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우리치오 카텔란 WE [전시]

글 입력 2023.06.15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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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한 농담같기도 하고 '불쾌한 골짜기'라는 말을 떠올리게 만드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기획전을 관람하고 왔다. 부정적이고 불편한 것들은 그냥 모른척하고 넘어가기 마련인데, 마우리치오 카텔란 작가는 작가 본연의 정체성으로 민감한 주제의 예술의 실천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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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WE , 2010>

 

장례식을 연상시키는 듯한 위의 작품의 제목은 <우리>이다. 둘 다 카텔란의 얼굴과 무척 닮았는데, 복제 인간인지 모를 두 인간의 얼굴은 나란히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개인과 사회, 질서와 무질서, 삶과 죽음, 분열적 존재에 관해서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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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father, 2021>

 

아버지라는 제목을 가진 발 그림은 예수의 못 자국 난 발을 연상시킨다. 발은 신체의 가장 낮은 부분으로 한 사람의 살아온 인생의 단면을 보여준다.

 

운동선수의 너덜너덜한 발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사실 발의 주인공은 작가 본인 카텔란의 발이라고 한다. 그는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고, 그렇게 고생을 하기까지 본인이 가진 가정환경을 발의 모습으로 드러내려고 하였다.

 

즉 아버지란 우리에게 삶의 굴곡을 가르쳐주는 것. 거대하고 숭고한 발과 같은 존재임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인정하기 쉽지 않지만, 태어날때부터 우리의 인생은 불공평하다.

 

가정환경에 따라 어떤 발바닥을 가질지, 그 모습이 정해진다고 그리고 그 발바닥은 결국 아버지를 나타낸다고 말한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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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2008>

 

부츠 속에 흙과 고추. 새로운 생명에 대한 요람이 된 부츠의 모습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본래의 사용과 다르게 활용된 부츠는 생명을 유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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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2001>

 

뜬금없이 찾아온, 미술관 바닥에서 머리를 내민, 비정상적인 경로로 침입한 인물은 마치 그림을 훔치려는 듯 보이기도 하고, 황당한 실수를 한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가 정확히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없다. 단지 새로운 시선으로 작품을 보기 위해, 또는 바닥 아래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초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연출은 현대미술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일반 작가들과 다른 외부인과 같은 카텔란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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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치는 소년>

 

전시장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북소리에 천장을 바라보면, 창가위에 드럼을 치는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천진하게 드럼치는 소년의 모티브는 양철북의 주인공 오스카이다. 제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어른들의 위선에 환멸을 느낀 그는, 높은 곳에서 추락하여 성장을 멈췄다. 그렇게 그는 위기가 닥칠때마다 드럼을 치며 지역의 행사를 망치기도 하였다.

 

미술관에서 천진하게 드럼을 치는 소년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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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2001>

 

언뜻보면 무릎꿇은 교복입은 학생이지만, 다가가서 자세히 얼굴을 들여다보면 아돌프 히틀러임을 알 수 있다. 그는 유대인 학살을 주도하여, 잔인한 악인의 상징이 된 인물이다.

 

카텔란은 기묘한 모형을 통해 여전히 잔존하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드러내고자 했다.

 

학살과 혐오의 역사는 되풀이 되고 있고, 이미지를 통해 민감한 주제를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카텔란은 이를 통해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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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을 향유하고 크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불편함을 드러내는 것. 풍자에 관해서 되돌아보았다.

 

그가 얼마나 용기있는 작가인지에 관해서, 그리고 그 풍자의 대상을 본인의 얼굴을 통해서 드러낸 점이 인상 깊었다.

 

세상에는 듣고싶은 말을 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어딘가 불편하고 기분이 좋지 않을지라도 한번쯤은 생각해봐야할, 꺼내야할 반갑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동안의 나는 유독 긍정적이고 모두가 좋아할만한 이야기에만 머물러있음을 깨달았다.

 

두 번째는, 비일상은 대중들의 욕구를 자극한다는 것을 느꼈다.

 

소비자들은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원하기 때문에 사람을 끌어모으는 것은 결국 '비일상'이다


미술관이라는 장소는 조용해야하고, 정적이어야되고, 고정된 작품이 전시되어야한다는 관념을 깬 카텔란의 작품들은 대중들의 의식을 자극했고 한국에서도큰 인기를 끌게되었다. 일상 속에 흔하게 있는 것들임에도 전시장에 있다는 이유로 새삼 신기해 하는 것이다.

 

그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전시였다.

 

 

[박현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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