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멍때리기 [문화 전반]

아무것도 안하는 것의 의미
글 입력 2023.05.3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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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회째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5월 21일 오후 4시 한강 잠수교에서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참가자들은 각자의 멍때리는 시간을 즐겼다. 이 대회는 도심 속에서 여유를 찾기 위해 개최된 대회다. 멍 때려야 하는 시간은 90분. 이 시간 동안 참가자들은 안정된 심박수를 갖고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


멍때리기 대회의 주최 의도를 보면 "바쁜 도심 한복판에 멍때리는 집단을 등장시킴으로써, 바쁜 사람들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집단의 시각적 대조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된 시각 예술작업"이다. 이 대회 자체는 하나의 예술작업으로서 멍때리는 사람들을 서울 한복판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가장 사람이 많이 붐비고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 서울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바라본다는 것은 바쁘게 살아왔던 도심의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이 바쁜 삶 안에 우리는 멍 때리는 시간을 가져왔나?


대회를 주관한 유쓰양 컴퍼니는 이 예술작업으로 다음을 전하고자 한다. "참가한 선수들은 일종의 퍼포먼서로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가치를 역설하는 가치에 동참해 각자의 삶의 위치를 표현하게 된다."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무언가를 하는 것만큼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유럽의 거리, 공원을 거닐다 보면 많은 이들이 벤치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언가를 바쁘게 하고 쉴 틈이 없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조금은 느린 삶과 여유를 갖고 살아가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 번화가에서 조용한 곳으로 이사를 했다. 술집과 각종 편의 시설들이 즐비한 이전 집과는 다르게 이사한 집 뒤에는 논과 밭이 펼쳐져 있다. 자동차의 경적소리, 식당의 음악소리, 술 취한 사람들의 소리 대신 새소리와 개구리 소리가 들려온다. 높은 건물들로 꽉 막혀있던 시야는 드넓은 푸른 식물들의 경치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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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엔 넓게 펼쳐진 푸른 논과 밭에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함께 밭을 일구고 계셨다. 이런 경치를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폰을 내려놓고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다. 내 눈앞에 있는 드넓은 하늘과 자연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평화 그 자체였다. 마음의 스트레스도 머릿속의 잡념도 비워져가는 것 같았다. 눈앞에 있는 것들만 보고 머리를 비우고 10여 분 정도를 계속 걸었다.


이렇게 순수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오랜만이던가. 요즘 무의식적으로 계속해서 무언가를 보고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었다. 습관적으로 유튜브나 인스타에 들어가 내가 궁금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영상을 멍하니 계속해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고 있다 보면 시간은 금방 지나있고 눈과 머리는 침침해져 있다.


나도 자연을 볼 수 있는 공간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간간이 가져보려고 한다. 무언가에 쫓기듯이 쉬지 않고 계속 머리를 굴리다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멍때릴 때 가장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바쁘디 바쁜 치열한 삶이지만,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백을 두고 멍때리는 시간으로 온전한 휴식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아트인사이트] 이소희 컬쳐리스트.jpg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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