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우주먼지가 되고 싶어요! - 정:지 연출가전 페스티벌

떠다니는 모든 우주먼지들을 위하여
글 입력 2023.06.1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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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누구나처럼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던 소녀는 문득 자신이 둥둥 떠다니는 우주먼지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우연히 버스정류장에서 한 노숙자를 만나게 되는데.. 과연 소녀는 삶에 대한 정답을 찾고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는 게 정답일까?

 

 

 

#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우주먼지가 되고 말겠어!


 

이제는 정말 익숙한 문래의 주말 극장. 이제 주말 극장에 들어서면 오늘은 어떠한 이야기가 나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심어줄지 설렌다. 오늘의 연극은 프로젝트 스페이스바의 <우주먼지>라는 연극이다. 이 연극은 세상이라는 거대한 우주에 둥둥 떠다니는 우주먼지로부터 이야기가 시작했다. 한 소녀, 그녀는 배우를 꿈꾸고 이 세상에 발을 내디뎠다. 연기를 너무 하고 싶어서 오디션도 보러 다니고, 학교에서 연기도 직접 배우면서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러나 우주먼지에게 우주란 너무 광활한 곳일까. 그녀는 현실이라는 거대한 벽에 맞서 싸우는 일이 슬슬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코끼리 버거에서 매니저로 일을 하며 돈을 벌 때에도, 집에서도 꼬박꼬박 졸아가면서 자격증 공부를 할 때에도 굳건했던 그녀의 의지는 이러한 노력의 쓸모가 없다고 느끼는 순간 철저히 무너져 내렸다. 그녀의 모습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대표하고 있었다. 사실 나도 철저히 공감되는 부분이 연극 중 여러 부분이 있었다. 포장마차 음식을 먹으러 열심히 뛰어갔음에도 불구하고 휴무라는 사실을 마주했을 때 그녀의 표정은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았다. 물론 떡볶이 하나 때문에 무너져 내리지는 않았을 터. 모든 세상이 자신을 부정하고 있고 나의 존재 자체의 효용은 원래 없던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녀는 사실 멋있는 사람이다. 서울에 올라와 혼자 살며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계속 달려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있는 것. 나는 그 원동력이 돈, 집, 가족 등 표면적인 것이 아닌 그녀가 ‘연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서 표출된다고 느껴졌다. 우리는 누구나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 그러나 성취 목적이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과시하기 위함이라면 그 일을 과연 평생 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질문에 완벽하게 반대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꿈, 누군가를 위한 비전은 결국 ‘나의 존재감에 대한 의심’으로 변화되어 다시 나에게 날라오게 되어있다.

 

극 중 소녀는 딱 그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듯했다. 위 사실을 아는 나에겐 더 안타깝게 보였고 그런 그녀가 우연히 만난 노숙자와 이야기를 터놓게 되었을 때 나는 그녀가 그녀의 멋진 모습, 즉 누군가를 위한 삶이 아닌 그녀가 원하는 삶을 사는 모습을 얼른 마주하고 자각하기 바랐다. 자 그렇다면 그녀가 그녀의 본모습을 마주하게 해준 노숙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 볼까 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모든 의식주를 해결하는 그, 노숙자. 그는 소녀를 만난 후 또 다른 변화를 맞는다. 그는 한때 잘나가던 한 기업의 대표였으나 지금은 사업 실패로 가족도 잃고 돈도 잃은 흔히 우리가 ‘실패자’라고 부르는 이들이다. 그도 스스로 자신을 이미 쓸모가 없어진 실패자라고 일컫는다. 헝클어진 머리, 늘어진 코트 그 모든 흔적이 그의 힘든 시절을 암시하고 있었다. 특히 연극의 첫 시작에 버스 정류장에 앉아 그는 이렇게 속삭인다.

 

 
"떠났던 아내가 너무 보고 싶어요.."
 

 

얼마나 후회가 될지, 얼마나 그녀가 보고 싶을지 감히 예상할 수는 없지만 그것 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실패자라고 낙인 된 건 그의 실패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든 이 사회의 원인이 있다고 말이다. 그도 그녀를 만난 후 깨닫는다. 모든 상황에 답이 존재하는 경우는 드물고 사람마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순간부터 실패의 순간이 시작된다고 말이다. 그녀에게 따스운 말을 건네건 어쩌면 자신도 누군가로부터 그런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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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둘의 만남은 따뜻했다. 두 사람이 아무리 하찮은 우주먼지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우주를 잘 떠다니고 있었다. 우주먼지 중에서는 분명 떠다닐 힘도 없이 어떠한 행성에 안착해 있거나, 이미 만들어지지 않은 작은 티끌에 불과한 먼지들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이 극에서 중요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떠다니는 우주먼지는 행성에 안착한 우주먼지를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소녀는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우주먼지다. 그러나 그녀의 눈엔 이미 자신의 꿈을 이뤄 사회에 적응한 자들이 자신보다 우월한 먼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미 자신의 꿈을 이룬 혹은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이 된 우주먼지들은 자신이 정말 지키고 싶은 것들을 못 지키게 되기 쉽다. 소녀의 눈앞에 이미 그런 시절을 겪은 우주먼지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노숙자였던 것. 그래서 노숙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부러워.. 너는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있잖아."
 

 

이미 꿈과 사람을 모두 잃어본 거대한 우주먼지.. 이 연극은 그런 우주먼지의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며 마무리된다. 꿈을 향해 부유하는 청춘과 그러지 못한 청춘들을 동시에 시사한 이번 연극 <우주먼지>. 가장 주목할 것은 이미 죽어버린 우주먼지들이 생각보다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살포시 행성에 안착하려고 했지만, 실수로 미끄러져버린 그 안타까운 반짝임. 우주가 아무리 그들을 작게 만들더라도 그 안에 살아가는 우리마저 그들을 실패한 우주먼지로 기억하면 안 되지 않을까.

 

절대 잊지 말자. 실패는 내가 실패라고 인식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내가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이 우주에 존재한다면, 이미 당신은 충분히 가치 있는 우주먼지이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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