찾기 위해서 혼란스러움이라는 과정을 겪어야만 했다. 사실 트라우마에 대해 맞서는 행위는 커다란 용기가 없다면 매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용기 또한 혼란스러움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즉 나의 내면이 혼란스럽다면 그 혼란스러움을 붙잡아줄 누군가를 간절히 바라게 될 것이다. 고곽대의 곁을 이수희 선생님이 지켜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혼란스러움을 다잡기 위한 수단이자, 혼란스러움이 불러온 상냥한 바람인 것이다.

 

너무나 혼란스러울 것을 알기에 피하고 있는 게임이 있다면 마주하길 바란다. 결국에 돌아올 게임이라면, 어차피 혼란스러울 경기라면 조금 더 당당하게 경기장에 입장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결과를 재지 않고, 혼란스러움을 경계하지 않고 게임에서 당당히 이길 방법, 당신은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곽대가 그랬던 것처럼!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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