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빛과 어둠으로 통하는 시선의 끝 : 에드워드 호퍼의 시선

글 입력 2023.07.0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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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가지 주제로 펼쳐 보이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세계

 

《에드워드 호퍼의 시선》 저자는 '호퍼'라는 예술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주목했다. 바로 그림에 담긴 그 시선 말이다. 누군가의 시선 끝에 담긴 이야기는 얼마나 다양한 빛을 뿜어내고 있을까. 그림을 볼수록 느끼는 것은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창작자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낸 그림을 오늘날까지 남겨진 자료를 통해서 유추해보는 일도, 더 나아가서 관객의 경험을 빗대어 보는 것도 공감의 한 형태로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때 창작자의 시선과 함께 오롯이 그림을 바라볼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 같다. 그래서 저자가 호퍼의 시선에 주목한 것만큼이나,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는 저자의 시선 또한 중요하다. 화가가 다양한 장치를 통해서 그림을 표현하듯이, 미술사가인 저자의 글은 또 다른 관점에서 전개된 이야기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책을 한 장씩 펼치며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은 글을 발견했는데, 이야기의 시작은 다음과 같다. 

 

 

나는 호퍼의 그림들을 몇몇 어휘로 나눠 펼쳐 보이려 한다. 여러 색의 색실로 짜인 직물을 풀어헤치는 것처럼. 이 주제들은 호퍼의 그림이 담아 옮기는 감정을, 그가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화면을 구성하는 책략을 헤집어 보기 위한 수단이다. 그렇게 풀어헤친 실들을 다시 엮어 만든 직물에서 독자와 관객이 새로운 광채를 찾아낼 수 있기를 감히 바란다. 

 

_ 들어가며

 

 

이야기는 늘 흥미롭다. 특히 사람의 이야기는 늘 궁금증을 자아낸다. 어쩌면 실타래처럼 남겨졌을 작은 궁금증을 몇몇 어휘 속에서 살펴보고, 다시 엮어 만든 글을 이제 온전히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보려고 한다. 저자가 남긴 위의 글처럼 말이다. 

 

먼저 호퍼의 그림에서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배경인 '도시'와 '정거장' 및 '극장'을 시작으로, '여행'과 '일상'이라는 주제를 포함하여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드러내는 '빛과 어둠', '고독'과 '적막'의 어휘를 한데 묶어, 따로 또 같이 보기를 반복했다.

 

15가지 주제를 모두 나열하지 않았지만, 앞서 언급한 어휘들은 호퍼의 그림에서 자주 포착할 수 있었던 주제이기 때문에 더욱 친숙하게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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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시선'과 '구도' 주제를 함께 봤다. 호퍼의 그림은 유독 관찰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듯한 장면이 눈길을 끈다. 액자 프레임 속 풍경처럼 반대편에서 건물의 사각지대를 바라본다거나, 확대된 창문의 안쪽에서 인물을 주의 깊게 살피기도 한다. 때로는 그림 속 인물의 시선 끝에 다다르기도 하는데, 그의 의도가 사뭇 궁금해진다. 아니 관객의 이런 시선조차 의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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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느끼는 감각들을 할 수 있는 한 적절하면서도 인상적인 형태로 표현하려고 노력해왔다.

 

_ 에드워드 호퍼

 

 

저자는 "화가는 대체 뭘 그리기 위해 이 그림을 그린 걸까?"라는 질문을 호퍼의 그림 앞에서 자주 떠올린다고 언급했다.

 

그림에서 모양, 색깔, 위치 등의 짜임새를 뜻하는 '구도'는 사물과 인물의 배치 방식에서부터 빛의 방향과 그림자 하나까지 감상의 모든 요소를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내게만 보일 거 같은 그 의도를 발견하면, 같은 생각을 하는 누군가를 찾게 된다. 더욱이 창작자가 내포한 의미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 기쁨은 배가 된다.

 

마지막으로 어스름이라는 단어와 너무 잘 어울려서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은 그림을 소개하고 싶다. <황혼의 집 House at Dusk>(1935)를 보면 건물에 불이 켜지고, 그 옆의 가로등에도 불이 켜져 있다. 반면에 건물 뒤쪽을 둘러싼 나무들에서 어둠이 다가오는 듯하다. 이 그림과 함께 저자는 프랑스어로 황혼, 즉 '개와 늑대의 시간'을 언급했다. 해가 지고 어스름해질 때를 반갑게 다가오는 개와 자신을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시간으로 표현하였다.

 

전체적으로 조화롭고 편안한 심상이 느껴지는 '녹색' 계열의 색감을 바라보니 어스름이 한층 아름답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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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의 고독을 그리며, 일상을 여행처럼 그리고 때로는 같은 공간에서도 다면화된 인물을 그린 화가는 숱하게 스쳐 간 어둠 속에서도 빛이 들어오는 방을 그려냈다. 위 그림을 보면서 어쩐지 호퍼 자신을 비롯하여, 인간의 내면을 가장 잘 표현한 주제로 '빛과 어둠의 경계'가 떠올랐다. 항상 어둡지만은 않은, 그렇다고 마냥 밝은 면만을 드러낼 수 없는 수많은 순간이 떠오른다.

 

마지막 인사로 호퍼의 그림을 감상하는 관객으로서, 《에드워드 호퍼의 시선》을 읽은 독자로서 쓴 이 글과 함께 다음 질문을 남기고 싶다.

 

당신의 시선 끝에는 무엇이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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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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